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 ‘만년설로 덮여있는 유럽의 지붕’

  • 입력 2023.02.28 17:07
  • 수정 2023.02.28 17:12
  • 기자명 김석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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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요흐에서 본 비경
융프라우요흐에서 본 비경

인터라켄 오스트역을 출발한 기차가 산비탈을 오르고, 아름다운 경치가 나타나면서 알프스의 산행은 시작된다. 기차의 차창으로 펼쳐지는 녹색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수목들이 여유롭게 서있고, 그 사이로 보이는 띄엄띄엄 집들이 한가롭기도 하다. 계속 반복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뚫고 20분 정도 올라온 기차는 ‘라우터브루넨’역에 도착한다. 이곳은 괴테가 찾아와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는 ‘슈타우프바흐 폭포’를 비롯하여 칠십 개가 넘는 빙하 폭포가 있는 곳이다. 기차가 방향을 바꿔 ‘클라이네샤이덱’역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속력을 내지 못하고 서서히 산을 오르고 있는 기차는 ‘토블러’라는 톱니 형 레일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고 산을 안전하게 오를 수가 있다.

‘라우터브루넨’을 출발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신비의 설경이 전개된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때마다 아름다운 그림엽서가 한 장씩 만들어지고 관광객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라우터브루넨’역에서 45분을 올라와 ‘클라이네샤이덱’역에 도착한다. 역을 둘러싼 목초지와 하얀 눈이 근처에 있는 호텔과 노천카페 등의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철길 옆 계곡에서 눈썰매와 스키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함성이 메아리쳐 들려온다. 
  

융프라우 가는 길_김석기 작가
융프라우 가는 길_김석기 작가

1896년 ‘아돌프 구에르첼러’ 라는 엔지니어가 딸과 함께 ‘융프라우’산행에 나섰는데 그 당시 알프스 철도 공사가 해발 2,061m에 위치한 ‘클라이네 샤이덱’을 종착역으로 한 설계도에 의하여 진행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아돌프 구에르첼러’는 철로가 3,454m의 ‘융프라우요흐’까지 연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융프라우’산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철도를 연장하는 설계를 시작하였다.  
  
그의 설계는 3,970m의 ‘아이거봉’의 바위를 뚫고 계속 올라가 4,099m의 ‘묀히봉’에 연결된 암반 속을 통과하여 ‘융프라우봉’과 ‘묀히봉’ 사이에 있는 ‘융프라우요흐’까지 터널이 연장되어 만들어지는 계획이었다. 가파른 경사 길의 산을 올라야 하는 동굴 속 철로의 안전을 위한 ‘토블러'의 설계도 이때 완성되었다. 상상을 초월한 ‘아돌프 구에르첼러’의 설계 계획은 스위스 의회에서 찬반의 격렬한 논의를 거친 끝에, 마침내 1896년 역사적인 철도건설의 첫 삽질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강설로 인한 기후의 악조건과 공사비 지원 부족 등의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고, 공사 중 공사장에서는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당초 7년으로 예상했던 공사는 미루어지고, 또 미루어지면서 결국 16년이라는 세월을 견딘 끝에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융프라우 요흐 철도
융프라우 요흐 철도

7km의 터널 공사와 ‘토블러’의 계획이 상상에서 현실로 바뀌는데 한 사람의 집념에 가까운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후 3년 만에 ‘아돌프 구에르첼러’가 세상을 떠나 그는 완공의 기쁨을 함께 하지 못했다. 1912년 8월 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유럽 최고의 철도로 손꼽히는 융프라우철도가 개통되었다.

‘클라이네샤이덱’을 출발한 기차는 길고 긴 암흑의 터널로 들어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을 한참 동안 달리던 기차가 터널 중간에서 멈추고, 승객들은 잠시 하차하여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알프스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아름다운 설경이 가슴을 벌렁거리게 하는 충격을 만들어준 ‘아돌프 구에르첼러’의 동판 초상이 어둠침침한 기차역 프렛 홈 작은 기둥에 외롭게 매달려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만들어준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융프라우요흐 전망대_김석기 작가
융프라우요흐 전망대_김석기 작가

 

생활물품들과 음료수 등의 물자는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철도로 운송되며, 이곳에서 사용하는 공업용수는 눈을 녹인 물을 사용하고, 발생하는 하수는 ‘그린델발트’까지 9.4km에 이르는 하수관을 통하여 철저하고 완벽하게 위생 처리된다. 아름다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국민들의 철저한 환경보호 의식이 스위스를 가꾸고 유지해 나가는 위대한 힘이 되고 있다.  
 
해발 4,158m의 ‘융프라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의 하나로 ‘젊은 처녀의 어깨’라는 뜻을 갖고 있는 신비스러운 산이다. ‘라우터브루넨’ 계곡에 위치하며 ‘인터라켄’ 남남동쪽 18km 지점, ‘베른알프스 산맥’에 위치한다.  
  
1811년 스위스인 ‘루돌프마이어 형제’에 의하여 등산이 시작된 ‘융프라우’와 ‘묀히봉’ 사이의 ‘요흐’(고갯길, 3944m)에는 스핑크스 전망대와 함께 빙하를 뚫어 만든 4층의 얼음궁전이 있어 관광객들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융프라우요흐’의 정상으로 나가 강한 바람과 하얀 설화 속에 양팔을 넓게 펼친 순간의 충격적인 감동은 그 어느 산을 정복한 산악인들의 그것에 못지않은 기쁨과 자랑이 함께 동반되는 일이다. 어떻게 글로 말로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알프스 풍경_김석기 작가
알프스 풍경_김석기 작가

한순간의 감동을 뒤로하고 알프스를 내려오는 기차여행도 변함없는 아름다움의 연속이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그린델발트’를 경유한다. ‘그린델발트’는 1,034m의 고원에 위치하여 4,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사는 산악 마을로 고원목장이 있는 빙하마을로 국제적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여름에는 등산과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로, 겨울에는 스키어들로 북적거리는 마을이다. 목축업과 치즈 가 이곳의‘하우프트’거리를 중심으로 호텔, 레스토랑, 상점들과 함께 발전하고 있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신비스러운 동화 속의 나라 알프스의 설국을 뒤로하며 아쉬움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스케치 북에 옮겨 보지만 마음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융프라우요흐에서의 작가
융프라우요흐에서의 작가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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