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연구로 밝히는 온실가스 메커니즘

서울대학교 빙권과학교육연구센터 안진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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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가뭄, 거센 태풍 등 최근에 발생한 자연의 이상 현상은 우리가 더 이상 기후 위기 문제에서 눈 돌릴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연구는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는 빙하 및 고기후에 관련한 연구를 지속하며 환경 파괴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대처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안진호 교수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인터뷰 진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피플투데이 독자들을 위해 서울대학교 빙권과학교육연구센터 소개와 함께 안진호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빙권과학교육연구센터는 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 공간 활용을 위하여 2017년도에 공모하여 선정된 연구기관으로, 2021년 5월부터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에서 빙하(glacier), 해빙(sea ice), 동토(permafrost)와 같이 얼음(빙)으로 이루어진 물질들(빙권)에 관한 연구과 교육을 하는 곳인데, 빙권은 기후변화, 해수면상승, 온실가스 조절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환경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입니다. 현재는 임시공간을 활용하고 있으나, 글로벌 R&D동이 완공되는 1~2년 후에는 더욱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는 지난 22년 동안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에 포집된 화석공기를 활용하여 대기 온실가스의 조절기작과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연구하였고, 최근 10년 동안은 시베리아 및 알라스카에서의 동토환경 변화와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지구 환경과 빙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오신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우리 주변에 보이는 자연 그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대학에서 지질학과 화학을 공부하면서, 암석마다 과거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신기했고, 지구를 이루는 빙하-해양-대기-암석-토양-생물이 서로 어떠한 규칙을 가지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박사과정에서는 빙하를 이용해서 과거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거동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빙하와 온실가스’는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대처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연구가 부족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계신 연구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암석, 해양, 대기, 토양, 식물, 동물 등 다양한 형태의 물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독특한 환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이런 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알아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데, 특별히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거동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암석학을 시작으로, 해양학, 대기화학, 고기후학 등을 공부하였고, 주로 극지 빙하와 동토에 포집된 온실가스 분석, 과거 대기 온실가스의 변동 원인,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의 연결 메커니즘, 인간활동이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에 관심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빙하에 포집된 과거의 공기를 추출하여 농도 및 동위원소비(지문과 같이 물질의 기원을 아는데 필요한 자료)를 측정하고, 과거의 특별한 기후변화 발생과 대기 온실가스 농도 간의 연결성을 연구합니다. 또한, 북극권의 동토에서의 땅속에 보존된 얼음 쐐기를 채집하고, 시료에 대해 화학분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 환경변화와 온실가스의 생성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심지에서 차량에 의해 생성되는 온실가스의 특성과 방출량을 산정, 미세먼지의 화학분석으로 기원지를 산정하는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교육자나 연구자로서 추구하시는 바람직한 모습이나 직업 철학이 있으시다면?
A. 자연현상에 호기심을 갖고, 자연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마치 ‘자연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함께 자연과 대화하고, 새롭게 알아낸 지식을 바탕으로 전지구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Q. 기후 모델 개발로 미래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더 나아가야 할 점이나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듣고 싶습니다. 
A. 지구의 작동원리를 알아낸다면, 이를 바탕으로 기후모델을 만들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 지구의 작동원리를 명확히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의한 지구환경변화가 현재의 예측치를 벗어나서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요즘 자주 회자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개념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 수만 년의 기록만 보더라도, 현재의 과학지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급격한 기후 변화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지구시스템의 구성요소가 서로 연동되어 있으므로, 온실가스-해양순환-생태계-대기순환 등의 연쇄적인 또는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의 거동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감시하고, 변화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빙하, 동토, 해빙과 같은 빙권에서의 환경변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연구 목표, 혹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를 이용한 대기 온실가스 거동에 관한 연구가 매우 시급합니다. 온실가스의 거동은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세스가 있는데, 따라서 긴 시간의 대기 온실가스 농도변화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런 연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 분야가 바로 빙하에 포집된 과거의 화석 공기를 이용한 연구입니다. 저는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 접근이 가능한 남극의 내륙에 심부의 빙하가 표층에 노출된 지역에서 연구하고 싶은데, 이곳에서 시추하면 매우 오래된 빙하를 시간적/금전적 면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시베리아를 비롯한 북극권에서의 지표환경변화의 과정과 미래에 이곳의 변화가 온실가스 거동 및 사회환경변화에 미칠 영향을 융합적으로 연구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대한민국이 국제적 리더로서 온실가스 연구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과학 외교에서 유리하게 활동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아직 이러한 연구 분야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데, 관련 정부 부처에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기후 변화와 빙하에 관련하여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 말씀 듣고 질문 마무리하겠습니다. 
A. 지구에 존재하는 얼음과 온실가스를 알아가는 것은 작금의 지구환경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처해 나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올바른 과학지식을 갖고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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