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양성평등시대'

김정인 젠더심리연구소 소장

  • 입력 2021.07.15 17:13
  • 수정 2021.07.15 17:29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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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과거부터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가부장 사회를 지나 점차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보편화되기까지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국가는 1995년 사회 전반에 걸쳐 양성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여성발전기본법(現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향해갈수록 젠더 갈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20대 남녀의 갈등은 매우 민감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젠더심리연구소의 김정인 소장은 남성으로는 드물게 국내에 ‘성희롱’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과 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바져온 바, 이들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동시에 각종 공공기관과 대학에서 성희롱, 성폭력 예방,  남녀소통, 성격과 리더십, 성격과 건강, 남녀 파트너십, 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인식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성인지 감수성 및 역량 강화, 성인지 정책 및 성별영향평가 교육 등에 매진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피플투데이는 김정인 소장을 만나 양성평등 문화의 발전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성폭력 예방과 성평등 교육의 발전과 함께하다
김정인 소장이 본격적으로 성희롱 문제와 양성평등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박사논문을 위한 연구를 위해 직장인 스트레스를 조사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소장은 ‘직장인 스트레스’를 논문 주제로 삼고, 조사 대상자를 직장 내 관리자로 설정했다. 당시만 해도 직장에서 여성 관리자는 찾아볼 수 없었기에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여 논문을 완성하였으나 여성 직장인이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 연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여성 임원까진 아니더라도 기업에는 분명 여성 직원들도 함께 근무를 하는데, 이들은 어떠한 스트레스 받는지 막연하게는 이해했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기 때문에 궁금증이 생겼고, 박사논문 작성을 하면서도 호기심에 여성 직장인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된 논문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sexual harassment(성적 괴롭힘)’, 즉 성희롱이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국내에선 성희롱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생소하고도 충격적인 결과였지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가정과 일의 양립에 대한 스트레스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직장 내에서의 짓궂은 성적 농담, 모욕, 신체접촉, 성차별과 같은 것들이 여성에겐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쉽게 치부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 소장은 박사학위 취득 이후에도 틈틈이 관련 연구논문과 서적들을 번역하고, 자료를 찾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외국 원서와 논문을 취합해 성희롱에 대한 전문서적으로 발간하고 관련 논문을 학회에 발표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그러다보니 점차 직장에서의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학회 등에서 김정인 소장을 초청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예방과 성평등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관심과 경력으로 2007년에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첫 남자교수로서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매매 방지교육 전문 강사 양성 전담 교수로 임용되어 강사 양성에도 힘쓰며 공공부문에서의 성인지 정책 확산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이후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 한국여성수련원이 설립되면서 초대원장으로부터 교육연수부장직을 제안 받아 4년 반 동안 한국여성수련원에서 성인지 정책 교육기획, 운영 및 강의 등 수련원 교육 전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틀을 잡는 일에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성폭력이 사라지고 성평등한 문화 정착할 그날까지
교육과 연구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는 김정인 소장은 언제나 주류보다는 비주류, 사회적 약자 혹은 피해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성이 평등해 졌다거나, 심지어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성별 임금격차가 그렇고 민간부문과 공기업에서의 성별 채용비율, 그리고 관리자의 성비 등과 같은 객관적 지표들은 우리가 여전히 성평등을 위해 시정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이야기 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 발생비율과 그 처리과정을 보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지요. 일각에서는 교육을 해도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며 무용론을 주창하곤 합니다. 물론 교육을 통해 하루아침에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삶에 스며들어 차츰 인식을 바꿔나가도록 하는 힘을 지니고 있지요. 저는 교육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투(MeToo) 운동도 그렇고 성평등 사회 실현에 대한 요구도 결국은 구성원들의 인식변화의 결과라고 행각합니다. 교육의 힘이 우리의 깊은 내면에 스며들어 차츰차츰 바꿔나갈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저 또한 그 날을 위해 앞으로도 연구와 교육에 정진하고 싶습니다."

 

Profile


중앙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박사과정 졸업: (산업)심리학 박사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학부 및 대학원 강사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한국여성수련원 교육연수부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서울시 성별영향평가위원회 위원
경기도 성평등위원회 위원
경기도교육청 성별영향평가위원회 위원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연구자문위원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협회 이사
한국폭력예방상담학회 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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