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법조인의 역할에 대해

로스쿨 제도 개선의 필요성

  • 입력 2021.09.23 16:25
  • 수정 2021.09.24 01:41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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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로펌과  대기업 사내변호사 생활을 거쳐 거점국립대학 로스쿨에서 지도하는 교수가 있다. 그는 학창시절 '법조인이 되라'는 권유로 변호사의 꿈을 키웠고 큰 고민 없이 법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화라는 가치실현이 중시된 분위기에서 상아탑은 개인의 목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못했다. 피플투데이에서 전남대학교 법전원을 내방해 박인호 교수로부터 로스쿨과 법조인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광화문에서의 경험
박인호 교수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직후 선배의 제안으로 선배가 대표로 있는 로펌에 들어갔다. 주로 민사와 행정소송을 수행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문을 맡아 3년을 바쁘게 지냈다. 이후 다양한 소송과 자문 경험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교보생명으로 옮길 기회를 얻게 되었고 사내변호사로서 활동 시작했다. 

"소송을 통해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지만 소송은 이미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법률지식을 활용하고 과거의 일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분쟁해결의 경험을 통해 미리 분쟁을 예방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법률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법무>로 진로를 모색했습니다."

당시 변호사의 기업행은 보편화 이전이라 기업에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곧 떠나갈 이질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한 단체의 분위기에서 박 교수는 역할을 찾기 위해서 각 부서들과 소통하며 법적 이슈를 파악하며 변호사가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과 신뢰를 심어주고자 노력했다. 

사내 부서 어디든지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았다. 점차 직접 도움을 요구하는 부서들이 늘어나자 표준계약서식 정비, 리스크 관리프로세스 정비, 법무관리시스템의 도입 등을 제안하여 소송과 자문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절감의 효과를 얻었다. 

그렇게 6년간 사내 법무와 금융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은 후 다시 로스쿨 교수의 길을 선택하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겼다. 

"익숙하고 잘하는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고민도 있었지만 마음속에 늘 간직했던 직업선택에 용기를 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012년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부임했다. 상사법 분야를 담당하며 회사법과 보험법 그리고 유가증권법 등을 강의하고 있고, 기업 및 보험법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며 교수의 삶에 적응하고 있다. 

그는 로스쿨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로펌과 대기업에서 익힌 다양한 실무경험을 전달해 주고 싶었는데,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대비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기존 법학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게 특정 과목 위주로 법이론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로스쿨 졸업생의 진로에 대해 “제가 연수원을 마칠 당시 활동하던 변호사가 4천명 정도였음에도 변호사 수가 많다며 변호사 이외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이제는 변호사 수가 2만 5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새로운 진로 모색의 필요성이 더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모호성의 시대에 고민이 깊어짐을 전했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말을 전했다. “사법연수원의 경우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실무교육을 받으며 중요 판례들을 학습하기 때문에 1년차에는 스터디그룹을 활용하여 상호 협력하며 친목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연수원 2년차가 되면 실무기관을 찾아 각자 관심분야의 실무수습을 받기 때문에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연수원 밖에서 대부분 생활하며 각자의 길을 모색합니다. 로스쿨의 경우는 법률지식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기간에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배워야 합니다. 또한 일정 기간 내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하므로 심적 여유가 부족하고 경쟁에 따른 중압감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 교수는 로스쿨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로스쿨이 금수저에게만 기회가 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로스쿨 10년의 결과를 보면 여러 대학교 출신과 운동선수, 간호사, 기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출신의 법조인이 배출되는 등 기회의 장이 오히려 넓어진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양질의 다양한 법률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에 대해서 “해결해야 하고 노력할 부분입니다. 다만, 3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방대한 법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익히는 것이 쉽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변호사시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필요합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변호사시험 중심의 교육방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실무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제도의 개선과 합리적인 연수제도의 마련 등 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라며 제도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한편, 로스쿨 졸업 후 진로와 관련하여 박 교수는 학생들이 ‘변호사 역할과 업무분야’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서 소송업무를 수행하며 대형 로펌에서 일하기를 바라겠지만, 정부기관, 기업, 사회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공익활동 등 새로운 분야에 변호사가 진출하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해 박 교수는 책임감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을 전했다. 

"우선 변호사는 수임료를 받고 '타인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므로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책임을 다하려면 충분한 법률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건은 사소한 부분을 놓치더라도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완벽성을 기해야 합니다. 당연히 '완전한 법률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법률가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법률지식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법조인은 법률지식을 갖춘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알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법조인으로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경받는 법조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법률지식을 쏟아내어 형식적으로 결론만을 내려주는 ‘법 기술자'에 그치지 않고 의뢰인의 사정을 이해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실질적으로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법조인이 되면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rofile

고려대학교 법과대학/동 대학원

 

전 법무법인 온누리 파트너 변호사

   교보생명(주) 법무팀장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전남대학교 법학도서관장 및

   전국 법학도서관 협의회장

 

 

현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남대학교 Legal Clinic센터장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사학연금관리공단 옴부즈만

   한국상사법학회·한국기업법학회

   등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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