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이슈] 적수없는 미디어셀러 열풍, '단비'인가 '산성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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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서점
국내 한 서점
[피플투데이 김은서 기자]= 작년 한 해 출판 시장의 일등공신은 단연 미디어셀러(Media Seller)였다.

영화·드라마·예능 등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흥행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일컫는 미디어셀러는 최근 강력한 출판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독서인구의 감소 속에서 적수 없는 독주를 펼치고 있다.


2009년에 출간돼 2013년까지 10,000부 가량 판매되었으나,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노출된 이후 2014년 6월까지 약 25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케이트 디카밀로)과, 영화로 선보인 후 호평을 받으며 작년 한 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그리고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들의 엄청난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인기 몰이를 한 tvn드라마 ‘미생’의 원작 <미생>(윤태호) 역시 판매량 230만 부를 넘어서며 대표적인 미디어셀러로 자리잡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사진출처: 열린책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사진출처: 열린책들
 
영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영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러한 미디어셀러의 인기에 대해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보팀장은 정보과잉 시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분석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쏟아지는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며 “이에 ‘선택 장애’에 빠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디어가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했고, 현대인들에게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디어 노출이 많은 20대들에게 미디어셀러가 특히 많은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결과 오프라인 서점에 20대 독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멈출 줄 모르고 출판 시장을 홀로 독주하고 있는 미디어셀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미디어셀러의 독무대는 자생력을 잃은 출판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출판계 스스로 미디어에 의존해 다양성을 위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미디어셀러의 열풍이 인문·사회·과학·문학 등 다양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출판 생태계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며, 건강한 출판 시장에서는 다양한 책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질 높은 기획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미디어셀러의 문제점으로, 미디어 노출을 위해서 거액의 마케팅비가 투자되어야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핵심 과제다.

드라마, 영화 등 인기 미디어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단순 노출의 경우 약 5천만 원, 지속적인 노출의 경우 억 단위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대형 출판사가 대부분의 미디어셀러를 출판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미디어셀러의 강세는 출판업계의 수입 불균형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한 서점
국내 한 서점

그러나 이처럼 숱한 우려 속에서도 미디어셀러의 독주는 작년 한 해에 이어 201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회사 CEO이자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남자인 그레이와 순수한 여대생 아나스타샤의 파격 로맨스를 그리며 전 세계 최단기간 1억 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EL제임스)가 2월 26일 동명의 영화로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 영화의 예고편은 공개된지 불과 일주일만에 유투브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회수 기록을 깨고, 1억뷰를 달성하는 경이로운 결과를 이루며 미디어셀러의 新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한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서라면 사지라도 달려가는 한국 전통 아버지들의 삶을 녹여내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도 소설로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하정우가 연출 및 연기를 맡은 영화 ‘허삼관’의 원작 ‘허삼관 매혈기’(위화)가 국내 독자들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가 문제용 감독의 연출 하에 1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화장’(김 훈)도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3월 개봉 예정이다.

 


수많은 우려에도 출판계에 쏟아지는 ‘미디어셀러’의 빗방울.

이것이 꼭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가뭄 속의 단비일지, 각종 질병을 동반하는 산성비일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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