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남 화백, 푸른 고향을 그리다

장부남 화백 / (사)한국청소년미술협회 이사장 / 한국미술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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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화면을 가득 메운 장부남 화백의 그림을 바라보면 파릇한 청춘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원로 화백의 젊은 화가 못지않은 열정이 나이프를 통해 입혀진 조형이야기다. 장 화백은 현재 한국청소년미술협회의 이사장으로서 한국 미술의 미래를 위해 후학을 양성하며 개인 작업실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그림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피플투데이는 장부남 화백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그를 직접 만나 시간을 보냈다.

“남들은 나를 팔십 먹은 노인이라 하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은 이팔청춘이며 장미꽃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뛰곤 합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지금 과거를 되돌아보니 많은 일들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열정이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드넓은 초록 평야, 캔버스에 담기다 
장부남 화백은 이북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11살에 청주로 피난을 와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한민국의 암흑기였던 시절이지만, 장 화백은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며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넓은 연백평야에서 뛰놀며 콩청대를 하고 개구리와 메뚜기를 잡아먹던 일, 미군이 버린 깡통을 주워 밥을 얻어먹던 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하다고 말하는 장부남 화백. 이런 장 화백의 그림에는 화백의 다채로웠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장부남 화백에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묻자, 장 화백은 당시 화백이 다녔던 청주 교동 초등학교의 이호우 선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4학년 때 이호우 선생님을 만나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그림을 격려해주시고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을 땐 그림 지도도 직접 해주셨죠. 칭찬받고 상을 타고, 어머니께서도 저의 그림을 자랑스러워해 주시니 그때마다 그림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사범학교를 다니며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술반에서 몰래 그림을 그려 미술대학에도 입학하게 됐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며 서양화와 추상화에 큰 매력을 느껴 지금의 저의 작업을 지속하게 되었죠.”

장부남 화백 작품의 가장 주된 소재는 ‘고향’이다. 장 화백에게 황해도 연백은 현재 갈 수 없는 장소이지만 유년의 눈으로 바라본 고향의 기억은 여전히 장 화백의 마음에 고스란히 담겨 그림으로 표현된다.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꿈처럼 아득한 장소이기에 장 화백의 그림에 나타난 고향의 모습은 무수한 추억이 푸른 녹색의 물감으로 두텁게 덧칠되어 아주 간결하고, 그러므로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의 이야기를 캔버스에 각각의 색채로 담습니다. 그리고 파란색으로도, 밤색으로도 덮어봤어요. 내 삶이 이렇게 좁지는 않았지, 하며 폭넓은 인생을 살아왔으니 무한하게 이어진 인생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유년 시절은 노란 색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온 청년 시절은 파란색으로,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벌기 위해 고생하던 시절은 검정색으로 캔버스 한 구석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노년에 와서 마지막 시절을 캔버스로 덮어버리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릴 적에 살던 황해도 연백평야, 가을의 벼가 익어가는 색으로 덮다가 최근에는 자연이 느껴지는 초록색으로 덮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제가 삶을 덮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을 보면 초록색으로 뒤덮인 화면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다른 색들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흔적들이 바로 제가 아무리 덮고 덮어도 덮어지지 않는 지난날의 기억들입니다.”

 

한국청소년미술협회, 아동 미술 교육을 위해 힘쓰다
학교 설립을 꿈꿔왔을 정도로 미술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던 장부남 화백은 교수로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아동들에게 미술의 기쁨을 알려주고자 유치원 원장으로서 미술 교육을 연구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청소년미술협회에서 이사장을 맡아 미술 대회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여러 분야의 미술 교육 분야를 연구해 전문 지도 강사를 육성하는 등 후학을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미술 교육이 많이 사그라져버린 지금, 한국청소년미술협회는 정기적인 대회와 교육을 통해 공교육의 부재를 메꿔 나갈 것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아동미술전문지도자 자격을 비롯한 7개의 민간 자격증을 등록했고 세계 여러 나라 청소년과 함께할 기회를 만들고자 국제교류전, 초대전 등도 열었습니다. 연례행사로는 대한민국청소년미술대전과 전국장애청소년미술대전을 20년 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싶기 때문에 비용을 고려하거나 순위를 가리기보다는 더 많은 참가자들에게 상장과 메달을 수여하고자 노력합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심성 교육을 위해서 미술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생 붓을 잡는 화백
장부남 화백은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고자 화집<張富男>과 자서전 <하늘이남보: 화가 장부남의 예술적 삶>을 펴냈다. 특히 자서전은 혼란과 격동기를 살아온 장부남 화백이 할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손자, 손녀에게 전하는 삶의 메시지다. 자서전의 제목인 ‘하늘이남보’는 장부남 화백의 어머니가 생전 하신 “하늘 아래 남자 녀석이 바보 같으니”라는 말씀이 돌아가신 후 귓전에 맴돌아 어머니를 기리며 붙였다고 전했다.

“칠순 때는 화집을, 팔순 때는 자서전을 발간했습니다. 아동 미술 교육을 위한 도서도 저술했고 지금도 꾸준히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그린 그림 중 제일 큰 작품이 100호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1000호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Profile
청주사범학교 본과 졸업, 중앙대학교(예술대) 회화과 졸업
개인전 24회,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등 400여회 출품
충청대학교,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외래교수 역임
대한민국회화제 대표,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 역임
대한민국(국전)미술대전, 서울미술대상전 등 운영위원장 및 심사위원장 역임
2019 대한민국미술대전 조직위원


한국미술협회 고문
현대미술 신기회 자문위원
씨올회 자문위원
대한민국회화제 상임자문위원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산하 한국미술품 감정평가위원회 최고 총괄위원
한일미술교류회 고문
동경 현대미술가회(현전)정회원
국제미술위원회 운영위원
중앙대학교 총동문회 고문
2019~2021 국제아트페어 집행위원장
(사)한국청소년미술협회 이사장
Phnom Penh International Institute of the Arts 명예교수

작품소장
일본한국문화원, 라마다올림피아호텔, 서귀포미술관, 청주검찰갤러리, 한국발명진흥청, 양평천주교회, 서울고등법원, (주)메디슨, 청주검찰청, 청주교육대학교, 한국장학재단, 춘천우체국, 청주대학교, 리안호텔, 한국금융연수원, 속리산골프장, 캄보디아프놈펜국제예술대학, 올리브실버케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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