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어떤 장르의 Classic 만들고 보고싶은 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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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피플투데이 이지현 기자]=10월 7일 오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치러지고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설국열차'(봉준호 감독, 모호필름·오퍼스픽쳐스 제작) 기자회견이 열렸다.
 
올 여름 국내에서 개봉해 933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설국열차'는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해외 관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한국영화계에서 '도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봉준호(44) 감독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머무를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졌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봉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 남궁민수처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 탈출구를 찾아내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006년도 '괴물' 개봉 후 미국 에이전시가 생겨, 할리우드 시나리오 연출제안이 많았지만 싹 다 거절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쪽 프로듀서들이 제안하는 시나리오를 많이 받아온 상태였다. 근데 내 개인적인 성향 내지 성격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다"며 싱긋 웃더니 "그 중에는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도 있었고 감독으로서 '멋진 잘 쓴 시나리오네, 극장에 가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왜 이 작품을 찍어야 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됐다"며 "그간 내 작품은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기획해 만든 영화다. 직업 감독으로서 좋은 면일 수도 있고 나쁜 면일 수도 있다. 프로 감독이라면 남이 써 준 시나리오도 뚝딱 찍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아직 그렇지 못하다. 딱히 '이거 내가 해볼래' 덤벼들만한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는 부산과 연이 깊은데 영화 '설국열차'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서 영화 제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BIFF APM에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투자자와 배급사 등을 만나 영화를 만들었다. APM의 성과를 바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설국열차' 등의 성공을 계기로 APM에서 신작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투자를 받으려는 감독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다.
 
"부산에서는 촬영을 안한 것 같은데 해볼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부산 로케로 영화를 상당 수 찍었다. 영화 마더의 상당 부분을 부산에서 찍었고, 연출은 아니지만 프로듀싱을 하는 '해무' 역시 현재 부산과 울산, 마산 지역에서 로케이션을 하고 있다. '마더'와 '해무' 모두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은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라고 늘 생각해왔다. 거칠고 다이내믹한 도시다. 부산은 늘 사람의 마음을 술렁술렁하게 하고 불안케 하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스토리가 발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잠복해있는 것 같은 도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설국열차'가 '막시즘(Marxism)'에 갇힌 영화같다는 평에 대해서는 "막시즘을 겨냥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실 대학에서 사회학과를 전공하긴 했지만 사회학에 대해선 잘 모른다. 수업에 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웃음) 하지만 설국열차에 대입시킬 수 있는 사회과학적 틀은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떤 인문학적 틀에 갇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아마 모든 감독들이 그럴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사회과학 서적을 한 권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살아있는 육신을 가진 훌륭한 송강호와 같은 배우들의 눈빛을 화면에 채우고, 카메라 등의 동선 등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게 영화다. 하나의 이론적 틀을 뛰어넘는 풍부한 이야기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봉 감독은 "어떤 장르의 Classic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되어 회자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그렇게 시간과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설국열차'가 그런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Classic을 만들어 보고싶은 꿈이 있고, '설국열차'는 그런 꿈의 여정이자 과정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있다. 헛된 꿈일 수 있겠지만"이라 담담히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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