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여파… 최초로 출몰한 ‘6월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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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차동현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밤중 무더위가 수십 년째 심해지고 있다. 

197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일 최저기온 관측 자료를 토대로 국내 열대야 발생 배경과 변화 원인 등을 분석하자 수도권은 열대야 빈도·강도·기간 측면에서 타 지역보다 증가세가 더 뚜렷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더 진행된 수도권이 타 지역보다 열대야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6월에는 관측 사상 최초로 '6월 열대야(熱帶夜)'가 출몰했다. 한낮 최고기온은 28도 정도였는데 새벽 최저기온은 25도로 이른바 '폭염 없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이상 날씨가 시작됐다.  

특히 '전날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열대야'는 수도권에서 확실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총 80일에 달했던 1979~1999년과 달리 2000~2018년에는 67.5% 늘어난 134일이라는 수치를 나타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26일 첫 '6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오후 3시 기준 낮 최고기온은 28.1도로, 다음 날 새벽 4시 54분 최저기온 25.4도와 2.7도라는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한낮 더위가 큰 오르내림 없이 밤에도 이어진 결과이다. 

이날 열대야가 발생한 수원은 일 최저(25.1도)·최고기온(29.6) 차가 4.5도에 불과했고, 원주·보령·홍성·목포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폭염 없는 열대야'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 여파라고 분석했다. 구름은 '이불 효과'를 내며 낮에는 햇볕을 가려 폭염을 막는다. 반면 밤에는 열이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해 열대야를 촉발한다. 

이러한 구름의 양은 지구온난화로 서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 위 대기 중 수증기 양도 늘어 증가했다. 서해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968년 14.4도에서 2020년 15.3도로 올랐다. 연구팀은 수도권에 '전날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열대야'가 발생했을 때 구름의 양이  평균적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한반도 북부 지역 상공에 많았음을 밝혔다.

특히 올해 기존보다 이른 열대야는 덥고 습한 열풍을 공급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초여름부터 우리나라 북서쪽으로 더 확장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초여름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며 무더위가 서서히 시작되다가 한여름이 되면 한반도 전체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덮이는 패턴을 보여 왔다. 최근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우리나라 부근으로 접근하면서 폭염과 열대야도 빨라지며, 올해 서울·수원 등에선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6월 일 최저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구팀은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수도권 도시화로 인해 '열섬(heat island) 효과'를 유발하며, 열대야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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