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화장품 과학자에게 K-뷰티의 미래를 묻다

강학희 대한화장품학회 명예회장

  • 입력 2023.03.22 14:05
  • 수정 2023.03.23 13:18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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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작된 BB크림의 열풍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뷰티 브랜드는 시트마스크, CC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았고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대한민국 화장품의 세계화를 이끌어냈다. 

대한민국 뷰티 산업계의 몸집이 점차 커지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초일류 뷰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가운데, 약 40년의 세월을 화장품 연구에 매진해 온 인물이 있다. 대한화장품학회 강학희 명예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강학희 회장은 1981년 태평양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태평양 프랑스공장 공장장, 태평양 화장품생활용품 연구소 소장,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부사장을 거쳐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원장 및 대표이사로 활동했으며 세계화장품학회(IFSCC) 제59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 K뷰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뜻을 펼쳐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는 화장품 원료기업 ㈜스킨사이언스의 기술고문으로서 미래 화장품업계를 이끌어갈 전도유망한 인재들에게 노하우를 전하는 중이다.

 

혁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뷰티업계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 배경을 하나로 단언할 수는 없으나 에어쿠션, BB크림, 시트마스크 등 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선보이면서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뷰티업계가 성장 정체에 빠진 가운데 대한민국 뷰티업계에 다시 한 번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강학희 회장은 ‘혁신’을 강조했다.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인류의 삶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온 만큼 그 기업의 가치를 매우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제품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해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강 회장은 치약을 개발한 콜게이트와 염색제와 헤어무스를 개발한 로레알 그리고 마스카라를 개발한 메이블린 등 세계 최초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 기업들이 여전히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과 함께 놓칠 수 없는 것이 ‘재구매력’입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소비자가 사용해보고 만족감을 느껴 재구매로 이어지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태평양 연구소에 입사하여 로션을 연구할 때만 해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에 대한 큰 기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팀장, 소장 원장 등을 거치면서 재구매력의 중요성을 아주 크게 느꼈지요. 우선은 처음 제품을 피부에 발랐을 때 촉촉하게 스며드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동원되는 기술도 참 다양한데요. 그중에서도 ‘상전이온도’가 높아야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보습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과거와 달리 지금 세대에게는 평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떄문에 시대흐름에 맞는 메가트렌드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기후변화 문제,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디지털전환 등 미래 환경을 예측하여 그 시대를 살아갈 소비자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화장품,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자원이 풍족해지면서 의식주와 같은 삶의 필수 요소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사람들의 시선은 건강과 미(美)로 향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미용산업이 필연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시장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에 걸리지 않는 상태가 아닌 정신적/육체적/사회적 Well-Bing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100세 시대를 누리기 위해선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육체적 건강은 운동으로 지킬 수 있지만 정신적 건강은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요. 바로 자신을 가꾸며 젊게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실제로 미용이 주는 안티에이징의 효과는 생각 이상입니다. 대한민국 하위소득 20%와 상위소득 20%의 수명이 10년 이상 차이나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할수록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또, 중장년층의 사회활동 나이가 늘어나면서 염색이라든지, 메이크업 등 미용에 인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요. 단순히 치장을 하는 것뿐만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화장품산업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기술안보’, 글로벌 강국으로 가는 길
마지막으로 강학희 회장은 뷰티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기술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춰야할 역량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등 국가 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출 및 수입을 통해 교류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는 ‘기술 안보’가 몹시 중요합니다. 좋은 기술을 지니고 있으면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는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들과 이해관계를 통해 우호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기술을 지닌 나라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됩니다. 이것이 ‘기술안보’인 것이지요.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저는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갓 입사를 한 신입사원 교육이나 초임 임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하는 방법’입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자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지요. 그럴 때는 일에 대한 프레임을 바꿔야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기술안보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업무에 참여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입니다. 기성세대가 후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나라를 강하게 하는 힘이며, 젊은 세대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현업에 종사하는 후배들의 혁신상품 개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술 자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훌륭한 성과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배출해내고, 다시 한 번 K-뷰티의 건재함을 알릴 수 있도록 성장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화학공학과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과 박사 


태평양 프랑스공장 공장장
태평양 화장품생활용품 연구소 소장
대한화장품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장
대한화장품학회 수석부회장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 상무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 전무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 부사장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원장
한국콜마 대표이사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대한화장품학회 명예회장
㈜스킨사이언스 기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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