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선행 학습 보다 선수 학습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 입력 2021.12.11 19:01
  • 수정 2021.12.11 19:02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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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학습이란 학습하기 이전에 학생이 습득해야 할 지식, 기능, 태도, 학습 방법 등의 능력을 말한다. 수학 시간에 교사가 가르치는 학습과제를 이해하고 풀 수 있는 선수 학습력이 갖추어져 있지 못한 학생은 학습의 결손을 갖게 되고 이런 일의 계속은 누적적 결손을 가져와 학습에 흥미를 잃게 되고 나아가 그 교과목이, 지도 선생님이 싫어지게 되어 공부를 멀리하게 된다.
  
특히 위계성이 강한 수학이나 과학 교과는 더욱 선수 학습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어진 학습과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수 없는 경우에는 개인 지도나 학원을 보내서라도 선수 학습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선수 학습력의 결핍은 자녀들이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임을 생각하자. 
일차 방정식을 풀 수 없는 학생은 이차 방정식을 풀 수 없고, 주기율표를 모르는 학생은 화학 방정식을 풀 수 없으며, 단어나 숙어를 모르는 학생은 영어 문장을 해석해낼 수가 없다. 어떤 일보다도 본 학습과제를 해낼 수 있는 선수 학습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100미터 달리기경기를 할 때 10명의 학생을 스타트라인에 세우고 '준비, 출발'을 명하는 경우와 출발 전에 학생들의 복장,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준비 운동을 시킨 다음 출발 신호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100미터 달리기 경기에서 맨 먼저 생각할 것은 그들이 잘 달릴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미흡한 점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자녀들의 학습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학습과제를 해낼 수 있는 출발점 행동을 갖추는 것이다. 선수 학습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학생은 수영도 못하면서 물에 뛰어드는, 운전도 못 하면서 자동차를 몰고 나가는 것과 같은 것임을 생각하자.

 

  
초등학교 6학년 자녀에게 중학교 과정을 미리 배우게 하는 선행학습은 바람직한 교육 방법일까?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선수 학습력을 길러주기 위해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고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에 보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선수 학습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자녀에게 앞으로 배울 학습과제를 미리 공부케 하는 일은 부모가 자녀를 가정교육의 함정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임을 생각하자.
  
아주 우수한 학생, 배우고 있는 교과 내용을 완전히 소화해 내고 있는 자녀라면 그 자녀의 수월성 신장을 위해 선행학습을 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선행학습이 속진 학습이나 문제 해결 학습, 성과 지향 학습이 아닌 심화 학습, 창의성 신장, 과정 지향 학습이어야 한다. 무조건 학원에 보낼 것이 아니라 학원의 특성을 살펴 맞춤형 개별 학습으로 자녀의 학습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 2020년 사교육비 규모는 약 9조 3천억원을 넘고 있고, 약 66.5퍼센트의 학생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고등학생은 월평균 64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고 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받지 않는 학생이 25.4%지만, 70만 원 이상인 비율이 24.1%나되고 읍면지역을 보면 받지 않는 학생이 43.2%로 거의 1.5배 정도 많고 70만원 이상은 4.7%로 도농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사교육비 줄이기에 관심을 기울이나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교육비 때문에 부모들은 허리가 휘고,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은 선행학습 문제를 풀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선행학습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큰 효과가 없음을 증명한 사례는 많이 있다. 사교육기관에서 선행학습을 한 학생과 학원에 가지 않고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한 학생의 성적을 비교해 본 결과 자기 스스로 공부한 학생의 성적이 60퍼센트 이상 높게 나왔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해온 학생이 성적뿐만 아니라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선행학습에 지출하는 사교육비만 절약해도 우리나라 사교육비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부모들이 선행학습을 위해 자녀들을 사교육기관으로 보내고 있는 것은 교육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옆집 아이가 영수학원에 다닌다더라. 초등학교 졸업반인데 겨울방학에 중학교 1학년 과정을 공부하러 학원에 다닌다더라. 옆집 아이나 자녀의 친구가 선행학습을 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자기 자녀도 무조건 남 따라 학원에 가게 하는 부모는 자녀를 왜 학원에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자녀가 현재 위치에서 학습과제를 이해하고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경우에는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선수 학습력의 부족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자녀인 경우에는 주어진 학습과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방학이 오기 전에 자녀들의 선수학습능력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지도가 이뤄지는 겨울방학이 되기를 바란다.
기본 학습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자녀는 학교에서 시간과 노력만 허비할 뿐이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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