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얼’로 전통문화 되살리기 위한 노력, 무용으로 구현되다

박미영 단국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박미영 무용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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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림을 감상할 때 화가의 영혼을 느낄 수 있듯, 무용 또한 그렇다. 신체를 도구로 표정과 움직임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무용은 어떤 사람이 춤을 추느냐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진다. 박미영 무용단의 박미영 예술감독은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라는 故 이매방(인간문화재) 선생의 제자로서 그의 철학에 따라 정갈하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춤에 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피플투데이는 박미영 교수를 만나 한국전통무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은 전인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분야입니다. 제 무용 세계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현재는 저의 예술관이 확립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한국의 ‘얼’, 전통무용에 담기다
최근 박미영 예술감독은 (사)해외한민족연구소와 공동주최로 한국전통무용인 ‘얼(soul)’ 공연을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 올렸다. 이 공연은 한민족의 얼을 한국전통무용으로 풀어내어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획으로 제작되었고 성황리에 마쳤으며 국내외 기업체의 지원을 받아 올 12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앵콜공연을 하게 된다. 공연 내용은 1장 천상, 2장 지상, 3장 연옥, 4장 환생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은 업경대에 비춰진 춤추는 모습을 이승과 저승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승무로 표현했다. 2장은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백성의 얼, 그리고 연산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부모에 관한 효를 보여주는 임금의 얼을 태평무와 함께 풀어냈다. 3장은 이승도 저승도 가지 못하는 영혼을 위해 굿을 하고 한을 푸는 살풀이춤과 무당춤으로 우리나라 민속 신앙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4장은 인생의 무상함과 현세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하며 살아야 함을 강조하는 사철가를 노래하며, 영혼을 씻고 새로운 삶으로 환생하는 절정 부분인 삼고무를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전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영혼이 담겨 내려오는 것입니다. 무용 인류학자 주디스 린 한나(Judith Lynne Hanna)는 춤은 기본적으로 몸적이지만 이러한 몸을 초월하는 영적인 그 어떤 것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무용에는 선조들의 모습과 영혼이 고스란히 묻어져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전통문화를 집약하여 외국인, 해외동포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한국전통무용이 얼마나 세계적인가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 것이 소중하다는 말처럼, 스스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관심을 가져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전통을 지켜내는 일
박미영 예술감독은 한국무용을 대중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춤과 그림을 접목하여 같은 주제로 공연과 함께 그림 전시를 한 ‘춤으로 그림을 보다 - 잔상 Afterimage’이 바로 그 예이다. 또한,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한국무용으로 표현한 바 있다. 박 예술감독은 “관객은 현대 예술에서 더 새롭고 충격적인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공연은 관객의 기대치 이상을 해줘야 한다”라고 전하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신선한 예술을 구현하기 위한 창작 작업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통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습니다. 공연이 성공하려면 관객 입장에서 바라보고 지루한 부분은 과감히 삭제해야 합니다. 동시에 전통성은 유지하되 현재의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새로움을 창조해야합니다. 현재 떠오르는 분야인 메타버스 가상공간과 전통무용을 결합한 콘텐츠 개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예술감독은 우리의 전통문화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무용에 많은 관심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전통무용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 공연은 자주 보러 갑니다. 그러나 국경일에 전통무용 공연을 보러 가지는 않습니다. 한국무용을 좀 더 친숙한 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의 가부키처럼 국가적인 지원 아래 전통무용 마케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무용의 대중화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시민들에게 전통무용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한국무용가들의 흥을 마음껏, 신명 나게 펼칠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곧 한국전통문화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무용인들도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서로 아껴주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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