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인술, 비뇨기 질환을 위해 헌신하는 명의를 만나다

권성원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으며, 20년 뒤에는 35%를 돌파해 인구 3명당 1명은 노인일 것이라고 전망된다. 기대수명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기대수명은 83.6세이며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시간이 확장되는 반면, 살아가는 시간 동안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은 여전히 문젯거리다. 그 때문에 다양한 건강 기능 식품과 PT, 필라테스 등 각종 운동에 관한 정보를 우리 삶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건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노인층의 경우, 시기에 맞는 적절한 건강관리는 필수다. 어떤 질병이든 노인들에게 위협이 되지만 그중 암은 사망 원인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노인층에서 발병 위험이 커 주기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이 하나 있다. 바로 비뇨기암이다.

여기, 비뇨기 의학을 위해 평생을 매진한 한 의사가 있다. 1940년에 태어나 전쟁 직전 6살의 어린 나이로 아버지와 함께 월남한 권성원 교수는 “아들 중 하나는 의사 만들면 좋겠다”라는 부친의 말에 따라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해 학사를, 이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의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찰하는 것은 물론, 1973년 해군 제대 후 연세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후로 약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권 교수는 여전히 병원 진료실에서 비뇨기학과 의사로서, 대학 교단에서 교수로서, 또는 협회의 일원으로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권성원 교수의 이력과 업적, 그리고 의료계에서 의료인으로서 살아온 세월을 보았을 때 많은 후배에게 그야말로 ‘전설’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야흐로 기대수명이 늘어나 ‘질적인 삶’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대다. 이에 의료의 역할은 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막중하며 소중하다. 피플투데이는 비뇨기과의 살아있는 역사, 강남차병원 권성원 교수를 만나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았다.

한국전립선-배뇨관리협회, 전립선을 알리고 봉사 실천의 꽃을 피우다
비뇨의학과는 신장, 요관, 방광, 생식기관의 외과적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며, 전립선 질환은 주로 노인층이 대상이다. 처음 전립선협회가 창설되었을 시기에는 비뇨기 질환의 인지도가 낮아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질병조차 대중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의대 비뇨기학과 김영균 교수는 전립선 계몽과 검진사업을 위해 1995년 한국전립선협회를 창립했으며, 그 뒤를 이어 2001년에 권성원 교수가 제2대 회장으로 역임했다.

“현시대의 노인들은 이 나라의 가장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온 분들입니다. 이분들 중 절반 이상이 배뇨장애에 시달리고 계시죠. 통계적으로 60세 이상 남성의 60%, 70세 이상의 70%가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를 겪습니다. 서구에서 전립선암은 남성 암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질병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전립선 질환의 관리는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노년층에게 이러한 정보를 알리고 진료를 통한 역학적인 관리를 해드리는 것이 전립선협회의 존재 목적입니다.”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을 묻자 권 교수는 “협회장을 맡아 맨땅에 헤딩하듯 협회를 이끌기 시작한 때”라고 전했다. 1997년 말에 일어난 IMF으로 인해 전립선협회 또한 자연스럽게 폐업의 위기를 맞았을 때 회장을 맡게 된 권성원 교수는 눈앞이 캄캄했다. 도저히 협회를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권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이것이 숙명임을 받아들이고 제2대 회장으로서 협회를 이끌게 되었다.

권성원 교수가 협회의 회장으로서 전문의학자들과 함께 봉사 사업을 펼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긴 세월 동안 재정난 등의 다양한 시련이 있었지만 권 교수는 “인생의 고비마다 운명적으로 귀인을 만나 힘든 고비를 넘겼다”라고 말하며 귀인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남은 생은 어르신들에게 헌신하겠다”라고 전했다.

“20년의 세월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무료 검진 사업으로 서울 근교 보건소에서 저소득층 노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전립선 질환 강의와 검진을 시행했습니다. 도서벽지 진료사업의 지역 선정 기준은 사방 100km 안에 대학병원 규모의 진료 기관이 없는 곳, 비뇨의학과 간판이 없는 곳으로, 대학병원 장비를 다 갖추고 최고의 명의들이 방문하여 환자들에게 진료와 위로를 전했죠. 그동안 진료한 환자 수가 누적 10만명에 달하고 총 이동거리는 10만km입니다. 시혜 액수를 따지자면 200억원에 달하고 그동안 함께 봉사한 자원봉사자도 연인원 1만4000여 명입니다. 돌이켜 보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봉사를 이어왔죠. 의료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비포장도로 길이 험해서 봉사대원들이 멀미를 심하게 겪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진료 봉사를 다니며 환경이나 형편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도서벽지는 환경이 열악하고 진료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아파도 호소할 곳이 없는 어르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활발히 이어온 도서벽지 순회 진료 사업도 코로나19 상황 앞에서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비뇨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층은 코로나19에도 가장 취약한 연령대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봉사를 중단했지만, 다행히 지난 2022년 11월, 충남 서천군에서 권성원 교수를 비롯한 무료 진료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500여 명의 노년들에게 무료 검진과 건강 강좌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협회는 지방 노년들의 보건 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 협회는 남성 전립선 질환뿐만 아니라 여성 요실금 등 협회의 분야를 배뇨 관리 전 영역으로 넓히기 위해 협회의 이름을 ‘한국전립선관리협회’에서 ‘한국전립선-배뇨관리협회’로 바꿨다. 이에 코로나19 상황 직전부터 운영한 여성 요실금, 중풍, 치매 환자들 등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배뇨장애 관리 돌봄 제공자 교육 사업을 확장했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환자보호자, 간병인 등 도뇨관 및 배뇨장애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대에 맞는 수준별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제공했다. 또한, 현장에서 환자 배뇨 관리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협회 홈페이지 연락망을 통해 최고 권위자에게 비대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1:1 전문의 상담 시스템”을 갖췄다.

전립선협회의 재능기부, 연구 등의 쌓인 족적은 모두 학문적 자료로 정리되어 국내 비뇨의학과 의료진들이 이용할 수 있다. 이에 관해 권성원 교수는 “연구 기간 20년, 연구 대상 10만명의 기록을 모두 전산화하고 논문으로 남겼다”라며, 이는 “이러한 기록이 학문으로 정리되면 더 큰 질병 관리의 서광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전립선 시원한 배뇨>, 창간 20주년의 영광을 맞이하다
노인층들에 전립선 질병을 알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자 발간한 의료전문잡지 <건강한 전립선 시원한 배뇨>도 어느덧 창간 20주년을 맞이했다. 평생 펜 대신 수술 도구를 잡은 의사로서 글쓰기, 편집 운영, 광고 계약 등 생소한 업무에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권성원 교수는 폐간 위기를 겪으면서도 20년간 잡지에 전립선협회의 이념을 담아냈다.

“<건강한 전립선 시원한 배뇨>는 처음에 계간지 <전립선>으로 시작해서 매호 8000부씩 무료 배포하고 10주년에 27만4000부를 달성했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지금은 48만8100부를 기록했죠. 다 쌓아놓으면 백두산 정도의 높이가 될 겁니다. 이는 많은 분의 정성과 도움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무식이 힘이라고, 의사로서 잡지 발간에 무작정 뛰어들어 발행인이 되어 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진료와 강의, 봉사를 병행하며 칼럼과 발행인 글을 써내는 건 약과였죠. 가장 힘들었던 일은 잡지 발행 예산을 위해 광고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칼 잡고 수술하던 의사가 영업사원이 되려니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공헌 정신을 지닌 착한 기업들의 적선 덕분에 무사히 잡지를 운영할 수 있었죠.”

한편, 권성원 교수는 비뇨기의학과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공로로 2005년 보건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 2012년에 ‘제1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2016년에 ‘제44회 어버이날 정부포상 한국전립선관리협회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에 이어, 2020년에는 ‘제36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보령의료봉사상은 국내 최고 권위 의료봉사상으로, 의료를 통해 이웃들에게 인술을 베풀며 헌신하는 의사를 발굴해 수여한다.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달린 한 명의의 삶을 들어 보면 인간성의 소외로 삭막해진 세상에 큰 위로로 다가온다. 

 “의사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 가고 의사 교육을 무사히 마치는 등 사회로부터의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은 덕이 큽니다. 그러므로 일생 저의 재능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의 본질은 인술(仁術)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이라는 의미죠. 의학은 착한 학문, 의술은 착한 일이고 의사는 착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무조건 치료해주어야 하고, 이것이 의사로서의 ‘베풂’입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사는 날까지 직접 찾아가는 의사로, ‘전립선 전도사’의 길을 걸으며 비뇨기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끝까지 돕고자 합니다.”

 

Profile
1965 부산대학교 의학 학사
1970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 석사
1974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1991 제3회 국제영상비뇨기과학회 올림푸스상
1996 제3회 대한의용생체공학회 메디슨 의공학상
1997 동아의료문화상
2005 보건의 날 국민훈장 동백장
2012 제1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2016 제44회 어버이날 정부포상 한국전립선관리협회 대통령표창
2020 제36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1973~1976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979 일본 니혼대학교 의학부 연구교수
1976~2002 이화여대부속 동대문 병원 비뇨의학과 주임교수
1985 독일 뤼벡의과대학 연구교수
1985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
1996~1998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
1999~2001 제4대 대한의학레이저학회 회장
2001~2020 한국전립선관리협회 회장
2020~ 한국전립선-배뇨관리협회 상임고문
2005~ 차의과학대학교 비뇨의학과 석좌 교수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