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無)를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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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이가영 기자] = 조각이란 본래 나무, 돌, 금속 등을 재료로 한 사람의 형상, 자연물의 형상, 추상 형태 등의 입체적 조형 미술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러한 조각을 행하는 과정에서 조각가는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자신의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력이 피어오르게 함으로서 조각은 하나의 생명을 얻게 된다. 
박찬갑 작가의 조각은 특히 인간적인 면모들이 부각되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많은 고통과 역경을 갖은 이부터 평온과 안녕을 만끽하고 있는 이들까지 모두 생명력 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나무, 돌, 금속 등의 표면에 각인된 이미지이기도 하며, 조각 안에 내재되어 있는 표정이기도 하다.
단단한 얼굴에 서린 사랑의 표정
박찬갑 작가가 다듬어내는 조형물은 입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노래를 부르거나 대화를 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의 조형물이 가지고 있는 표정에 대해 숭실대의 김광명 교수는 “입을 벌리고 있는 독특한 표정을 박찬갑은 우리 인간에게 가장 순결하면서도 고귀한 행위라고 생각하며,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입을 벌림’으로써 세상과 첫 교감을 나누게 된다고 본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상징적 행위는 바로 삶의 본질을 이해하고 가장 큰 행복을 표현하는 순결한 표정이요, 원초적인 메시지일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손길로 태어난 인간군상을 다시 살펴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본능이 발로할 때의 자신의 표정을 자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박찬갑 작가의 조형물에 나타난 입을 벌리고 있는 표정을 통해 사람들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그 순간에 집중할 때의 표정을 연상한다. 우리는 신경 쓸 것이 없는 편안한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굳이 표정을 만들지 않는 순간에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무 것도 꾸미거나 만들어내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할 때 즉, 본능이 머리를 누르지 못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이다. 부모를, 연인을,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머리로 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상사병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도 말이다. 사랑보다 더 고귀하고 강한 본능이 어디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박찬갑 작가는 작품 안에 내재되어 있던 수많은 감정 중 인간 최고의 감정인 ‘사랑’을 끌어내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방문했다. KBS에 따르면 4박5일간의 방한 일정 중 교황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사랑'이었다. 이것은 교황이 한국 방문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는지 가늠하게 한다. 교황은 한국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사랑의 흔적은 한국 사회에 오래 남아 진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한 메시지 역시 이러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었을 것이다. 교황이 방한 기간 내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박찬갑 작가는 인간이 무(無)의 상태에 있을 때의 순수한 표정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有)에서 무(無)를 찾아가는 과정
오늘날의 작가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創造)하는 것이 아니라 유(有)에서 무(無)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인간(人間)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위대한 창조(創造)이기 때문이다. _박찬갑
박찬갑 작가는 1990년대부터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연속적으로 발표하면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를 표현해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김광명 교수는 “박찬갑 예술세계의 핵심은 ‘있는 것’에서 ‘없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아마도 사물에 대한 지각이 아니라 마음으로의 깨달음, 형상을 넘어선 경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그에게서 사물에 대한 철저한 지각을 바탕으로 사물을 섭렵한 결과 얻어진 값진 산물이다. 마치 석공이 돌 속에서 쓸데없는 부분을 다 쪼아내고 남는 것으로 작업을 완성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이는 ‘채움을 비움으로’ 바꾸는 일이거니와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감이다. 이렇게 하여 그는 늘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길 바라며, 삶을 포용하는 시선을 담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미술평론가인 제라르 슈리게라(Gerard Xuriguera)는 “그의 예술세계의 진면목은 엄밀히 말해 형상 자체가 아닌 형상이 암시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내용에서 찾아져야 한다. 실제로 그의 모든 작품들 속에는 우리의 사유를 고양시키며 물질적 재료를 초월해 가는 상징적 요소가 담겨있다. 동시에 존재의 고통을 증언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무엇, 다시 말해 철저하게 실존적인 무언가가 그 상징성에 밀착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차갑고 각진 돌덩이였을 것들이 그의 손으로 어루만지자 벌어진 입으로 따뜻한 숨결을 내뱉는 생명처럼 느껴지게 한다. 지칠 줄 모르도록 생명을 탄생시키는 대자연의 모습을 인간에게 여과 없이 투과하여 담담하게 연출해낸 그의 조각은 인간의 고뇌와 인내를 뛰어 넘어 철저하게 감정적으로 무(無)의 상태로 존재한다. 즉, 박찬갑 작가는 유(有)에서 무(無)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역설적이게도 그의 조각이 공간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의미로써 존재하게 한다.
꾸밈없음을 추구하는 삶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혼의 소리 <아리랑>에 대해 박찬갑 작가는 “직립(直立)된 군상은 인간성(人間性) 상실시대를 일깨우는 부동인간군입니다. 고도의 문명의 발달로 인간적 삶의 본질을 위협하고 우리 시대의 병리로 짓눌린 소외된 인간모습을 하늘과의 소통을 통하여 새롭게 조명 하려는데 있습니다. 하늘은 곧 인간의 삶을 평화롭게 이어주는 소통의 창구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누가 나에게 예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예술이란 생활을 아름답게 하는 정신적인 즐거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술이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정해진 사람만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차별을 하지도 않습니다. 만드는 이와 보는 이가 소통하는 과정, 그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예술을 하면서 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연구합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한정되어 있는 유한한 시간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고뇌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것을 넘어서 무의식 속의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고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아무런 욕심이 없이 하늘과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우주의 끝은 계속 멀어지고 있고 무한히 다시 생성되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그러한 무한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이러한 존재적 한계를 박찬갑 작가는 예술을 통해 인식하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나의 작업은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삼습니다. 그것은 곧 인간에게서 무한한 욕망과 욕구를 절제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곧 자유이며 인간생존의 길입니다.” 박찬갑 작가의 말 속에서 우리는 하늘 아래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을 본다. 

▲작가약력
박찬갑은 한국.미국.프랑스.일본.덴마크.페루.베네쥬엘라 등에서 43회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오사카총영사관. 프랑스국립미술협회 초대전-Carrousel de Louvre Museum,  EU 문화수도기념 Copenhagen전(덴마크 외무부초대)
파리 그랑팔레 드 살롱 콜렉션전.등 특별전 및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토개발원.안양시의회청사.제암리순국선열기념탑.선문대학교.경남도립미술관.
삼성연수원.서울북부지방법원.서울행정가정법원.김천문화예술회관.프랑스.일본.
페루.브라질.아르헨티나.덴마크 외 다수에 작품이 소장 중이다.
부산유엔기념공원.한국민속촌 현대조각공원 등을 기획 조성하였으며 현재 프랑스국립미술협회 정회원.국제조각가친선협회 회장. 국제현대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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