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말로만 윤리경영 뒤에서는 노동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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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선임기자 박정례]= 점심시간이었다. 명동, 심호흡을 하면서 화려한 낮 조명을 바라보며 아직 “연초 분위기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인파의 물결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들이 보인다.

 

빨간 가슴 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들은 둘 혹은 셋이서 천천히 걷거나 서있는 것만으로도 시위의 효과를 유발하고 있었다. 다가가 보았다. ‘SK, 말로만 윤리경영 뒤에서는 노동착취’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기자 본성으로 물었다.

 

-‘SK 브로드밴드’라는 유니폼을 입으셨는데요. 어떤 점 때문에 시위하셔요?

 

"저희는 SK브로드밴드 기사들인데요. 회사가 저희들을 고용해놓고 사용성을 부인하는 겁니다. 근로기준법도 준수하지 않고 8시간 이상 노동을 해도 수당은커녕 최저임금만 줘요.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저희들이 받는 부당한 요구 때문에 작년에 노조를 결성했지요. 그 때부터 SK 측에서는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겁니다.”

 

노조를 결성 후 회사는 SK라는 이름 대신에 ‘홈닥터’ 혹은 ‘홈 센터’라는 이름으로 지역별로 분산해서 기사들의 위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엄연한 SK직원을 일개 센터에 떠넘기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4대 모험도 천차만별이다. 회사와 센터 사이에 끼어서 보험료 납부는커녕 4대 보험을 엄두도 못 내게 만들고 있다. 딴 나라 사람 취급을 하며 근무조건을 열악하게 해서 방치한다.

 

“그래서 근무조건을 준수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겁니다. 저희도 삼성처럼 전국적으로 3000명의 기사들이 있어요. 근데 이제 와서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부당한 처우를 하는 것입니다.”

 

-파업은 언제부터 하셨는데요?

 

“지난 11월 20일부터고요 그때부터 임금 한 푼 손에 쥐어보질 못했습니다. 조합원이 처음엔 1500여 명이나 됐어요. 노조탄압으로 한 300명 빠지고 1200명이 나섰어요. 조금만 인간적으로 대해주면 설치기사든 AS기사든 다 같이 사는 건데 뒤에 숨어서 노동착취나 하려드네요. 거리 선전전(宣傳戰)이든 파업이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거리 선전전을 펼치는 모습이 한눈에도 힘들어 보인다. 일 열심히 하며 직장 잘 다니자는 것뿐인데 회사에선 마이동풍이다. 이들 기사들은 최소 2년에서 최고 15년 째 근무연한이 되는 사람들이다. 하나로 통신 때부터 근무하던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회사끼리 인수 합병이 잦은 시대이고 보니 고용승계며 근무조건이 수시로 변하고 제멋대로 적용한다.

 

인수하는 회사는 큰 인심이나 쓰는 채 하며 고용조건을 자사(自社) 유리한 쪽으로만 주장한다. 멀쩡한 경력을 깎아 내려 재고용 계약서에 서명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승계가 어렵다느니 하면서 경력도 근무연한도 무위로 돌려버린다. 서명 안하면 잘릴까봐 을(乙)들은 아무 말도 못하는 현실이다.

 

11월 20일부터 시작한 파업인데 이제껏 무반응이다. 기다리다 못해서 지난 주 화요일(1.6일)엔 SK 본사로 들어갔다. 노조원 만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그들은 얼굴을 비치는 대신 경찰을 끌어들였다. 조합원 222명이 곧바로 연행됐다. 연행된 조합원들은 서울시 21개 경찰서로 분산돼서 수사를 받고 48시간을 유치장에서 보냈다. 2박 3일 동안이다.

 

본 기자와 인터뷰하는 사람은 41세 정성기 씨다. 요즘은 결혼 안 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결혼했냐?” 물으니 미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설치기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남과 같이 열심히 살아보려 했단다. 그런데 41세가 되도록 손에 쥔 것도 없이 결혼도 못한 체 시간만 흘렀다고 했다.

 

“기업주가 기업인 노릇도 제대로 못하면서 기업 살린답시고 죄 값도 치르기 전에 나올 궁리는 한다.”고 곁에 서있던 동료가 한마디 한다. SK 재벌 오너인 최태원 씨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았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명쾌하다. 회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조건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초과 근무를 하면 정당하게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도 그렇다.

 

노동자들이 이 겨울 거리를 떠돌고 있다. 이런 모습이 없어야겠다. 노동자들이 살아야 너도 살고 나도 살고 나라도 산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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