최영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로봇의학임상시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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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7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로봇수술은 획기적이었다. 집도의가 직접 메스를 들지 않고 로봇 팔을 원격조종해 최소한의 집도 범위에서 효과적인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일반 개복수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 들지만 안정적이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등 그 효과가 커서 점차 로봇 수술의 비율이 늘며 각광받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의학임상시험센터의 최영득 센터장은 현재까지 전립선암을 비롯하여 900례가 넘는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 로봇 수술의 대가(大家)로 불리는 그의 성공 사례와 한국 의학산업의 현주소를 들었다.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gmail.com


근치적 전립선 전출술의 대가

일명 ‘다빈치 수술’로 불리는 로봇수술은 미국 IS사의 수술로봇 ‘다빈치 S’를 사용한다. 2개의 카메라로 육안보다 최대 15배 선명한 3차원 화면을 보며 섬세한 손동작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 발병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어 다양한 영역의 암 수술에서 시행되고 있다. 대체로 한 건의 수술을 진행할 때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데 최 교수의 경우 첫 수술이 30분 만에 끝났다. 외국의 의사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시술을 직접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젓가락으로 단련된 한국인의 정교한 손놀림은 그들로서는 따라하기조차 힘든 경지였다.
“학계에서도 30분만에 끝낸다 하면 믿지를 않았어요. 직접 수술실에 와서 보고 나서야 믿어주더라구요. 수술 시간이 짧으니까 하루에 7건을 진행한 날도 있었는데 오후 3시 전에는 끝납니다. 로봇이 손에 익으면서 점점 능숙해지고 있어요.”
외국에서 로봇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에 능한 의사들이다. 작은 구멍으로 카메라와 수술도구를 넣어 시술하는 수술이 로봇 수술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개복수술을 하던 의사들이 로봇 수술로 전향한다. 외국의 의사들은 이 사실에 놀라워한다. 섬세한 기술에 능한 한국인 고유의 특징이다. 

 

의사들에게 수술 생중계(Surgical Workshop) 선보이다

지난 11월 16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제63차 대한비뇨기과학회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 학술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최 교수의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생중계하는 것이었다. 복막 외 접근법을 통한 로봇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을 30여분 만에 환상적인 손놀림으로 시행, 세계적으로 제일 빠르고 안전하게 시연됐다. 은명대강당에 모인 비뇨기과 의사들은 실시간으로 전립선암 수술을 보며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했다. 최 교수의 능숙한 로봇수술에 강당에 모인 의사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로봇 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된 입체영상을 보며 사람이 불가능한 동작도 로봇을 조정해 로봇의 손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주변 조직이 복잡한 전립선 환자들의 경우 신경과 혈관을 살려 수술 후 후유증 또한 줄일 수 있다.
최 교수는 “아직 로봇 수술의 장기간의 종양학적 치료 결과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수술 후 통증, 회복기간이 개복 수술보다 우수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점차 많은 의사들이 로봇 수술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로 인해 로봇 수술은 앞으로 그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다. 현재는 환자를 위한 최고의 치료를 위해 개복수술뿐만 아니라 로봇수술을 모두 시행하고 있으며, 전립선암 수술에서는 두 접근법 모두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산업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최 교수는 의료 선진화의 시작은 의료기기의 발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 약을 제외한 의료 업무의 95% 정도가 의료기기에 포함된다. 환자가 입원 수속을 밟는 것부터 퇴원하기까지의 프로세스에서 환자가 거치는 수액이나 항생제 등의 의약품 외에는 모두 의료기기로 보면 된다. 수술용 침대부터 주사기까지 의료기기에 포함된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의료기기가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라는 점이다. 최 교수는 의약품만 가지고는 의료산업의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한다. 그는 한국 특유의 발전성으로 세계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의료산업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시연 중인 시스템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이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환자의 심전도 상황을 병원에 전달해주는 것이죠. 현재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고 봅니다. 삼성이 작년에 혈액검사기를 출시하면서 의료기기 사업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 역시 의료산업의 미래를 본 것이거든요. 하루빨리 국내 업체의 신제품 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의료산업은 의약품 부분에서 많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새로운 의약품 개발은 미진한 상황이며 가격 경쟁력 역시 해외에 밀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양으로 승부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이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기를 사용하는 의사들에게 국산제품 사용을 강요할 수는 없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실무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이기 때문이다. 외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국산이라는 이유로 사용할 의사는 없을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의견이다.

 

로봇 수술, 그리고 의료산업의 미래

5년 전에는 3주에 2개 정도의 전립선 적출술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하루에 7개까지도 할 정도로 전립선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아직 로봇 수술의 장기간 종약학적 치료 결과는 확립되지 않았지만 수술 후 통증이나 성기능의 회복 기간 등 개복 수술보다 우수한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국내에 30여 대의 수술 로봇이 들어오며 점차 많은 의사들이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고, 지속적인 개발로 앞으로 그 비율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전립선암 수술의 80%가 로봇 수술로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로봇 수술의 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최영득 교수는 꾸준한 수술 경험과 연구로 한국 의료산업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복강경에 신기술이 접목된 국산 제품이 개발된 것은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세계에서 한국의 의료기기가 주목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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