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작도 전에 몸살…환경부, "시행 유예 검토"

  • 입력 2022.05.20 11:50
  • 수정 2022.05.23 12:28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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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앞두고, 보증금 부과·반환과 컵 회수 등 모든 업무와 관련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 카페 점주 등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으로 음료를 구입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할 때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매장이 100개 이상인 커피전문점, 제과·제빵업종, 패스트푸드점 등이 적용 대상이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롯데리아 등의 전국 3만8000여 개 매장이 해당된다. 

환경부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일회용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촉진되면 기존의 일회용컵을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연간 445억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환경부 추산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비용과 인력을 점주들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컵에는 반환할 때 바코드를 찍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라벨을 붙인다. 이 라벨 구입비(개당 6.99원)를 점주가 내야 한다. 회수한 컵을 자원재활용업체에 보내는 처리 비용도 점주 부담이다. 회수하기 쉽게 규격과 색상을 제한하는 표준컵은 개당 4원, 나머지 비표준컵은 10원이 든다.

카페 입장에서는 비용뿐 아니라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업체는 컵이 1000개쯤 모여야 수거에 나선다. 며칠 동안 수백 개의 일회용 컵을 씻어서 보관해야 한다. 

소비자가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를 카드로 결제한 뒤 보증금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면 매장은 카드수수료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것도 문제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가게 매출이나 규모와는 무관하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만 실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매년 4억잔에 가까운 커피를 판매하는 편의점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불합리하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환경부에 조속히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계도 기간을 지정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즉각적인 행정조치를 취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며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가맹점주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들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보증금제 운영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환경부는 가맹점주들이 요구하고 있는 보증금제 시행 유예와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장기간 계도기간 부여' 등을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시행 유예보다는 계도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자체가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1일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시행 당시에도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도 가맹점 지원방안의 필요성 마련에 공감하고 있다"며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음 주쯤 방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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