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과 적극성 겸비한 이 시대의 봉사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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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 고문삼

[피플투데이 이문중 기자]=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급무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FTA 2단계 협상이 목전까지 다가왔다. 대한민국 농업 등 1차 산업에 치명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막연히 ‘시장경제’만을 내세우며 농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껏 야지에서 땀흘리며 농민들의 아픔과 고단함을 대변해온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 고문삼 회장은 한·중 FTA를 저지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금껏 나에게 믿음을 준 제주도 농민들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보이는 고문삼 회장을 만나 한·중 FTA의 부당성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 펼칠 노력들, 그리고 제주도 농가들의 수익 향상을 위해 가지고 있는 발전적 계획에 대해 들었다.

한중FTA반대! 생사의 기로에 선 제주농민
현재 제주지역 농민들의 분위기는 한껏 경각돼있다. ‘소탐대실’의 전형인 한·중 FTA 협상문에 우리 정부가 기어코 서명하려는 모습에 배신감마저 드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우선 우리 농업 등 1차 산업의 생존이 담보돼야 함에도 통상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듯해 안타까울 뿐이다. 이에 고문삼 회장은 더 적극적으로 제주지역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편, 행동력에 박차를 가할 뜻을 밝혔다.
“지는 31일에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한중FTA중단 제주도 1차산업 생산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도내 43개 읍면동에서 수 천 명이 참석 했는데요, 여러 조합장님들과 함께 한중FTA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낭독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수입농산물을 불태움으로써 적극적인 저항 의사를 재확인하며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금 한자리에 모여 수입농산물 반대 시위를 개최한 고문삼 회장은 인터뷰 내내 농민들의 아픔을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도 농업인의 대부분이 생업을 마다하고 한·중 FTA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1차 산업 비중이 19.8%로써,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50% 가까이 되기에, 한·중 FTA는 제주도 경제의 생사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고문삼 회장도 경제 개방에 무조건 반대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개방 이전에, 자국 농업의 체질 개선과 역량 강화가 선행되야 함에도, 한국 정부는 외교논리를 경제협상 테이블로 끌고 들어와 우리 농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니, 제주도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한·중 FTA 2차 협상이 타결되고, 본격적으로 중국산 농산물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감귤을 비롯한 제주도 주력 작물의 전체 매출액 중 약 1조 6천억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작년부터 협상 중단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에 결국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됐고, 기어이 오는 12월에 2단계 협상 진행될 것이라니 우리 농민은 이제 생존권 사수를 위해 싸워야하는 입장에 서게 됐습니다. 비록 박근혜 정부가 한·중 FTA와는 별개로 제주도 농업의 보호정책을 병행할 것이라 밝히고 있으나, 이제 우리 제주 농민은 정부의 말뿐이 아닌,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합니다. 우선 감귤 등 핵심 보호대상 농수산물 11종을 반드시 양허제외 품목으로 지정해야합니다. 제주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핵심 품목의 개방은 이번 2차 협상에서 반드시 제외됨은 물론, 앞으로도 강력히 보호돼야할 것입니다.”

“앞으로 제주농가의 저력 확보 위해 노력 거듭할 것”
고문삼 회장은 대외적인 투쟁활동과 함께 제주농업의 내실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내 19개 농업인 단체 소속 13,000여명과 함께 지속적인 제주농업의 발전을 위해 정책토론을 이어오고 있으며, 무엇보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광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와 같이 제주도의 모든 구성원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간 3~4회에 이르는 의견교환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고 회장은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린 의식에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고.
“사실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도내 토론회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우리 제주농민들은 모두가 제주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제가 짊어진 책임감이 한결 가볍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고 보는게 옳겠지요. 우리 농민들에게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고문삼 회장은 기후 온난화 등 자연의 변화에 대응해 제주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 구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에는 각종 야생동물, 특히 노루가 많은 피해를 입혔습니다. 하지만 보호동물로 지정돼있어 함부로 수렵할 수 없었죠. 이를 유해동물로 지정하려 노력했고, 이제 향후 3년간 유해조수로 지정돼 더 적극적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각종 자연적 요인으로 녹작물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작년에 도의회를 통과했으며 금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워낙 가뭄의 위험성에 노출돼온 제주농가 입장에서는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지역 농민들과 함께 일궈낸 성과들을 소개하는 고문삼 회장의 만면에서 뿌듯함이 보였다.

지(智) 덕(德) 노(勞) 체(體) 이념으로 사회기강 바로 잡는 4-H운동
사회적 변화의 급물살 속에서 농촌사회의 미풍양속과 기강을 유지해온 사회운동이 있다. 이른바 4-H운동이 그것인데, 4-H란 머리(Head), 마음(Heart), 손(Hands), 건강(Health)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의 머리글자(H) 네 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이들 단어의 의미를 각각 지(智), 덕(德), 노(勞), 체(體)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4-H운동은 국가의 장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4-H회’를 통한 단체활동으로 지·덕·노·체의 4-H이념을 생활화함으로써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사회교육운동이다.
“4-H운동이 다른 청소년 운동과 다른 점은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농촌에 애착을 갖게 하며, 농촌청소년의 경우 영농인으로서 자질을 배양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 교육이 지육·덕육·체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4-H운동은 노육(勞育)을 추가하고 현장교육과 실천과제 등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지요.”
4-H운동에 몸담았던 경험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일이라 평가하는 고문삼 회장. 그는 1980년 남제주군 4-H 연합회 회장을 맡은 후 서귀포시 4-H 연합회장과 (사)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금껏 꾸준히 농촌사회의 안정과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힘써온 봉사인이다.
“1981년 서귀포시 4-H 연합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돼 아름다운 서귀포시 만들기 사업에 힘썼고, 서귀포시 4-H 후원회 활동을 하면서 4-H회 지원 사업에 매진했습니다. 또 영농 4-H회원 과제 교육 등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농업은 제 삶의 중요한 요소이자 제주도의 경제 핵심입니다. 제주농가의 붕궤를 막고, 힘을 모아 꾸준히 발전해나가는데 큰 역할을 맡아온 4-H운동에 앞으로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또 그는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한 적과와 간벌, 열매솎기 등을 솔선수범해 실천하고 있으며 전국단위 행사인 서귀포시농업전람회를 매년 실시하며 제주지역 농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바 있다. 특히 제주 감귤산업에 큰 공을 들여온 그는 이번에 서귀포 4-H본부 회장과 함께 ‘서귀포시 4-H본부 농수산물직판장’을 준공하며 감귤을 비롯해 4-H회원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직판장을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모름지기 선배 농업인이자 4-H 회원으로서 후배들에게 더 나은 경제환경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정해진 직판장소가 없었습니다만, 이번 준공을 후배 4-H들이 더 활발히 농업에 집중하며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감회가 새롭습니다.”
‘서귀포시 4-H본부 농수산물직판장’은 총면적 894㎡에 지상2층 규모로 자부담 포함한 사업비 4억32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부대시설은 1층 농산물판매장과 2층 전시홍보·사무실을 마련해 회원이 생산한 농산물 전시 판매는 물론 본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행사장소로 활용하게 된다. 이날 준공식엔 우근민 도지사, 이상순 농업기술원장을 비롯, 회원 등 150명이 참석하며 큰 호응을 받았다.

항상 후배보기 부끄럽지 않는 선배이자, 책임을 다하는 농업인지도자로서의 삶에 충실해온 고문삼 회장. 젊은 시절부터 익혀온 4-H정신을 밑거름삼아, 이제는 제주도의 농촌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이자 봉사의 표본으로 성장한 그는 앞으로도 낮은 자세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포부를 고백했다. 아울러 항상 공부하고 배우는 제주농업문화를 이끌어, 과학농법의 새 역사를 열어가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담담히 밝히는 고문삼 회장에게서 제주농업의 밝은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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