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 '너의 의미'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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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이가영 기자] = “좋아했던 너에게 두 손 모두 잡혀버린 난,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어. 너의 두 눈만 한 없이 바라보았어. 너의 두 눈 속에 내가 비친 10초 동안의 골목길” - 술래잡기

“어두운 하늘 가득히 차가워진 밤공기. 쓴 커피 한 잔에 잠 못 이루면 내 베개 밑에 떠오르는 너의 생각들.” - 야간비행

전기뱀장어는 황인경(보컬, 기타), 김예슬(기타), 김민혁(드럼)으로 이뤄진 3인조 록 밴드다. 2009년 밴드를 결성하고 2011년 첫 앨범 발표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2012년 루키 밴드로 인지도를 올린 이후부터는 공연에서, SNS에서 입소문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하나하나 열거하기에 전기뱀장어의 매력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보컬의 목소리, 연주, 곡의 분위기와 가사가 어느 하나 어색한 것 없이 잘 어울리는 조화로움이 전기뱀장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보컬 황인경의 편안하면서 매력 있는 목소리, 그런 보컬의 목소리를 가끔 놓칠 만큼 집중하게 만드는 김예슬의 기타 스트로크, 쿵-쿵-하고 안정감을 주는 김민혁의 드럼 소리까지. 이렇게 개개인의 매력들이 한데 모여 화학작용을 일으키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찌릿 하고 전기뱀장어라는 밴드에 빠진다.

 

“내가 이상하다 생각하지는 말아줘. 그저 너를 좋아하고 있는 것 뿐 이니까.” - 송곳니

“아침 못 먹은 날. 면접 떨어진 날. 친구와 싸운 날. 버스 타다 넘어진 날. 찬바람 부는 날. 혼자인 생일날.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쓸쓸할 때.” - 스테이크

“수줍고 또 어색했던 나의 고백에 말없이 내 두 손을 잡아주고 며칠 만에 날 차버린 너” - 사랑의 자전거

 

전기뱀장어의 또 다른 매력은 반전이다. ‘인디밴드’나 ‘락 밴드’라고 하면 기성세대들이 혀를 쯧쯧 차는 반항기 어린 모습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전기뱀장어는 오히려 옆집 학생,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하고 수수한 모습으로 일상을 노래를 한다. 가끔은 너무 솔직한 가사로 자신들을 ‘루저’와 ‘찌질함’의 이미지로 표방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페이소스를 녹여낸 가사에 대중들은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전기뱀장어는 젠체하거나 허세부리는 가사 대신 솔직한 가사로 그렇게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전한다. 자신들의 입으로 “멋없는 걸 좋아해서요.”라고 말하며 웃지만 꾸미지 않은 모습이 더욱 빛이 난다. 멤버 김예슬은 “아무래도 저희가 하는 음악이나 외모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인상적인 팬과의 일화를 말해줬다. “누군지는 지금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여름이었을 거예요. 클럽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이었는데, 어떤 남자분이 오시더니 ‘애쓰셨어요!’하고 가시더라고요(웃음). 왜 사인 받으러 다가가기도 어려운 밴드들이 있잖아요, 카리스마 있는 그런 밴드들. 그런데 우리는 툭툭-치고 지나가면서 ‘잘 봤어요!’하는 분들이 많아요. 팬 분들도 저희가 많이 편한가 봐요. 저희도 요란한 인기를 바라기보다는 저희 음악을 좋아해주시고, 음반을 구입하는 걸로 관심을 표현해 주시는 걸 더 좋아하고요. 그런 것들이 더 감사한 생각이 들어요.”

담담하고 수수한 음악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들의 말처럼, 전기뱀장어는 기발한 관찰력과 표현력, 담백하지만 쓸쓸해 가끔은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가사와 목소리로 대중음악에 싫증이 난 음악 팬들에게 [너의 의미]라는 앨범으로 조용히 조금씩 짜릿한 한 방을 전해주는 중이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술래잡기를 비롯해 꿀벌, 야간비행, 싫으면 말고, 흡혈귀, 사랑의 자전거 등 총 6곡이 실려 있다. 긴 앨범 준비 기간만큼 그들의 음악 또한 깊고 풍부해졌다.

 


앨범을 작업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번 앨범이 전작들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동료 뮤지션들의 참여입니다. 예전에도 앨범 작업들을 도와주시는 분들은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도움 받은 곳이 많아서 이분들 없으면 어떻게 작업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베이스 멤버가 없는 상황에서 자우림의 김진만 씨가 곡 작업, 합주, 앨범 녹음까지 같은 멤버처럼 도움을 많이 주셨고, 그 밖에도 정말로 고마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녹음 때 트럼본을 연주해 주신 바스커션의 김동현 씨, 코러스로 참여해 준 가을방학의 계피, 건반 연주에 도움을 준 김형렬 군, 보컬 프로듀서 역할을 해 주신 김홍집 씨, 루비스타 박진철 씨까지 이번 앨범을 돌아보니 앨범 작업을 도와주셨던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인경 : 그 농도가 짙든 아니든 곡 작업을 할 때면 경험은 항상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꿀벌이라는 노래에 애착이 갑니다. 재수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 이야기예요. 그 친구는 전주에 살고, 저는 서울에 살고 하면서 명절 때나 간간히 연락을 하는 사이였는데, 연초에 메신저로 ‘노래 잘 듣고 있다’라는 연락을 주고 받았었거든요. 그런 다음 얼마 안지나 그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한참 뒤에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 친구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노래라 정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예슬 : 저는 5번 트랙에 흡혈귀라는 노래요. 제가 노래를 처음 해봐서 그런지 애착이 가요. 이건 사담인데,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송곳니’를 듣고 돈가스 먹으러 가자고 했었거든요. 제가 만든 노래인데 가사에 돈가스가 나오니까. 그런데 이번에 ‘흡혈귀’ 가사에는 맥주 한 잔 하자는 가사가 있어서 이제는 맥주 마시러 가자고.(웃음)

민혁 : 저는 타이틀곡 술래잡기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사실 작년 여름에 작업을 미리 했고 노래를 완성한건 2년도 더 됐을 거예요. 레코딩을 거의 대부분 맞춰 놓은 상태에서 노래를 발표하기까지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저희끼리는 많이 듣고, 손도 많이 간 곡이예요. 그만큼 오랜 기간 공들여 작업을 한 것 같아요. 라이브 때도 한두 번 했었는데 오래 들으니 정말 좋더라고요.

 

하반기 계획은?

7월 19일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너의 의미] EP 발매기념 단독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앨범도 발매 되었으니 2014년도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페스티벌 무대들, 원래 진행하고 있었던 희망발전소 기부공연 등 올해도 열심히 추진 중에 있어요.

 

페이스 북에서 진행했던 손글씨 콘테스트 같이 앨범 발매 이벤트를 몇 가지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만큼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혹시 앞으로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이번 공연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해보고 싶은 건 있어요. 공연기획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다른 가수들의 공연 영상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팝스타 공연을 보면 무대 장치를 이용한 효과들이 많아요. 나중에 규모가 큰 공연을 하게 됐을 때 볼거리가 풍부한 다채로운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드럼을 치는데 무대가 위로 올라가거나, 360도 회전한다거나, 인경이가 저 뒤에서 날아온다거나.(웃음)

 

이번 앨범은 전기뱀장어 멤버들이 셀프 프로듀싱을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사이다 같은 청량함부터 쓸쓸한 감성까지 다양한 곡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곡의 표현력도 풍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전기뱀장어는 앞으로 더 많은 공연과 앨범 발매 활동을 통해 얼마나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하게 만드는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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