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천리 산수유천리” 지리산 둘레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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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천리 산수유천리" 지리산 둘레길 단상

[피플투데이 선임기자]= 오늘 지리산 둘레 길을 걸었다. ‘우리 땅 걷기’ 팀은 늦은 밤 8시 30분에 서초구 양재역 12번 출구 쪽 국립외교연구원 앞에 집결을 했다. 전남 구례 쪽으로 출발할 대절버스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본 기자에게 배정된 좌석은 스타관광버스 38번이었다. 출발 후 1시간 30분여를 달리다가 정안휴게소에서 잠시 정차를 한 후 이후 논스톱으로 달리기를 계속했다.


늦은 밤 0시 30분쯤인가 보다 우리 일행이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이, 이나마 쉬지 않고 달린 결과다. 숙소로 정해진 곳은 구례군 청소년 수련관이다. 이곳이 90여 명의 사람들이 베이스캠프 삼아 이틀 밤을 묵을 곳이다. 3층 숙소로 올라가서 방 배정 표를 확인해보니 305호실이었다. 한 방에 열 댓 명씩 단체 합숙을 하게 된 거다. 방안에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었지만 동작이 빠른 사람들은 1층에 있는 공동 세면장에서 벌써 일을 끝내고 보다 신속하게 돌아왔다. 자연히 잠자리를 빨리 펴는 모습이다. 

꼬박 4간 이상 차를 탔다. 같은 자세로 꼼짝 못하던 근육이다. 몸을 놀려 잠시 딱딱한 근육을 풀어주었다. 어서 쉬자. 일찍 잠드는 것이 컨디션 조절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자정을 넘겨 새벽 3시 이후에나 잠들던 습관이 금방 고쳐질 것 같지는 않다.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자리에 눕자 그 자체만으로 편안했다. 여기저기서 부스럭거리던 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코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엎드렸다. 잠을 불렀다. 그랬다. 4시를 알리는 모닝콜 소리가 나기 전까지 세상모르고 잠을 잤다.

아침이다. 세면장 드나들기에 다시 바쁘다. 세수를 끝낸 사람들은 얼굴 다듬기에 한창이다. 속칭 여자들의 포장공사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버라이어티하기 그지없다. 화장, 그것은 여자들만의 특권이야!

여기저기서 몸놀림이 부산하다.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다. 식사시간은 7시에서 7시 40분까지다. 늦어도 8시에는 버스에 착석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따라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주방엔 아주머니 혼자뿐이다. 90여 명분의 식사를 아주머지 혼자서 마련했나 보다. 그래서 조반이 좀 신통치 않다. 그래 뭐 적당한 선에서 한 끼 먹는 거다. 

걷기 팀은 지리산 유스호텔 앞에 섰다. 지금부터 지리산 둘레 길을 걷는 거다. 이정표는 앞밤재와 남원 두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먼저 앞밤재 쪽으로 향했다. 모두 모여 안내 도반인 신정일 선생 앞에 섰다.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누군가 이정표 위해 등산화 한 짝을 올려놨다. 웃음이 빵 터졌다. 모두 고고! 산을 보며 들을 보며 부지런히 걸었다. 쑥도 밟히고 머우도 밟혔다. 마늘밭도 보이고 보리밭도 보였다.

와우! 저기 쉼터가 있다. 밤재 490m라 써진 이정표 앞에서 다시 한 번 멈췄다. 대열을 정비하는데도 그만이다. 조금 앞서 걸은 사람과 후미에 처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데 모이게 되니까. 잠시 발길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출발! 계척마을을 향해 걸었다.  

아름다운 꽃길이 원만한 곡선을 그리며 계속됐다. 서울에서 출발하던 때는 바람과 함께 빗방울까지 비치는 흐린 날이었잖은가. 그러나 지금 여기를 보라! 지리산 둘레 길은 선경이다. 하늘 아래 이 같은 꽃길이 따로 없었다.

“너희들 중에 누가 맨 처음 꽃망울을 터뜨렸니?”

“모두 다 함께요!”

“그런 거야 정말?”

“네에~ ^^*”  

화창하기 그지없는 최상의 봄날이다. 활짝 핀 미소를 거침없이 자랑하고 있는 화신들이 저마다 어여쁘고 투명하다. 덕분에 계척마을까지 계속되는 5.4km의 꽃길을 걷는 동안 한정 없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아~ 이런 봄날이 내게 주어지다니! 매화향이 은은하게 천지에 흐르고 있다. 노란 산수유는 또 그렇게 화룡점정을 찍듯이 매화 그늘 속에서 꽃눈을 반짝이며 수를 놓고 있다. 오 이런, 백년 초는 또 저만치서 “나도 여기 있어요!”하고 샛노란 얼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 꽃길이다. 봄 길이다. 우리 어쩔거나. 걷자, 걷자. 창공에 흐르는 매화 향기를 두 팔 벌려 가슴에 잔뜩 묻어나게 품으며 들이마시며 지리산 둘레 길을 그렇게 걷자. 매화 너희는 이만치서 그리도 천지에 가득하구나. 산수유 너희는 그리도 저만치서 별사탕처럼 달콤한 불꽃을 터뜨리고 있구나!  

지금 이렇게 지리산 둘레 길은 하늘 파랗고, 바람 곱고 매화 가득하고 산수유 가득하다.

 

 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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