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전하다

김종선 화백

  • 입력 2022.07.01 12:00
  • 수정 2022.07.01 12:59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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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역사 속 왕조 중 하나인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아 왕실부터 일반 백성까지 일상 곳곳에 불교와 관련된 생활상이 남아있다. 외적 침입 당시에 불교는 호국 불교의 역할을 하여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계기가 되었고, 사찰 건립과 불화 제작이 성행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름답고 우수한 불교미술을 후세대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고려 불화는 세계적으로 160~170여점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실제 제작되었던 많은 고려 불화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 중 10여점 만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동양화가 김종선 화백은 지난 2010년부터 고려불화를 재현해 제작하며 고려불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피플투데이는 김종선 화백을 통해 고려불화의 부흥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운명'처럼 시작된 고려불화 재현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 100.9x54.2cm 일본 MOA미술관 소장, 일본 중요문화재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 100.9x54.2cm 일본 MOA미술관 소장, 일본 중요문화재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어느 날,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제가 승복을 입은 스님이 되어있었습니다. 꿈속에서는 부처님을 알현하는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스님들이 있었고, 저는 그 경연대회가 어떠한 대회인지 궁금해 그 스님들을 따라갔습니다. 험준한 산과 깊은 강, 험한 늪, 사막 등을 지나 선두로 나아가 어느 높은 산꼭대기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황금 부처님이 미소를 머금은 채 앉아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부처님이 손을 내밀어 제 손을 잡아끌어 올려주셨는데 손끝부터 서서히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하여 온 몸이 황금이 되었고, 그 모습으로 부처님 옆에 앉아있다 꿈에서 깨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부처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신 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화가인 제게 불화를 그리라는 계시인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고려 불화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김 화백은 언젠가는 불화를 꼭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후 2010년 10월, G20 정상화의 개회식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불화대전이 개최됐다. 당시 일본에서 거금을 들여 빌려 온 불화들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온 보물 1008점(고려불화 61점 포함) 이 전시되었고, 김 화백은 당연히 현장을 찾아 전시를 관람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과 섬세함이 빛나는 수월관음도, 아미타내영도 등을 보며 저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관세음보살의 자애로운 눈빛과 미소, 팔에 걸쳐져 발아래까지 흐르듯 내려오는 베일과 버드나무가지를 잡고 있는 유연한 손가락, 고려불화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섬세하며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종교 예술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고려불화는 전 세계에 160여점밖에 실존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국내에는 10여점이 전부이고요. 이 안타까운 현실을 피부로 느끼며 오래 전 꾸었던 그 꿈이 제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려불화 재현을 통해 우리문화 수호에 일조하고파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 111.2x50.9cm 고려후기 일본 네즈미술관 소장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 111.2x50.9cm 고려후기 일본 네즈미술관 소장

이처럼, 고려는 우리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려불화들이 소실되거나 빼앗긴 현실에 김 화백은 큰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 기념 전시를 위해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고려 불화를 소장하고 있는 일본 신사의 주지들에게 부복읍소를 하고 엄청난 보험료를 지불하여 빌려와야만 했습니다. 우리 고려 불화를 강탈해간 일본에게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부복읍소하여 빌려와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니 너무나 억울하고 서러운 일이었습니다. 호국과 성불의 염원이 담긴 우리 민족의 유산, 고려 불화들을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재현하여 후세에 남길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 제게 현몽한 보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렵게 시작한 고려 불화의 연구는 2010년 겨울에 시작해 오늘까지 고려 불화 14점을 재현하는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제게 여건이 주어진다면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보여주는 고려불화를 더 많이 재현하고 전시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조계종과 함께 고려불화 재현관을 설립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일본에 빼앗긴 우리의 불화를 되찾는 일이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저와 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고려불화를 재현하는 일에 더욱 정진하고자 합니다."

 

Profile

지장보살(地藏菩薩), 116.5x67cm
지장보살(地藏菩薩), 116.5x67cm

중동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한국화 전공)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중앙대학교, 전남대학교, 수원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14년  채색화 실기전담교육
제2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2005년)
목우회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200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한국화분과 회원
국가원로회의 전문위원
(사)현대한국화협회 부이사장
(사)종로미술협회 자문위원
(사)국전작가협회 사무총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창회 감사

수상경력
1978년 전국대학미전 문교부장관상 금상 수상
1980년 제29회 국전 특선 수상
1981년 제30회 국전 특선 수상 
1983년 제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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