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일궈낸 아름다운 삶

가풍국 전통창호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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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의 어린 나이로 목공업에 뛰어들어 명장의 자리까지 오른 가풍국 명장은 현재 명장창호공방을 운영하며 여전히 나무와 친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국보 224호 경복궁 경회로 문장, 경교장 등 70군데가 넘는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수하였다고 전하며 웃는 가 명장의 표정은 마땅한 자부심으로 빛났다. 

나무에 관한 애정으로
가풍국 명장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나무들’이라는 100가지 나무 표본을 전시판 형태로 제작해 보급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100가지의 나무 표본은 가 명장이 품은 나무에 관한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판을 보시면, 나무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다 씌어있습니다. 제가 식별할 수 있는 나무가 한 150종이 됩니다. 이만큼 나무를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죠. 제 주특기가 나무를 한 번 보면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도 그 나무를 잊지 않아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풍국 명장의 대표작 ‘원목 나이테 상감문’은 우리나라 나무 나이테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또한, 가 명장이 오랜 시간 쌓아온 견고한 기술이 집약되어 발명특허(제0436520호)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기에, 그 의미가 깊다.

“꿈에서 이 상감문을 보고 제작하기 시작해서 10년간 연구 끝에 시중에 나오게 됐습니다. 18칸에 18가지 나무가 들어가 있어요. 나무를 모르면 제작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금이 가지 않게 나무를 가공하고 벌레 먹지 않게 관리하고. 또, 나무도 나이테가 아름다운 것을 선별해야 합니다. 각각의 나무별로 관리하는 방법도 다 달라요.”

 

 

타지에서도 멈추지 않는 노력
30대 중반, 일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모집한 채용에서 가 명장은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타지에서 외국인의 위치에 있음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감독의 일을 맡았다.

“그들은 외국인이어도 기술이 좋은 사람은 그만한 대우를 해줍니다.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춰요. 일본에서 3년 근무한 끝에 결국 반장 임명을 받았죠.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이란 등에 가서도 제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또한, 가 명장은 ‘공부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도, 기술도 전달할 수 없다’라며 일하는 와중에도 공부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주경야독을 몇 개월 하니까 말이 통하더라고요. 영어 공부는 검정고시 칠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민학교 밖에 못 나왔다 보니 사회에서 모르는 게 참 많았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결국 귀국하고 공방하며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 나오고 쉰아홉에 전문대 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멈출 수 없는 연구
가풍국 명장은 고전의 기술과 현대의 기술을 전부 섭렵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여전히 기술 습득에 끝은 없다며 연구에 매진하는 가 명장의 삶은 열정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이 분야에서 통달하는 사람은 없어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지. 지금도 연구하다가 몰라서 답답하면 형님한테 전화해보고 스승님한테도 여쭤보고. 연구는 한도 끝도 없이 하는 겁니다. 또, 이제는 후진을 양성해야죠. 교육을 부탁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런 곳에서 가르치다가 생을 마감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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