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 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조경'

정정수 정정수환경조형연구원 원장

  • 입력 2021.04.26 17:06
  • 수정 2021.04.26 17:22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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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을 우리는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자연이야 말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자연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때로는 사시사철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릴 반기기도 한다. 서양화가이자 조경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정수 원장은 이러한 자연의 습성,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고 충분히 활용해 정원을 꾸민다. 도심 속에서도 자연친화적인 조경을 자랑하는 파주 벽초지수목원, 순천만국가정원, 고도원 아침편지명상센터 등이 모두 그의 자연에 대한 신념과 사랑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완성시킨 곳이다. 피플투데이는 정정수 원장을 만나 그의 조경 이야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연에게서 배운 '진정한 삶'
그는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삶’을 배웠다고 말한다. 정 원장이 자연의 삶을 택한 것은 일찍이 천재성을 발휘한 자녀들이 획일화된 제도권 교육으로 인해 잠재된 능력마저 잃을까 걱정이 된 탓이었다. 그의 교육관에 따라 지리산 자락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정 원장의 바람대로 3남매 모두 바르고 현명하게 성장했다. 

이밖에도 정 원장에게 자연은 매우 각별할 수밖에 없다. 과거 담도암 3기 판정을 받았던 그가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것도 현대의술에 의한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저는 자연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자연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자연 속에 사는 저 또한 자연의 힘을 빌려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또 매일 지리산을 오르내리다보니 자연스레 식물공부도 하게 되고,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꽃과 나무, 풀들을 하나 둘 집안 뜰로 옮겨와 정성스럽게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고, 자연 위에 예술을 펼치게 되었지요. 자연에서 배운 지혜는 성숙한 삶의 철학을 만들어 줍니다. 제가 추구하는 조경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미술을 하다가 조경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지요.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크게 다를 것 없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캔버스 위에 그리느냐, 자연 위에 그리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하얀 캔버스 대신 자연을 놓고, 붓과 물감 대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재를 활용할 뿐입니다. 작은 꽃, 풀 하나를 놓더라도 근경, 중경, 원경의 풍경을 모두 고려해 배치합니다. 다양한 식물 재료를 이용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하고 있습니다."

 

조경의 완성,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
정정수 원장이 직접 조경한 정원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관람객이 찾아드는 명소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 시작은 파주 벽초지수목원에서 출발한다. 골재채취장으로 황무지나 다름없던 곳이 그의 손길을 통해 자연과 예술, 사람이 함께 머무르는 운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골재를 채취하고 남은 움푹하게 패인 웅덩이에 계류를 끌어와 물을 흐르게 하고 교목과 관목을 심어 뙤약볕 아래 그늘을 드리웠다. 황무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영롱한 물소리가 흐르고 물고기, 벌, 나비가 뛰노는, 바람마저 머물다가는 그야말로 지상 파라다이스를 만들었다.  
미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한 정정수 원장만의 조경은 성남시 금광동에 위치한 삼성래미안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한 정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검단산 자락에 위치한 아파트 내 비탈진 지면을 최대한 활용해 산책로를 내고 2단 폭포를 조성하고 폭포 상단에는 초심정이란 정자를 세웠다. 교목과 관목을 제외하고도 250여 종에 이르는 지피식물들이 바위와 폭포 등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켰다, 이와 관련, 성남 금광 래미안은 지난 2008년 인도에서 개최된 IFLA 세계조경대회에서 Award of Excellence를 수상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제 조경작품을 보고 조경업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어느 회사가 설계했는지, 또 어느 회사에서 시공했는지를 물어봅니다. 제 작업은 온전히 저의 스케치를 통해 탄생합니다. 시공도 기업의 힘을 빌리기보다 동네 주민 중에서 충분한 능력을 보유한 분들을 모셔다가 작업을 하지요. 이렇게 작업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전혀 믿지를 않지요. 조경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유명 기업이 참여한 것보다도 사람들이 그 속에서 자연을 즐길 때 진정한 조경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조경을 할 때 식물 하나, 벤치 하나를 놓더라도 이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두고 철저히 사용자의 시선으로 설치하는 이유입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조경이 대중화될 그날까지
한편, 정정수 원장은 일제강점기부터 도제식으로 전해 내려와 현재까지 잔존하는 일본식 조경인 ‘조원(造園)’의 형태보다는 자연에 스며드는 우리의 조경 방식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한국식 조경의 매력은 자연과 융화된다는 것입니다. 창덕궁의 비원, 담양 소쇄원 등이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전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정원들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식으로 다듬고 깎는 조원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죠. 국립현충원 등 민족의 혼이 깃든 장소에도 일본식 조경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잔재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젊은 조경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국내 도시나 조경을 보면 예전보다 개선된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기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경도 자기다움을 되찾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조경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우리 고유의 조경을 즐기기 위해 국내인은 물론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해볼만 합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정 원장은 조경은 자연과 인간의 소통의 장이자 문명과 이기를 추구해온 인간으로부터 훼손된 자연에 대한 보상행위라고 정의했다. 정 원장은 경계를 만드는 인위적인 조경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후학을 양성해 조경인들이 한국적인 정체성을 견고하게 다지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된 자연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처럼 자연친화적인 한국 고유의 조경이 세계적으로 위상을 뽐낼 그날까지 정정수 원장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Profile
홍익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

사)한국미술협회 제도개선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및 심사위원
순천국제정원박람회_예술총감독
고도원 아침편지 명상센터_예술총감독
벽초지수목원_기획·설계·시공
2008 IFLA 세계조경가대회_최우수상(인도 개최)
2010 신한국인 대상_대상[문화부분] 
서울시민청 예술축제_전시총감독

현) ANC 문화컨텐츠 기획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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