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칼럼]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 ‘작가, 건축가 보성군이 합을 이룬 역작’

김여진 기자l승인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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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문학관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문학관이다. 벌교읍에서 한 작가, 아니 ‘벌교읍’을 지리적 배경으로 집필된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중심에 놓고 이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문학관이었다. 조정래는 현존작가로서 ‘이런 영광을 누리고 있구나!’라고 내뱉고 나니 ‘이건 너무 가벼운 말마디구나’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태백산맥은 글 감옥소에 갇혀서 기나긴 시간 뼈 빠지게 고생하며 짜낸 고혈의 결과물이다. 조정래 작가가 내놓은 작품은 태백산맥, 아리랑 그리고 한강 등 여럿이지만 특히 10권짜리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유독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생채기가 너무나 많이 새겨져 있다. 5년이라는 짧은 해방정국에 이어 발발한 6.25전쟁의 와중에서 너무 많은 희생자가 양산된 비극의 역사가 기록됐으니 말이다. 이에 원통한 일을 당하여 한 맺힌 사람들은 그 얼마나 많을 것인가?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 대한 해원 의식이 있어야 했다. 문학관을 지은 ‘김원’ 건축가도 작가 노트에서 이점을 짚고 있다.

문학관은 소설 『태백산맥』의 첫 시작 장면인 현 부잣집과 소화의 집이 있는 제석산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소설의 시작도 정하섭과 무당 딸 소화의 사랑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태백산맥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를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빨치산 투쟁을 한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고, 그들도 희로애락을 알고 슬픔도 알고 기쁨도 알고, 자식도 사랑할 줄 알고, 그리고 애인과 사랑도 할 수 있는 인간이란 것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작품의 첫 장면을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라고 했다. 

태백산맥이 지면을 통해서 발표되는 기간 우리 사회는 독재와 반독재로 갈려 극렬한 민주화 투쟁이 계속된 시기였다. 조정래 작가는 1994년에 반공단체라고 하는 사람들 8개 단체에 의해 ‘용공 혐의’로 고발되고 그러기 전에도 경찰, 검찰, 안기부, 보안사 대한민국의 모든 수사기관이 나서서 내사를 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92년에 대검찰청에서 발표하기를 이미 350만 부 이상이나 팔린 책을 새삼스럽게 법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노동자나 학생들이 읽으면 이적 표현물 소지로 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문제가 없도록 하라‘는 단서를 달아서 태백산맥에 대한 사상적 족쇄를 거두게 된다.

예컨대 저자는 무려 11년 동안이나 각종 조사에 시달리면서 집필을 계속해나갔다고 한다. 독자들은 문학관이 소설 『태백산맥』의 첫 시작 장면인 현 부잣집과 소화의 집이 있는 제석산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건축가 김원의 작가노트에서도 목격된다. 소설 태백산맥이 땅속에 묻혀있던 역사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 의식 말이다. 그 부분을 건축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우리의 그 아픈 이야기가 묻혀있던 땅속에 있어야 하고 역설적으로 그 등줄기가 잘리는 아픔은 그대로 보여주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건축가는 ‘땅을 파 내려가 만든 토목 옹벽이 건축물의 벽을 형성하고 나머지 한쪽 옹벽에는 소설을 그림으로 그리고자 마음먹었다’,며 이러한 건축가의 의도에 부응하여 그림을 흔쾌히 맡아 준 이종상 화백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건물의 전체가 화가의 작품을 향해 놓이도록 했다’고 건축의도에 대해 일갈했다. 이어 역사성을 고려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담으려고 하는 건립 의도와 함께 건물은 밤에는 지하의 억울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탑 하나가 보이고, 옥상은 해원 굿의 무대가 되고 산줄기를 잘라낸 상처 자리는 치유와 화해의 대동놀이가 있었으면 했다. 

태백산맥문학관은 2005년 10.14일에 착공을 하여 2007년 11월에 준공됐다. 개관은 이듬해 11월에 이루어졌다. 전시실은 총 2전시실로 나눠 6개 마당으로 구분되었다. 1983년 집필을 시작하여 6년 만에 완결한 1만 6천여 매 분량의 육필 원고가 전시돼 있다. 이어 185건 737점의 증여 작품이 전시되어 풍부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문학관은 보성군의 지속적인 건립 의지와 작가의 혼과 건축가의 의도가 맞물려 의미 있는 전시공관으로 우뚝 서 있다.


김여진 기자  8434pj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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