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BSSM 백순실 미술관, 공간리듬일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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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정근태 기자] = 유독 조각가들이 탐내는 전시공간이 있다. 바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백순실 미술관이다.

백순실 미술관은 긴 회랑처럼 뻗어있는 전시장 중간에 10개의 계단이 있고 100여 년 된 나무를 감싸 안듯 지어져 높은 천고에 한쪽 유리벽면 너머로 나무기둥과 가지들이 보인다. 이런 전시공간 앞에서 평면을 다루는 작가들은 어떻게 하면 작품을 공간에 묻히지 않게 잘 ‘보여줄 것인가’를 고심한다.

이번 전시는 백순실 미술관 특유의  물리적 공간특성을 이용해, 정지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리듬을 듣고, 읽고, 경험할 수 있는 또다른 공간으로 재해석한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 공기, 에너지와 같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읽어내는 것을 앙리 르페브르는 ‘리듬분석’이라 말한다. 그가 ‘리듬분석가’라 칭하는 이들은 “청중이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다”는 것이다. 이 전시에 초대된 박여주, 이종건 작가 또한 공간을 정지된 사물과 같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리듬을 듣고, 읽고, 경험할 수 있는 또다른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백순실 미술관의 이번 전시작품은 전시장에 개선문을 모티브로 한 문의 형태들을 세워 박여주는 쭉 뻗은 직선형태의 공간을 분절시키며 연속적인 시간성을 깨뜨린다. 문 앞에서 시공간은 축소되었다가 문을 지나치며 다시 공간은 확장되고 걸음은 빨라진다. 그러다 관객은 이종건이 기둥에서 풀려나온 듯 바닥에 펼쳐놓은 일기장의 구절들을 읽어가며 누군가의 사적공간에 들어선 듯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계단을 지나 코너공간에 건물외벽처럼 세워진 그의 작품 앞에서 관객은 다시 소음이 있는 거리의 리듬으로 나아간다. 하나의 전시장안에 각 작가의 작품이 한 리듬에서 다른 리듬으로 전환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시는 설치작업을 하는 두 작가의 2인전 형태를 띠고 있다. 공간의 충돌이 예견되는 형식이다. 그러나 두 작가는 안과 밖,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기념비적인 것과 개인적 것, 빠른 호흡과 느린 호흡 등 서로 부딪히듯 연결되며 전시공간 본래의 리듬을 다양한 색깔로 증폭시키고 있다. 각자의 일기처럼 기록으로, 기억 속에 남겨져 있던 특정 장소 속 리듬들이 하나의 전시공간에서 새롭게 이어지며 이 전시는 마치 이중주의 연주곡처럼 미술관 공간에 대한 새로운 리듬을 들려준다. 

전시작품은 조각과 설치작품을 포함해 11점으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BSSM 백순실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고, 10월19일(일)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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