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새정치연합, 민주당과의 합당 ‘독이 든 성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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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대회(사진 = 새정치민주연합)

[피플투데이 김선훈 기자] = 2011년 9월 서울시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거칠 것 없이 불어온 안철수 바람이 2년6개월의 대장정 끝에 드디어 종착지를 정했다. 지난해 11월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기점으로 신당창당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이후, 올 3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합의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범야권 정치세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합당은 안철수를 지지하던 국민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는 행보인 듯 보인다. 국민들이 안풍에 열광했던 이유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정운영보다 기득권싸움을 위한 소모적인 이념갈등만 있는 정치권에서 그 동안 안철수 공동대표가 보여준 행보는 구태정치를 벗은 새로운 바람 즉, 그가 표방하고 있는 ‘새정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제 막 새롭게 거듭난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소한 그가 표방하던 ‘새정치’는 그가 개혁이 필요하다던 구태정치세력과의 합당으로 길을 잃은듯 보인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특히 창당과정에서 제일 잡음이 심했던 새로운 당명에 대한 갑론을박은 두 세력 간 초반 힘겨루기처럼 보였다. 새정치연합 측은 '민주'가 들어가면 ‘도로 민주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기득권에 대해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역사적 정통을 담은 ‘민주’라는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그들이 ‘새정치’ 신념을 보여주고자 시행했던 국민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한 ‘새정치국민연합’은 ‘유사 당명’이라는 이유로 제외시켰다. 결국 양당 대표 논의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결정되었다. 이러한 과정만 보더라도 과연 두 세력이 진정성을 갖고 새정치를 위해 연합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결과적으로 ‘민주’라는 이름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새정치연합이 우려했던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할 확률이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두 세력의 합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곧 있을 선거에서의 지지율 확보로 예상된다. 그 동안 중도보수를 표방해오던 안철수 공동대표지만 보수성향의 국민들보다 야권 진보성향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아 왔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이런 포지션은 김한길 공동대표가 합당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민주당 인사들이 안철수 공동대표 측으로 빠져 나가는 것 역시 김한길 공동대표가 합당을 결심하는데 한몫했다. 그 속사정은 다소 복잡하지만, 지지율을 양분하던 두 야당이 거대야당으로 통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6.4 지방선거에서 야권후보가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연초 외교활동으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야권의 패배가 확실시 된다는 점에서 합당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신의 한수’는 어디까지나 민주당 입장에서 생기는 ‘보너스’다. 처음 합당을 논의할 시기만 해도 합당에 대한 결정권은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연합 측이 쥐고 있었다. 물론 새정치연합 측도 합당 시 얻을 수 있는 이득, 예를 들어 정치세력의 확장 등을 계산하고 결정한 것이지만 앞서 얘기했듯 야권 지지율 양분과 당내 인사이동 등으로 乙의 위치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김한길 공동대표와 민주당 측이었다. 그러나 합당 이후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큰 타격’이 오면서 이러한 입장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여론과 주도권 모두를 놓친 안철수 공동대표
 
그 동안 안풍의 원동력은 ‘안철수 신드롬’이라 불리는 새정치에 대한 그의 발언과 행동 그리고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이 결합되어 정치권의 신선함을 불러일으킨 이미지였다. 정치에 관심이 적은 20대 젊은이들과 중도성향의 3040세대에게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자 하나의 대안이었다. 그러나 지지세력들은 합당과 함께 ‘새정치’의 의지가 민주당을 개혁시켜 견인해내기 보다는 민주당에 의해 흡수되어 ‘민주당화’ 되버리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안철수 공동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3월 둘째 주만 하더라도 18.5%로 전체 차기 대선주자군 중 가장 높았던 지지율이 합당 이후인 4주차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40%하락한 11.3%로, 박원순 서울시장(15.4%)이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14.5%)에게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안철수 대표 지지율도 3주차 조사에서는 23.4%였지만 4주차에는 18.6%로 떨어졌다.

이어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투표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질문하는 문항에서 역시 새누리당이 48.7%, 새민련이 33.7%로 양당 격차는 15.0%p로 나타났다. 이 지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당의 우세가 아닌 새민련의 지지율이 33.7%라는 점이다. 안 의원의 11.3%라는 지지율은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새민련 전체 지지율인 33.7%의 절반도 못 미치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지율은 절반이 넘는 나머지 지지율 즉, 민주당 전체 지지율에 못 미치고 있어 앞으로 안철수 공동대표와 새정치연합이 활동하는데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지지율뿐만 아니라 당내 주도권을 놓고 예상되는 계파싸움 역시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두 당이 합당을 결심했을 때 한번은 넘어야할 산이지만, 안철수 공동대표와 새정치연합이 감당하기에는 대한민국의 제1야당인 민주당의 힘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민주당과의 알력싸움이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한길 공동대표의 양자구도로 움직인다면 그리 복잡해지지는 않는다. 조금의 손해는 감수하더라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이득을 취할 것은 취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와 김한길계의 대립 그리고 그 외 박지원, 손학규 등 ‘정치 9단’들이 언제 수면위로 올라와 새정치연합세력을 당내 주도권과 야권 지지율을 잡기 위한 ‘옵션’ 정도로 치부해 버릴지 모른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확고한 지지기반이자 ‘새정치’의 근간이었던 무당층과 중도층이 합당 이후 돌아서고, 새민련 전체 지지율에서 새정치연합세력의 지지율이 민주당 전체 세력에 못 미치는 것 그리고 험난한 계파싸움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합당이 새정치를 위한 통합세력이 아닌 ‘도로 민주당’같은 기성정치로의 회귀로 보는 근본적인 이유다.

‘새정치’가 가야할 길
 
물론 단순지표의 비교를 통해 합당효과가 안철수 공동대표의 ‘실수’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막 합당초기과정에서 산고를 겪는 시기이고 확실하게 당내입장이 정리되면 ‘새정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다. 만약 진정성을 갖고 새민련이 ‘새정치’의 의지를 이어나가려면 가장 먼저 정치공학적인 부분을 해결해야한다.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한길 공동대표가 ‘새정치’의 비전에 대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면 안 된다. 그리고 민주당 입장에서 새민련을 주도한 김한길 공동대표가 민주당내 여러 계파를 이해시키고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대화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기성정치의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는 자기희생을 통해 개혁이 실천되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지난 대선후보들의 공동공약 중 하나였던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역시 어떻게 보면 국회개혁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현재 새민련이 이 문제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으로 새정치라 보기는 힘들다. 기초공천 폐지논란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국민의 정치 불신에 편승해 표를 얻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이지 정치개혁과는 관계없는 것” 이라고 발언했듯이 표를 얻기 위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실천을 압박하여 6월 지방선거를 위한 표심 얻기 발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야권에서도 공천폐지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기득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여야 할 것 없이 반대여론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천폐지 논란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소모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것은 어쩔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이러한 소모전은 그 동안에도 많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원하는 새정치는 구태정치에서 보여준 선거를 위한 소모전이 아닌 합리적인 여야관계를 정착시켜 범여권, 범야권이 아닌 국가의 발전을 위한 ‘범정치권’을 만드는 것이다.

새민련이 여당야당을 떠나서 신당 내에서 조차 갈라져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바람’을 보여주려면 국민들이 원하는 ‘새정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결국 새민련의 정치적 미래는 이것에 달려있다. 안철수 통합대표의 창당전 보여주었던 좌·우익 모두를 아우르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판에 끌려 다닌다면, 안철수 통합대표와 새민련 나아가 범야권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안철수 공동 대표의 ‘새정치’ 가 시대의 유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성공적인 ‘새정치’ 프로젝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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