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Today 인터뷰] 동방영만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장 “5.24조치 조속히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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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선임기자 박정례]= 다부진 체격에 원만한 인상이다. 남북경협경제인연합의 동방영만 회장을 본 첫 느낌이다. 상대를 향하여 말을 던지는 족족 거침이 없고 사업가다운 경륜이 묻어났다. 마주 앉은 상대가 누구든 남북경협에 관한한 경험과 지식 면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처럼 막힘이 없었다. 심장에서 방금 꺼낸 것처럼 따끈따끈한 ‘희망’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다.

동방영만 회장에게서 남북경협 중단에 관한 그간의 사정을 듣고 있다 보니 그의 소망은 온통 5.24조치 해제에 관해 초점이 맞춰있고, 그가 바라는 것은 북에 묶여 있는 물건과 설비 걱정이다. 예전처럼 기업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은 열망은 “더 이상 남북경협의 중단상태를 방치하다가는 어렵게 다져온 신뢰와 경제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손실이 누적되어 영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고착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으로 넘친다. 이제라도 천안함 사태로 인해 취해진 5.24조치가 우리 정부의 대승적인 결단으로 풀렸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경제교류의 물꼬가 터진다면 분단의 편견을 넘고 단절로 인해 생긴 손실을 메꾸기 위해 원 없이 몸 바쳐 노력해볼 양이란다.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 그리고 동방영만 상임회장

북한 평양 내륙지방에 직접 투자를 한 기업들은 1030여 업체나 된다. 이들 기업들은 4년 7개월 동안 중단된 남북경협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 힘도 없이 고사 직전이다. 작년 3월까지 어림잡아 334개 업체가 줄 도산했고 그에 따른 실업자만 8만 명에 이르렀다. 남북경제인연합(이하 남경련)은 그동안은 각개 약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오다가 5.24조치가 있고부터 자구책의 일환으로서 북한 내륙에 투자를 한 기업가들이 뭉쳐 결성한 단체다. 이에 동방영만 회장은 북한 평양투자기업들의 권익을 위해 최선봉에 서서 상임회장으로 뛰고 있다
.

때마침 을미년 새해를 맞아 남북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동방 회장을 만나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본 기자가 동방영만 남경련 상임회장을 만난 것은 지난 수요일 낮이었다. 대방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바람이 유난히 매서운 바깥 날씨와는 달리 남창(南窓)을 향해 쏟아지는 자연 광으로 실내공기는 따뜻하고도 밝았다.

참고로 북한에 진출한 사업 군(群)을 보면 첫째는 금강산관광 사업, 둘째는 북한 내륙에 투자를 한 기업군, 셋째는 개성공단으로 나눌 수 있다. 개성공단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중단 되었다가 166일 만에 재가동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반 동안 중단됐던 개성공단의 피해도 적지 않게 불거지는 판인데 만 5년이 되도록 가동이 중단된 내륙 투자 기업체들의 고충은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북한 내륙투자기업들의 진출과 초창기 분위기

동방영만 회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3년부터 시작한 남북 위탁가공 교역업체인 스칼레아에서 의류수출완제품과 시설투자들이 생으로 묶이게 됐다. 정부의 말 한마디로 그야말로 선적을 하루 앞둔 의류완제품만 15만점이 순식간에 반입금지를 당한 것이다.

북한 내륙지방에 투자한 기업가라고 들었는데요. 평양에서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다른 거 없어요. 사업가가 돈 벌려고 한 것 말고 다른 것 있어요?” 듣고 보니 명답이다. 사업가가 “돈을 벌기위해서”라는 말 빼고 달리 더 무슨 말을 하고 싶겠는가. 동방 회장은 북한에 진출하기 전에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다. 그러던 중에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것을 보며 중국 심양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진출한 케이스다.

먼저 호기심 반 도전 정신 반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됐다. 그들과의 교류가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도 처음엔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가서 보니 그들이 사는 곳도 우리네 시골 풍경하고 똑같았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 한민족이었다. 같이 웃고 떠들면서 부둥켜안고 통일노래를 부르며 어깨동무도 했다.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면 ‘높은 사람들이 맘에 안 든다고 욕하는 것’도 북이나 남이나 똑같았다. “기존의 공장들을 둘러보고 조건이 괜찮다 싶은 곳이 눈에 띄어 설비투자를 하고 들어간 것이다.” 그러고서부터 평양 내륙 지방에 편물기계와 의류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니트 제품을 비롯한 각종 의류를 연 100만장 씩 만들었다.

사회에 첫발을 회사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타고난 사업가 체질이었던지 30대부터 사업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국내의 대기업과 아웃도어 업체 등에 납품을 하는 임가공업자로서 연 매출 100억 정도는 너끈히 달성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사장이 됐다. 이런 배경위에서 북한 업체와 연결되는 순간 중국 쪽 사업을 접는 대신에 의류 위탁가공업체를 북한 내륙으로 이전하여 진출한다.

 

기업은 기업가들, 정치는 정치인들이

현 시점에서 남북한 경협 중단에서 시행착오랄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무엇인가요.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하루 빨리 정경분리 원칙이 확립돼야 합니다. 남북관계는 대만과 중국, 동서독과도 다릅니다. 우린 서로 싸운 전력이 있단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상호신뢰회복이 중요한 이유지요. 민간경제협력만이 민족 간 동질성 회복과 쌍방을 인정하고 믿고 평화통일에 지름길로 가는 단계가 되는 것이죠.” 처음엔 “진출하기만 바빴지 보험을 든다든지 리스크관리엔 눈을 뜨지 못했다.”며 정부시책 따르기에 바빴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자신의 미흡했던 점을 지적하는 동방 회장의 얼굴엔 순간 안타까움이 번졌다.

누구도 경협 중단이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5.24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쪽은 남한과 남한 기업가들뿐이다. 북이 그동안 교류 중단으로 1을 손해 봤다면 남한은 그 10배다. 기업 환경도 변했다. “북한에 첫발을 내딛은 우리 선발업체들은 그야말로 개척정신의 화신이었다.”고. 그런데 5년 전에 시간당 1달로 주던 임금을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유럽인들은 3달러를 지급하며 북한 내 위탁가공업의 70%를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이 결과 북한으로서는 다른 투자처와 비교해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앉아 죽을 순 없다. 북에 두고 온 내 물건은 잘 있는지 기름 치고 닦고 조이면 기계는 아직 쓸 만한지 어서 달려가서 ‘뜨거운 심장에서 금방 건저올린 희망’처럼 튼실한 재도약을 성취하고 싶을 뿐이다. 놀면 뭐하냐. 내 물건과 내가 해놓은 설비가 5년 동안 잠자고 있기에 절박한 심정에서 터져 나오는 열정의 불꽃을 한데 모아 남북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시작을 안했다면 몰라도 이왕에 칼을 빼들었으니 끝을 봐야할 사업이다. 그래서 남북경협인들은 사력을 다해 달리고 싶은 거다.

 

남북 간 축제와 교류는 민간인들끼리 손잡아야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에 대해서 말해 달라. “‘남북 민족음식 예술문화 대축제’다. 우리 남북경총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북측에서 보내온 의향서를 통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동방회장의 말을 종합하자면 북한 측은 락원무역총회사, 우리 측은 남북경협경제인연합이 주체가 되어 3월에 서울에서 음식문화 축제를 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남북 요리사 100명씩 모두 200명 이상이 모여 민족음식 축제를 벌일 계획이다. 축제 기간엔 북한 음식 상설 전시관, 북한 특산물 홍보관을 운영하며 북한 음식 거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곁들여서 북한 만수대공연단을 초청하여 남북예술인의 합창과 합동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북측에서 참가단체로 거론되는 곳은 옥류관, 평양 대동강 음식점, 고려식당, 조선민족음식연구원 등이다. 일이 무르익으면 우리 측에서도 적절한 절차를 걸쳐서 참가단체를 결정하고 협의해 나갈 일만 남는다.

“너무 일찍 터뜨려서 소리만 요란한 것은 원치 않는다.”는 동방 회장의 말이 유난히 귀에 꽂힌다. 워낙 변수가 많은 것이 남북 관계라서 그런가 보다. 이일을 추진하는 책임자들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을 명심할 일이다.

모든 것이 남북경협이 잘 되길 바라기 때문에 하는 일인데요. 이와 병행해서 경협인들에게 제일 갈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5.24조치로 경협이 중단 된지 만 5년이 되가는 시점입니다. 5.24조치가 풀리는 것이 제일 큰 관건이지요.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5년 전 기업환경하고 지금은 너무 달라요. 정리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5.24조치가 있고 나서 저희 기업체들은 맨 먼저 매출감소가 일어났어요. 매출이 없으니 세금도 못 냈을 거 아닙니까? 세금을 못 내니 사업자등록이 직권말소 됐습니다. 사업자 등록이 없는 사람들은 은행대출도 못 받아요. 그 다음은 압류가 들어오고 압류 다음엔 경매로 넘어갑니다. 이런 순서를 걸치면서 도산한 기업이 오늘 날 344개 업체가 됩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5.24조치 해제와 더불어서 ‘5.24조치로 인한 피해보상법’의 통과가 선행돼야 합니다.”

 

다시 터닝 포인트를 향하여

사적인 얘기도 좀 해주셔요. 건강은 어떻게 챙기고 계십니까? 그저 잘 먹고 일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면서도 10여 년째 살짝 찐 토마토를 아침마다 한잔씩 갈아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일 얘기다. “여기 사무실은 출입할 때 꼭 사인을 하고 들어온다. 출입기록을 보고 908호 동방 회장은 쉬는 걸 못 봤다.”고 소문이 났다면서 웃는다.

“회장님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습니까?”고 묻자 동방 회장은 왠지 답을 아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국회에 계류 중인 ‘5.24 피해보상법이도 통과 되고 5.24조치가 해제되는 시점 그 자체가 동방 회장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여기다 경륜과 신중함, 오랜 사업 경험과 원만한 소통능력에 타인을 아우르는 포용력까지 갖춘 전 전후 기업가로서의 동방 회장 같은 사람이라면 남북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뛰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우리 민족의 재도약과 국운 융성을 위해서 일익을 담당하는 남북경협경제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동방 회장의 ‘스킬레아’를 비롯한 남북 경협인들의 재도약과 발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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