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자유전학 발전 견인한 세계적인 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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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의 이론구조 발견,
집념의 연구로 성과 이어가

 [피플투데이 정혜미 기자]= ‘분자유전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서울대 김병동 명예교수는 고추를 15년 동안 집중 연구한 결과 고추의 매운 맛을 내며 항암, 진통 화합물인 ‘캡사이신’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확인하는데 성공한 주역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이라는 새로운 이론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에 근접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국의 DNA 원천 과학을 독보적으로 개척하고, 생명의 반도체인 종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는 세계적인 석학 김병동 교수는 국내 과학 학도들의 훌륭한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분자유전학 발전을 위해 쏟아온 혼신의 노력들
“미래는 생명과학의 시대입니다. 식량 뿐 아니라 예방의학, 생명과학까지 모든 것의 핵심에 바로 종자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내 농생명과학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데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원예학과에 부임하여 집념의 연구를 거듭해왔습니다.”
국내 분자유전학의 발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병동 교수. 고추연구의 캡사이신 합성유전자를 최초로 밝혀낸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현재 노벨상에 근접해 있는 세계적인 권위자로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그간 총 101편에 달하는 연구논문, 적극적인 학문간 융합연구 뿐 아니라 고급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김병동 교수는 서울대 농과대학 농학과 졸업 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에서 교수생활 을 하던 중 DNA구조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발견하며, 본격적으로 굵직한 연구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87년 귀국한 김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고추를 집중 연구하며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추 분자유전 연구를 종자육종에 접목,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그는 지난 1999년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이 지정하는 우수연구센터로 선정된 ‘식물분자유전육종연구센터’를 개소했으며, 식물 분자유전육종기술의 발전과 신종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한민국이 고추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원예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에는 세계 각국이 인간유전체사업에 열을 올릴 때였습니다. 기초 연구가 부족한 한국은 이 대열에 끼지 못했지요. 또 일본은 벼의 유전연구를 주도하며 미래 식량의 전략 산업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도전적인 첫걸음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현재 주력 종자산업으로 육성된 상태이며, 한국 종자 산업의 위상을 키우는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 차원에서 2012년부터 21년까지 향후 10년간 벼,·콩,·옥수수, 각종 채소 등 20개 품목 종자와 품종을 개발, 전략수출품으로 키우기 위해 총예산 4,911억 원(13년 350억원)이 투입되어 추진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김병동 교수의 연구업적이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금 고추연구 분야에서는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수한 후학들과 탄탄한 기업들이 육성되면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선 상황이죠.”
치열하게 연구에 매진하며 한국 분자유전학의 발전을 염원해온 그간의 길을 돌아보는 김병동 교수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의 새로운 이론구조 밝혀
또한 김병동 교수가 퇴임 직전 출간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이중나선 구조의 비밀, Foldback Intercoil DNA>는 그의 탁월한 연구 성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 책에서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던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이라는 새로운 이론구조를 담아 세계분자유전학적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남겼다. 새로운 DNA구조를 최초로 발견해, 이를 전자현미경 사진과 공간 모형을 이용해 그 특징을 면밀히 서술해낸 그의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핵산(DNA)에 숨겨진 새로운 구조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그간 미궁에 빠져 있던 복사, 전사, 재조합, 전이 등의 구조와 기능의 분자수준 작동원리를 통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시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이 규명될 경우 생명과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입니다. 관련 연구자들은 기존의 연구 개념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죠.”
김 교수는 현직에 있을 때에는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했지만, 퇴임 이후에는 혼자서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에 대한 다양한 연구 내용을 규명하려고 하니, 인력도 부족하고, 비용도 부담이 돼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학계에서는 오히려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의 연구결과가 노출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상황이라고. 이에 김 교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외국 학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고정관념의 틀을 깨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는 우리 현실에 답답한 심정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규명하여 과학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서 연구결과를 밝히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영영 선진국의 학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후학 양성에 나서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김 교수는 연구에 몰두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청소년 멘토링 강연에도 열심이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 분야의 발전상을 제시해주고, 학생들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는 이러한 김 교수와 뜻을 같이하는 석학들이 많다.
“한림원에서도 자체적으로 과학영재를 발굴하여 양성하고 있어요. 분야별 교수들과 학생들이 멘토와 멘티를 맺어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영재를 키워나가는 사업이죠. 저를 비롯한 한림원 교수들이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은 이러한 영재교육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과학중점고인 분당 중앙고와 제2차 3년간 협약을 맺고 한림원 소속 교수들이 릴레이로 방문 강연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그럽스 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주최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인근 불곡고, 낙생고, 한솔고, 대진고에서도 정기 강연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교수들의 강연만으로 학생들이 심층적인 과학지식을 배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일부 학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국가적으로 큰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김 교수는 굳게 믿고 있었다.
 
농생명공학 발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
“농업의 반도체산업이라 불리는 종자 산업은 수많은 유전정보와 각종 노하우가 집적된 종합과학기술이므로 고부가가치산업일 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의 핵심을 다루는 학문과 직결됩니다. 세계적으로 종자산업의 각축전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한국도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조금이라도 빨리 국가적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향후 생명과학이 국가의 전략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보유한 각종 식량 자원을 ‘전략무기화’하는 현 추세로 볼 때, 대한민국에게는 식량 자급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IT나 조선 산업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DNA구조 연구에 대한 투자도 국가 자원을 대거 투입해야 앞으로 한국에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가 부디 이름값을 하길 바랍니다. 창조는 바로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을 도전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그간 겉보기에 웅장하고 화려한 제조업에 대해 역량을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분자 생물학으로 대표되는 고등지식역량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농업생명공학은 단순한 먹거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유전공학, 종자산업, 각종 식품산업과 제약산업 분야까지 연관되는 근간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창조가 시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DNA구조와 종자산업을 예방의학으로 연결시키는 사업에 주력할 터
김병동 교수는 앞으로 DNA구조와 종자산업을 예방의학으로 연결시키는 사업에 대해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정책적인 추진력을 보탬으로써 DNA구조-종자산업-예방의학이 한국 주력의 융합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뜻을 표했다. 이에 대해 외국 연구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보내며 함께 하길 바라고 있지만, 젊은 시절 분자유전학 후발주자였던 설움을 잊지 않는 김병동 교수는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 구조를 활용, 본 연구에서 주도권을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젊은 교수들과 함께 미래 한국 분자유전학에 대해 끊임없는 의견 교류를 이어갈 것입니다. DNA는 연구비를 투자한다고 해서 곧바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지만 시작을 늦추면 국제경쟁력을 잃습니다. 작은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큰 성과를 얻는 것이죠. 앞으로 연구할 세월이 많이 남은 신예 학자들과 연구원들의 노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젊은 학자들과 함께 종자, 식품, 예방의학과 연결시켜 나가는 농업생명공학 연구의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김병동 교수의 열정적 모습에서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력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학과 졸업(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원예학과(석사)
미국 University of Florida(박사)

경력
미국 University of Rhode Island 식물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정교수
1999~2008 식물분자유전육종연구센터(SRC)소장
2002~2003 한국유전체학회 회장
2006~2010 한국식물분자표지연구회 초대회장
2009~2011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감사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상훈
1999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2007 상록인 명예의 전당 등재
2008 상록연구대상 수상

저서
한국고추의 분자유전과 육종(공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이중나선 구조의 비밀 FOLDBACK INTERCOIL DNA
씨알사상 씨알누리(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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