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영원함을 담는 포토그래퍼, ‘란 스튜디오’를 만나다

김재환 란 스튜디오 회장

  • 입력 2023.01.19 14:12
  • 수정 2023.01.19 17:34
  • 기자명 박예솔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 동네 골목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추억의 사진관을 국내 최초로 기업형 스튜디오로 성장시킨 란 스튜디오는 최고의 사진만을 고집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란 스튜디오의 창립자 김재환 회장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장면들을 앵글에 담아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을 수행하며 존영을 남겨왔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아버지 부시 대통령, 고르바초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셀 수 없이 많은 국가지도자급 인사들의 의전사진을 비롯해 3군 사관학교 졸업식 촬영 등을 도맡아 왔다. 피플투데이는 경복궁 옆에 자리한 란 스튜디오를 방문해 김재환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란 스튜디오의 차별화 전략, ‘고객감동’의 시작
동네 사진관이 친근한 맛이 있다면, 란 스튜디오는 첫 시작부터 고급화 전략을 철저히 고수하며 차별화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오래도록 국내외 국가원수부터 정재계 인물들과 국빈들을 수행하며 의전이 몸에 베인 김재환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실제로도 김 회장은 란 스튜디오의 고객을 위해 의전 수준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직원 교육도 마찬가지다. 

“포토그래퍼의 실력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판가름이 납니다. 만족도가 떨어지면 바로 폐기합니다.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 실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느냐하면 피사체에 대한 연구와 애정에서 나옵니다. 촬영자가 얼마나 좋은 마음과 평소에 어떠한 인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사진에 드러납니다. 움직이는 영상물과 달리 사진은 피사체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포착해 피사체가 가진 많은 정보를 담아내야 하는 단 한 장에 담아내야 하는 고도의 영역입니다. 특히나 국가 원수부터 고위층의 사진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들의 영상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여러 대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장면의 순간들을 포착해 머릿속에 구도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또한, 일찍이 청와대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의전을 공부하고 연구해왔습니다. 저는 의전을 위해 김치와 마늘을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또, 촬영이 있는 날이면 반드시 예복을 갖춰 입습니다. VVIP뿐만 아니라 란 스튜디오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헤어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갖춰서 오는 분을 아무렇게나 입고 기다려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고객에게 친절하게 다가가야 고객들도 마음을 열고, 사진을 찍을 때 본인에게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표정을 짓게 됩니다. 직원들에게도 늘 친절한 말투와 친절한 마음가짐을 교육하는 이유입니다. 정말로 혹독하게 혼나면서 배웠지요. 란 스튜디오만큼 고객을 섬기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사진에 담기는 것은 한 사람의 역사다
사람들은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과거에는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거나 졸업할 때 스튜디오에 와서 기념사진을 찍어 소중히 간직하기도 했고, 군대 가기 전 또는 전역 이후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사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김 회장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쉽게 촬영하고, 쉽게 지우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와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담아내는 것이 포토그래퍼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의 존영을 남길 때에는 당선 직후가 아닌 임기 말에 남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대통령이 됐을 때와 5년 후 대통령으로서의 삶을 겪은 세월이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이 역사인 것입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더 이야기하자면 역대 대통령들의 존영을 찾아보면 모두 같은 각도, 같은 배경, 같은 포즈를 취한 존영만을 걸어놨습니다. 사진은 시대를 반영하여야 하는데 그런 것들은 고려하지 않은 처사입니다. 지금 대통령의 가장 좋은 면을 촬영해서 남겨야 하는데 말이지요. 대통령의 존영은 국가의 얼굴이자,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입니다. 앞선 대통령의 존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품격과 역사를 드러낼 수 있는 존영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소통으로 초심을 지키다
한편, 김 회장은 만 70세의 나이에도 현직 포토그래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사진을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가 최근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배경’이다. 영상매체를 감상할 때에도 그는 주인공의 연기보다 배경에 관심을 두고 살핀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부터 영국과 미국 등 서양의 소품을 수집해 사진과 접목시켜왔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직접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TV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해 과거 시대를 반영한 작품들을 보면 서양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죠.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품 연출을 보면 즉시 화면을 촬영해서 우리 란 스튜디오의 스탭과도 함께 연구합니다. 인물사진은 단순히 얼굴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배경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지요. 예컨대, 배경에 국기, 군기, 유엔기 등 상징기(旗)를 넣은 것도 제가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국기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으나 시대가 지나 완화되면서 3군 사관학교 졸업사진 배경에도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도 전부 수없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물입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점차 줄고 있지만, 김재환 회장과 란 스튜디오의 프로정신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사진은 역사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역사를 보존하는 일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김 회장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해본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