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매력' 아프리카 미술로부터 수집가 꿈을 키우다

이경태 콜렉터 최은경 기자l승인2021.05.18l수정2021.05.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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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그림에 대한 대중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구매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그간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고가 그림이라고 생각해왔던 기존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대중화되는 양상이다. 통상 그림 구매라 하면 고액 자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술시장은 20~40대 젊은 층으로도 넓혀지면서 취미 혹은 '아트테크'로 자리잡았다. 젊은 콜렉터(collector·수집가)들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경태 씨의 자택에 들어서면 먼저 아프리카 미술 작품이 손님을 맞는다. 식견이 짧더라도 비싼 그림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이다. 그는 미술 수집에 입문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수집가로서 열정은 누구보다 강한 그를 만나 미술품 수집 세계를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 조엘음파두 Untitled 98.5x98 cm

유능한 젊은 콜렉터 꿈꾼다
미술 작품을 수집한다고 하면 대부분 부를 상징하는 재벌 회장이나 사모님 등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들이 사고파는 수억 또는 수십억짜리 고가 미술품 이야기는 아직까지 생소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경태 씨는 수집가들의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콜렉터를 꿈꾸고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라고 할까. 그저 평범했던 20대 청년으로 직장을 다니다가 우연찮게 그림에 관심이 많아지며 수많은 전시장을 접하게 되었다고.

그의 집 벽면엔 당시 구매했던 아프리카 미술작품이 전시돼 눈을 사로잡는다. 벽면을 아직까지 모두 채우진 않았지만 이제 입문 수준의 경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품을 들여다보는 안목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사회에 일찍 발을 들이며 모아온 월급으로인 아프리카 작품을 산 것을 계기로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인 그는 다양한 작품 수집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경태씨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작품들은 아프리카 작품들이다.

 

▲ 팅가팅가-레오파드 60x60cm

 

"저도 평범하게 직장을 다녔던 사람인데 어느날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그림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전시회를 다니게 되었는데요. 그러던 중 아프리카 현대미술 대표작가이자 팅가팅가 화풍 창시자인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의 작품을 보게 되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조엘 음파두, 헨드릭 릴랑가 등 매력적인 작가들이 많았지만 유독 팅가팅가의 많은 작품 중 레오파드는 아주 독보적이었죠. 사실 금액대가 상당한 고가였고 첫 구매였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지만 큰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미술을 대표하는 갤러리 통큰 정해광 관장의 특별한 자문 덕분에 더욱 믿고 구매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정 관장은 아프리카 미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연구하며, 현대 아프리카 미술계의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국내서 아프리카 미술이 생소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일상적으로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전시는 물론 연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분을 알게 되어 영광이었다는 이경태 씨.

아프리카의 미술 작품들이 아직 대중화되진 않은 가운데 팅가팅가 작품의 화풍은 굉장히 독특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을 통해 대상의 특징을 단순하게 표현한 점에서 아프리카 미술이 낯선 대중들에게 흥미를 선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경태 씨도 이런 독특하고 강렬했던 첫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전한다. 그는 작품 못지 않게 작가의 삶도 면밀하게 관찰하는 편이다. 그 자신도 미술학도이거나 예술가의 삶에 전혀 무관했던 터라 작품을 통해 작가가 어떤 삶을 그려왔는지에 대해서도 하나 둘씩 알아보려 노력한다.

 

▲ 헨드릭 릴랑가 Festival(G) Y 150x150cm

"아프리카 작품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생소할 수도 있지만 작품을 통해 작가의 세계 혹은 내면까지 많이 알아가는 것 같아요. 애착이 컸던 레오파드는 10점이 있었는데요. 좀 더 깊이 감상하다보니 모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정 관장님의 깊은 견해를 듣고 더욱 그 매력에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이경태 씨 어머니도 함께 그림에 관심이 생겨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경태씨 어머니는 조엘 옴파드와 핸드릭 그림을 구매하는 등 총 세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워낙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지만 미술 재테크는 사실 처음이라 아직 낯설기도 하죠. 아트테크(아트와 제테크를 합친)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만큼 미술 전시장에서 젊은 분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소장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목적까지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을지 우려도 됐지만 큰 욕심보다는 천천히 하나둘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림을 한 점 사는 것은 굉장한 고민과 자아성찰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아요. 그림을 통해 나 자신도 알아갈 수 있고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되는 것 같습니다."

 

▲ 조엘음파두 Lovers 36X50cm

그림 견문 넓히는 데 주력
사실상 작품을 수집하다보면 실패해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투자 목적에 급급해 그림을 구매하고자 미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다수다. 예쁜 그림, 잘 그린 그림을 사들인다 해서 단순히 그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경태씨 역시 입문 단계로 더 큰 열정과 안목을 키우기 위해 자료도 찾아보고 관련 시간을 많이 갖고자 한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초보 분들이 무리하게 시작한다면 분명히 탈이 나게 마련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들부터 모아 리스크를 줄여나간다면 좋은 작품을 수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아직 그림을 직접 사고파는 일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저만의 수집 세계를 확고히 해 꿈을 이루고 싶어요. 수집가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저만의 노하우를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많은 수집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경태 씨는 자신의 소장한 컬렉션을 공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릴 적 꿈이 작품을 모아서 미술관으로 꾸며보는 것이었는데 그게 언제 이뤄질 지는 아직 모르죠. 하나 둘씩 저만의 컬렉션이 완성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 케베110x170cm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 수집을 하고 싶다는 그가 최근 소유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바로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 그림이라고 말한다.

"쿠사마 야요이는 워낙 유명 작가로 알려져 작품 구매가 어렵기도 하고 가격 또한 어마어마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검은 점이 연달아 찍혀 있는 호박 작품이에요. 가치를 가진 예술품인 만큼 앞으로 신중하게 수집해 좋은 콜렉터로 성장해 나가고 싶어요."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도록 작품을 놓치지 않는 방법부터 더 나아가 세계로 눈을 넓히는 날까지, 그만의 수집 세계가 향후 어디까지 넓혀질지 궁금해진다.


최은경 기자  ellaella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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