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한때 달러당 140엔대까지 하락해 1998년 이래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일 오전 1달러당 140.26엔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를 뚫은 것은 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18%나 떨어졌다. 이는 1979년(19%) 이후 43년 만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이 자국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6~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두 번 연속 금리를 0.75%P 올린데 이어,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금까지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그 여파로 미국으로 돈이 몰리며, 세계 주요 통화 중 하나인 엔화 약세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생산기지를 대거 옮긴 탓에 과거와 같은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995~1998년 엔·달러 환율이 80엔대에서 140엔대까지 급락했을 때까지만 해도 TV와 자동차 등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등 1엔 하락시 연간 970억엔의 무역흑자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2011~2015년의 엔저 국면에선 1엔 하락시 연간 160억엔 적자를 유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6년 엔화 가치가 회복했을 때엔 적자 규모가 1엔당 7000억엔까지 확대했다. 해외 생산 의존도 심화로 수출은 늘지 않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한 이후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다이와증권도 엔·달러 환율이 1엔 하락할 경우 20년 전엔 주요 상장사들의 경상이익이 0.7% 가량 늘었지만, 올해는 0.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봤다.
닛케이는 “엔저에도 코로나19 탓에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지 않다”면서 “엔저 국면에서 일본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