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세계를 담은 심미술, 국제교류의 꽃을 피우다

백만우 화백

  • 입력 2021.01.21 11:15
  • 수정 2021.01.22 23:46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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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국제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심미회가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한국심미회는 매년 일본문화진흥회를 중심으로 개최되는 4월 마스터즈 대동경전과 신일본미술원이 주최하는 국제공모전인 8월 신원전(동경도 미술관), 그리고 국내에선 6~7월마다 ‘국제HMA예술제’(조선일보미술관)에서 국제교류를 개최하고 있다. 

1987년까지 한국의 1세대 박성환, 최영림, 김흥수, 장리석 등 30여명의 원로 화가들이 교류하던 국제단체를 이후 2세대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한국심미회가 이어 받았다. 한국심미회의 회장인 백만우 화백은 일본 근대일본미술협회(춘계전) 대상, 일본미전 내각총리대신상, 마이니찌신문사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은 바, 일본문화진흥회의 국제고문으로도 활동했다. 또한 신원전의 국제심사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한국미술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피플투데이는 국제교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백만우 화백을 만나 그의 화업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분단의 아픔으로 피어난 <공간지대>

백만우 화백은 동물을 작품 소재로 삼는 애니멀 아티스트이다. 서울 한강로에서 입시미술전문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당시만 해도 하이퍼리얼리즘 작업을 고수했다. 하이퍼리얼리즘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만큼 작품에 매진할수록 극심한 피로와 신경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백 화백은 자연스레 몸이 약해지고 특히 눈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앞이 하얗게 보이다가 깜깜해지고, 그 다음에는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으로 인해 치료를 받으며 고생을 겪었다. 이윽고 1980년대 들어서는 표현기법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하이퍼리얼리즘 작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저만의 소재, 저만의 표현방법을 찾던 중 문득 고향 철원의 비무장지대 근처 철조망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현장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고향 철원은 새벽 아지랑이 필 무렵이면 이북 방송이 들려오는, 분단의 상처가 곳곳에 남은 곳입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으나 생명이 살고 있는 곳. 동물의 천국, 녹슨 탄피, 모자, 총, 녹슨 탱크 잔해 등 아픈 역사의 잔해를 고물이라는 이름으로 모아 엿장수에게 엿 바꿔먹던 곳. 그곳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공간지대>라는 작품입니다."

백 화백은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담은 <공간지대>로 1982년 제1회 단원예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사실적 표현보다는 공간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의 충격을 표현하기 위해 색상을 최소화하고 원색적 단색계열로 줄여 처절한 생명력을 강조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天心花의 심포니-350x135cm 2020년작
天心花의 심포니-350x135cm 2020년작

 

기네스북에 오른 <삼천리금수강산 맹호군도>의 탄생

<공간지대>의 성공은 백 화백이 국제무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 플로리다 화랑으로부터 전속작가 제의가 들어오면서 미국 뉴욕 화랑과 플로리다 화랑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행운을 얻게 됐다. 그러던 중 백 화백은 애니멀 아티스트답게 동물이 대거 등장하는 대작 제작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작의 내용은 한반도의 한라산부터 백두산까지 삼천리금수강산과 사계절과 하루 24시간의 시차 등 공간과 시간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호랑이를 그려 넣고 비둘기 5000마리가 나는 곳에 애국가가 흐르도록 계획을 세웠다.

"작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갈 즈음 88올림픽이 서울 유치에 성공, 마스코트가 호랑이라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운명처럼 겹쳐진 주제에 생각을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그린 작품에 서울올림픽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를 구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대작으로 올림픽을 기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윽고 88마리의 호랑이를 담은 대작, <삼천리금수강산 맹호군도>가 탄생했습니다. 작품의 탄생 소식은 중앙일보 사회면 1/4면을 가득 채웠고, 5대 일간지며 3대 방송, 월간지, 주간지 가릴 것 없이 모두 작품을 소개했으며 뿐만 아니라 일본 후지TV에서도 서울올림픽을 취재하면서 <삼천리금수강산 맹호군도>를 취재하기도 했지요."

 

天心花의 심포니-350x135cm(550호)2018년작
天心花의 심포니-350x135cm(550호)2018년작

 

국제무대를 향한 날개짓

이후 백 화백은 한국체육기자협회장이자 아시아체육기자협회 박갑철 회장으로부터 AIPS세계 체육기자협회 초대전시(신라호텔)를 제안 받았다. 성공적으로 전시를 끝마친 덕에 일본 화랑에 작품을 보내고 화실방문 실사관계를 거쳐 3년 전속화가 제의를 받아 전속화가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국제무대 진출이 시작됐다. 백 화백은 기존에 작업을 해오던 숲, 동물, 색동마을, 심산 시리즈 작품을 이어가는 동시에 색다른 시도와 한국의 색동회화 연구를 시작했다.

백 화백의 일본 활동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이듬해인 1988년 일본 롯폰기 금봉당 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은 도쿄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근대일본미술협회가 주최한 춘계전에 출품의뢰를 받아 한국 고유의 색동율동감과 신비로운 생명이 숨 쉬는 색채로 제작한 <색동여인>을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1년에는 일본미전에 <색동마을(色童村)>을 출품해 공개심사를 통해 각축전 끝에 일본내각총리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색동마을>은 ‘심미술’이라는 저만의 표현방법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기운이 샘솟는 마을, 그곳을 명당 색동마을이라 했으며 언제나 진심은 투명하고 신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색동마을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본내각총리상 수상 후 정말 많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일본을 중심으로 수많은 화랑의 초대전, 다양한 단체의 초대, 심사의뢰, 중국, 대만, 미국, 영국의 전시와 초대 및 출품 의뢰로 많은 전시회에 참가하게 됐지요. 비로소 나만의 둥지를 틀게 된 것입니다."

이후 1997년에는 UN-NGO IAEWP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 중국 서안으로부터 국제문화교류평의장 공로훈장을 수훈 받아 중국 국화원 명예원사로 추대됐다. 2005년에는 미국 보건복지부로부터 미국대통령상 금상을 수상했고, 대만 예술부문 평화예술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심미술(心美術)’의 방점을 찍다

백만우 화백은 <공간지대> <색동여인> <심산> 등 작품을 통해 현실을 떠나 형태를 해방시키고 자유로운 회화세계를 모색해나갔다. 그는 색동리듬으로 신선한 선계(신선이 노는 곳)와 같은 작업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느꼈다고 말한다.

"마음의 신선한 기운, 생명이 노니는 곳, 그곳에는 새로운 생명이 있습니다. 작품에 담긴 심상(心像), 심색(心色,) 심기(心氣) 이 모두가 심미술(心美術)로 표현하여 마음의 평화로 행복 추구하는 것입니다. 신선한 기운은 하늘(天)이요. 그 속에 노니는 물체는 화(花)로 짜릿한 전율을 느낍니다. 자연세계의 합창의 음을 심포니로 하여 천화의 색동심포니라는 세계에 작업하여 살아가니 나의 이야기와 나의 향기로 작품 세계, 천심시대를 완성할 수 있어 행복할 따름입니다."

백 화백은 그동안의 작품을 모두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한적한 곳의 수만 평의 산과 대지 위에 그의 스승의 작품과 아들의 작품 그리고 선·후배들의 작품을 모두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고자 한다. 이제 곧 그의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백만우 화백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Profile
기네스북기록 보유 아티스트
미국대통령상  
일본내각총리대신상
대만 평화[예술]대상 
UN-NGO IAEWP 아카데미상 UN사무총장상(예술)
중국국제공로문화훈장수훈 [중국국화원. 명예원사]
중국서법미술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일본미전, 신원전, 마스터즈대동경전 국제심사위원장
NGO IAEWP 명예교수
국제감정위원(일본)
(고) 박성환화백작품 감정전문위원
국제H.M.A예술제 대표 (조선일보미술관)
(비) 한국심미회 회장
(사)한국예술작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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