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전통의 정수, 용화사

용화사 수진 스님

  • 입력 2023.05.02 10:51
  • 수정 2023.05.02 15:37
  • 기자명 손경숙 기자·임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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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많은 전통문화가 현대화를 거치며 퇴색되어 가는 형편이다. 물론 대중들이 옛 문화를 쉽게 접하기 위해 현시대에 맞는 변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전통이 지닌 기본적인 정신이 희석된다면, 진정으로 전통을 잇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담양 용화사 수진 스님의 행보가 눈에 띈다. 수진 스님은 스승 묵담 대종사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승받아 후학을 양성하고 한국불교 문화의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는 존재다. 피플투데이는 도월(道月) 수진 스님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담양 용화사로 향했다. 

“스스로 정진하는 것이 불교”
담양 용화사는 1934년 차학신 스님이 백양사 담양지구 포교당으로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잠시 민가 집으로 돌아갔다가 백양사 묵담 스님이 6·25 시절 청류암이 소실되자 담양 신도와 청년 불자들을 중심으로 창건된 절이다. 이에 최초 창건자 되는 묵담 스님은 용화사에 인법당, 사적비 미륵오층석탑 미륵존불탑 창건연기비문을 조성했으며 전쟁 당시 자료가 유실되지 않도록 부처님 장경, 불상 묵서 등을 땅속 깊이 보관했던 것을 용화사에 옮겨 모셨다. 이후 제2대 주지인 덕봉지광 스님이 미륵전, 칠성각, 종각, 요사채 등 많은 업적을 남겼고 그 뒤를 제3대 주지 수진 스님이 이었다. 

“열일곱 살, 고등학교 1학년 때 작은 할아버지의 권유로 용화사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목담스님을 만나 중이 되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어린 제가 보기에 좋은 점이 참 많았습니다. 첫째로 가난한 형편에 끼니를 챙길 수 있고, 둘째로 마음대로 공부할 수 있고, 셋째로 마음대로 구경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저를 키워주신 둘째 할아버지가 그해 가을에 돌아가시고 하늘이 캄캄한 와중에 묵담 스님을 뵈었는데 마치 할아버지처럼 엄하시면서 포근한 분이셨죠. 그분을 따라 출가해 용화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묵담 스님은 율사인 동시에 경이면 경, 율이면 율, 논이면 논, 예식이면 예식, 다방면으로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부처님에 대해서는 금쪽같이 아셨죠. 특히, 묵담 스님은 의식의 대가셨습니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표현이 곧 불교 의식이니까요. 저 또한 불복장, 가사불사 등 다양한 의식을 전수 받았고 현재 저만큼 아는 사람도 드물지만, 묵담 스님의 모든 뜻을 제가 그대로 잇지 못한 것이 항상 죄송할 따름입니다.”

불복장작법, 한국불교의 전통을 잇는다
묵담 스님으로부터 여러 불교 의식을 가르침 받은 수진 스님은 전통이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한국 불교의 전통을 계승해 문화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불상, 불화 등을 조성하기 전 내부에 불교와 관련한 것들을 봉안해 생명을 불어넣고 예배대상으로 전환시키는 의식인 ‘불복장작법’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제139호로 지정되었다. 불교 신앙이 있는 많은 국가 중 부처님을 복장 점안하는 의식을 지닌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므로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러므로 전통을 전수해 후세들이 한국불교만의 의식을 앞으로도 계승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수진 스님은 직접 인재양성에 나서 불복장 후학지도를 하는 등 불복장작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수진 스님은 부처님의 계율을 잇고자 한국만의 순수한 해동을 탑에 새겨 고정했다. 탑은 제1대부터 제11대까지 조성되어 가르침을 그대로 잇는다. 이에 수진 스님은 “계율이 글로 전수되는 과정에서 율법이 바뀌어 무너질 수 있다”라며, “율법이 후대에도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요지부동한 탑을 만들어 율법을 고정시켰다”라고 전했다.

“계율이 어떻게 생겨났고, 해동율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가 기록해둔 것이 비니장(比尼藏)의 요해(要解)입니다. 해동율맥이란 끊어진 율을 부처님의 광명을 받아 다시금 부활한 것으로, 우리나라 유일한 해동인 한국 전통 불교의 산물입니다. 이에 ‘계율을 스승으로 삼으라’는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새겨 정진하고자 합니다.”

불교 유물의 중심, 용화사
2004년 용화사에 개관한 묵담유물관에는 묵담 스님의 소장품이었던 1000여권의 국보급 서적, 불상 2종, 불화 6점 등 100여 점이 넘는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왕 순조의 외동딸 덕온공주의 향낭주머니, 고종황제시의 상궁 정씨마마와 임상궁이 하사한 연장엄 패물 자수족자, 대한민국 보물 제737호 불조역대통재 등 다양한 불교유물 및 궁중유물이 전시되어 그야말로 대한민국 불교 역사와 문화의 현주소로 보인다. 수진 스님은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한 화려함이 아닌, 정말 전통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정신으로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지 늘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태도
마지막으로 기자는 혼란스러운 사회 속 현대인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부처님의 말씀을 물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가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벌어진 상황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자숙하며 올바른 삶의 방향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음을 알고 뉘우치는 자세도 필요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뜻처럼 몸가짐으로는 절제하고 입으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며 뜻으로는 항상 바르게 걷는다면 코로나19도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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