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투데이 김은서 기자]= 최근 음반 시장에 한 차례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김건모, 엄정화, 터보, 쿨, 이정현, 소찬휘, 지누션 등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후 음악계에서 좀처럼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던 가수들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연일 실시간 검색란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추억 여행’은 음반시장을 옛 감성으로 물들이며 복고열풍을 선도하는 후광효과까지 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각 곳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수 년만에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것은 물론,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가수들의 지난 앨범 역시 재조명 받고 있다.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실러Schiller, Johann Cristoph Friedrich Von)
독일의 극시인이자 미학 사상가인 실러(Schiller, Johann Cristoph Friedrich Von)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걸음걸이로 비유해 이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화살처럼 날아가는 현재를 살아가며 주저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현 세대들이, 영원히 정지한 상태의 과거를 곱씹으며 향수에 젖은 채 추억 여행을 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1990년대 문화 자체의 특성이라는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는 시점인 1990년대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이 잘 어우러졌기에, 1990년대 문화가 세대간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그렇기에 대중문화의 르네상스가 발달했다고, 그는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는 현 시대의 불안한 상황이 과거로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아날로그 특성을 드러내는 1990년대 복고 대중문화가 인간 본연의 날 것, 그리고 사람의 정 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해 인기가 높다”며 “고용 없는 성장,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 안전만 부재 등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고달픈 삶이 복고를 소환했다”고 분석했다.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의 적절한 조화와 융합이 만들어낸 1990년 음반시장의 르네상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에 이른 고용 불안정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위기의 경제,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증가하는 각종 범죄 속에서 살아가는 2015년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복고 음악에 열광하는 것은 아마도 ‘과거의 낭만’에 대한 단순한 추억 여행이 아닌 현 상황으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피이든 과거로부터의 여행이든 1990년대 복고 음악이 ‘쿵따리 샤바라’라는 말처럼 우리 국민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흥을 일으키는 주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면 복고 열풍은 조금 더 지속되어도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