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ing]불온서적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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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투데이 김선훈 기자] =  최근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인 노무현 前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변호인'이 개봉돼 다양한 이슈를 낳았다. 특히 영화 속 사건의 모티브가 된 부림(釜林)사건과 당시의 불온서적 <역사란 무엇인가>가 주목 받았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부림(釜林)사건은 당시 불온서적으로 규정되었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의 이적표현물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22명의 독서모임 회원들을 불법 구금, 고문한 사건이다. 우습게도 현재 <난·쏘·공>은 국어 교과서에 단골로 실리는 소설이며,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학 전공자들이 필수로 읽는 추천도서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20여 년간 계속 된 군부정권으로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위정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3S정책이라 불리는 Screen, Sport, Sex라는 눈가리개를 씌워 국민을 우민화했다. 또한 ‘북한과의 대치를 통한 위기감 조성’ 을 위한 반공정책으로 국민과 내정을 통제하고 있었던 시기다. 그렇다하더라도 <역사란 무엇인가>가 공산주의를 찬양한다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인터넷과 통신이 발달한 현대사회와 달리 과거 눈가리개를 벗을 수 있는 방법은 독서와 토론밖에 없었다. 시대를 비판적으로 보고 말할 수 있는 매체는 출판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모든 혁명과 변화는 부르주아 지식인 계급에 의해 일어났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아래(노동계급)로부터 혁명은 대부분이 실패하기 마련이었고, 주체가 노동계급이라 해도 그들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은 글을 알고 책을 읽는 지성인계급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계급은 정권을 지고 있는 자들이었다. 결국 글과 신(新)사상이라는 무기로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권력이라는 의자에 앉은 자들은 그들의 철학(지배논리)에 반하는 사상을 통제하길 바랐다.
 
그만큼 국민통제의 무기로서 불온서적의 역사는 매우 깊다. 가장 대표적인 불온서적(금서)으로는 허균의『홍길동전』이 있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 된 허균 선생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백성들을 선동하고 조선의 지배체제인 성리학적 사상에 위배된다하여 금서로 지정되었다. 이 홍길동전이 현 시대에 금서로 지정된다면, “매우 유치하고 동화 같은 내용을 금지한다.”하여 비웃음을 살 것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표적인 불온서적 스캔들은 2008년 국방부가 지정한 노암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 된다>와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그는 무정부주의성향으로 미국국적임에도 미국국가체제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불과 6년 전 대한민국에서 한국인도 아닌 미국인이 쓴 반미성향의 책이 불온서적에 지정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표현의 장이 넓어지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현 시대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상상이나 되는가.
 
이렇듯 불온서적의 목록을 보면 그 시대의 정치체제나 지배계층(권력)의 성향을 알 수 있다. 불온서적은 정말 불온(不穩)하기에 금지된 책이 아닌 정보습득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나라를 위한다는 위정자들의 권력유지에 필요한 사상통제무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불온서적은 무엇일까. 일단 현대사회는 인터넷의 발달로 독서량이 급감했다. 사실상 책이 갖는 지식전달의 의미는 작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불온서적은 인터넷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불온서적처럼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습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왜곡된 정보를.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진보성향의 ‘나는 꼼수다’라는 모바일방송 이후 대한민국에는 비정상적일 만큼 사상당쟁이 심해지면서 보수·진보의 서로 왜곡된 정보싸움이 치열해졌다. 기존의 조·중·동과 한·경·오의 언론대립은 이제 흔히 말하는 ‘일베(일간베스트)’와 ‘오유(오늘의유머)’같은 사이트로 이어져 서로 비난하며 왜곡된 정보를 쏟아 내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것에 선동되고 반대사상은 마치 ‘불온서적’처럼 여기고 눈과 귀를 닫는다. 심지어 중립성향의 사람들조차 어느 정도 그 둘이 제공하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로 국민 스스로가 불온서적(금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대립과 분열이 얼마나 심하면 국가의 대통령 단골 과제가 국민대통합이겠는가.
 
현 정부 들어서도 가장 이슈화 된 사건은 바로 사상대립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가장 큰 이슈는 참여정부시절 NLL발언에 관한 이슈이며, 하나는 국정원 대선개입이다. 여권은 NLL문제로 연일 야권을 몰아 붙여 보수진영을 단합했고, 야권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소스로 진보진영을 단합하여 집회를 열었다. 현 정부가 정권을 잡고 1년 간 이 문제로 싸웠다. 정권출범 이후 모든 시간을 이 문제에 허비한 것이다. 인터넷과 언론매체는 매일같이 이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문제는 정작 중요한 현안인 국정운영과 외교활동 그리고 연말·연초 예산안 구성 등에 대한 정보들이 이러한 소모전으로 묻힌 것이다. 정작 여권, 야권 모두는 대립하는 척하며 정보를 통제하는 것 일수도 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이며,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운영이 아닌 하나는 '종북몰이와 국방', 하나는 '반미 및 민주주의쇠퇴'라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정권 즉, 기득권싸움이다. 그렇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있을 뿐이다.
 
필자가 대학시절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다. “조중동만 보지 말고, 나꼼수만 듣지 말고, 둘 다 봐라”다. 한마디로 “편중되지 마라”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불온서적의 의미는 단순히 금지도서가 아니다. 바로 정보와 지식의 편향된 습득이며 제공이다. 또 이를 통해 편중된 사상이다. 독서를 통한 사고는 사라지고 습득만 있으며, 토론은 없고 비난만 존재한다. 날이 갈수록 사상 분열이 심해지는 가운데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만든 불온서적 속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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