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자연의 숨결

동삼 하윤보 화백

  • 입력 2021.11.27 18:34
  • 수정 2021.11.27 18:41
  • 기자명 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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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솔거가 황룡사 벽에 실물과 빼닮은 소나무를 그려 새들이 날아와 부딪쳐 죽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일화다. 이야기를 통해서도 화가가 벽화 속 그림에 부여한 생생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실제보다 훨씬 실감 나는 그림이 나오기까지 화가의 뛰어난 관찰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화가의 노력이 밑바탕 되었을 것이다. 
지난 50년간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한 프레임에 포착하여 캔버스 위에 붓으로 찍어낸 이가 있다. 맑은 눈으로 자연을 담아낸 그의 그림은 바쁜 현대 일상 속에서 따스한 쉼터를 제공해준다. 피플투데이는 동삼 하윤보 화백을 만나 그의 화업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등대(燈臺)가 있는 해변(海邊) [Lighthouse on the seashore] 30호(91cmx60.6cm)
등대(燈臺)가 있는 해변(海邊) [Lighthouse on the seashore] 30호(91cmx60.6cm)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일궈 낸 미술세계
하윤보 화백은 연필을 잡기 시작한 어릴 적부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주변에 있는 것은 곧잘 그려냈다. 특히 싱그럽고 청량한 자연을 보고 종이 위에 그 모습을 옮겨 그리는 일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시 자식만큼은 여유롭게 살기 바라는 부모님의 반대에 제대로 미술교육을 받을 길이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친한 친구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그림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꼭 해야 하는 성미였기에 그는 독학으로 미술의 길을 걸었다.
비전공자로서 아무런 도움이나 가르침이 없기에 그림 그리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밤을 새워가며 그리는 일은 부지기수며,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려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구도나 붓질 방식, 색채 표현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양하게 시도해보며 끝 모를 고독의 시간을 묵묵히 견뎠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표현해야 하는데 표현이 되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표현하지 못하면 화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그리기를 반복하며, 남들 앞에서 자신있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저 스스로 인정할 만큼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윤보 화백은 스스로 만족할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몰아쳤다. 그는 완성한 그림보다 버린 그림이 많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심지어 그가 그리고 있던 그림이 맘에 들어 달라는 이에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림을 줄 수 없다며 그림을 찢어 버릴 정도였다.

절벽과 넝쿨100호(162x130.3) MBC금강미술대전입상작
절벽과 넝쿨100호(162x130.3) MBC금강미술대전입상작

 

다채로운 '자연의 美' 그대로 담아
그가 표현하는 작품 소재는 어느 하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질녁 노을빛, 흐르는 냇물, 다양한 꽃·나무들과 생동감 넘치는 동물까지 다양한 소재가 작품 속에 등장한다. 실제 화가 중에는 사물이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어려워하는 이도 알고 보면 많다. 움직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빼닮게 그리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질감과 색채의 조합으로 이뤄진 여러 자연물들을 캔버스 안에서 융화시키기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윤보 화백은 사물이 가진 특유의 질감과 색상을 포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묘사해나간다. 이질감 없이 풍부한 색채 조각의 총합으로 담아낸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풍경 속 분위기가 느껴진다. 직접 많이 그려본 경험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다. 그의 전시회가 열릴 때면 그가 표현한 색채와 표현기법을 보기위해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화가들 또한 많이 찾는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그의 그림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이처럼 자연을 소재로 사실주의풍 그림을 계속하여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그림 자체만으로 보는 이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자연이 주는 감동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작가나 평론가의 설명이 따라붙는 추상화와 달리 작품만으로 사람들에게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정서를 전해주고자 한다.
"자연의 모든 것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기에 가까이 기억되기를 소망하며 그려왔습니다.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자연이 있기에 감사합니다. 또한 그것들을 화폭에 담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후대에도 이러한 자연들이 훼손되지 않고 오래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항상 자연의 은혜를 잊지 않으며, 붓을 잡을 수만 있다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미술을 통해 전달하고 싶습니다."

기원100호(162X130.3) 목우공모미술대전입상작
기원100호(162X130.3) 목우공모미술대전입상작

미술과 함께한 인생, 끝까지 미술로 나누고파
하윤보 화백은 작품 활동뿐 아니라 농사를 통해 노동이 선사하는 가치를 몸소 체험하며 인생을 채우고 있다. 땀이 흠뻑 젖도록 농장 일을 하면서 생명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며 자연의 섭리를 오롯이 느낀다. 자연과 함께하는 농장 일을 통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양분을 얻고 있다. 또한 농장 한 켠에 마련한 카페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찾아오는 이와 담소도 나누고 기분에 따라 통기타를 꺼내들어 가수 못지않은 노래솜씨를 뽐내며 함께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하윤보 화백은 해보고 싶었던 농사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지금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그는 그림으로 채운 사랑을 다시 그림으로 나누고자 한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미술이 선사하는 가치를 나누며 후배들 또한 미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기회를 주기위해 미술관 설립을 준비해가고 있다. 평소 주위에 아낌없이 나누고자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미술 틈에서 회화의 본질에 집중하는 하윤보 화백.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그가 표현하는 자연의 언어는 우리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가을(秋)[Autumn] 100호(162cmx130.3cm)
가을(秋)[Autumn] 100호(162cmx130.3cm)

Profile
현) 안산미술협회 감사
한국미술협회회원 
경기미술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 초대작가 
세계평화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자연미술협회 초대작가

전시
2006.5  하윤보 스포츠 유화전 
2008.9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30주년 기념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전
2009.11 동삼 하윤보 유화전 
2011.3  동삼 하윤보 자연과의 만남전
2013.3  우리와 자연전 
2013.5  안산국제아트페어 부스작가 
2015.2  소중한 자연전
2015.5  제36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추천작가전
2015.11 한국자연미술협회 초대작가전
2017.8  가까운곳에도 자연 개인전
2019.2  함께하는 자연 
2019.10 제16회 안산국제아트페어
그 외 단체전·초대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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