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감동으로 가르치자

  • 입력 2020.12.29 00:43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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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학교 1학년 딸을 둔 제자가 찾아왔다. 제자는 좋은 직장을 갖고 슬하에 딸 두 명을 둔 유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러나 그는 매일 밤늦게 귀가하는 딸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는 말을 했다.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 딸의 행동을 말로 타일러 보고, 가끔은 큰 소리로 질책도 해봤지만 고쳐지지 않아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 가정생활이 괴롭다며 좋은 방법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제자의 말을 듣고 보니 이 문제는 대화로 풀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었다. 제자의 이야기를 듣고 말로써 풀 수 없는 일은 감동을 주는 행동으로 해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는 나의 이야길 듣고 그대로 실천한 결과 제자는 딸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는 대화나 소통의 부족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대화는 개인의 성격이나 상대방과의 관계, 서로 간의 가치관의 차이, 학력, 지식이나 정보 수준 등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순기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는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며 듣고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대부분 대화는 끌고 가는 자와 끌려가는 자로 나누어지며, 대화의 결과가 win-win 법칙보다는 win-lose 법칙이 적용된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대화도 서로 간의 인간관계나 각자의 성격적 특성 그리고 대화의 내용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할 수가 있다. 부부간에도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지만 이는 서로 사이가 좋은 부부간에는 가능한 일이지만 2~3분간만 대화하면 서로 싸우는 가정도 있는 걸 보면 대화의 방법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대화만이 문제 해결의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대화의 중요성을 말하는 나에게 후배는 딸과의 대화 기회도 많이 가져 봤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길 했다. 이야길 들어보니 후배가 딸과 대화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아버지의 훈계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딸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 보라 했다. 

오늘 밤에는 밤늦게 들어오는 딸에게 꾸중이나 다른 반응을 보이지 말고 거실에 앉아 아버지의 눈물을 보여 보라는 권유였다. 늦은 귀가를 기다리고 있다가 늘 잔소리만 늘어놓던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그 어떤 이야기보다 딸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서운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자식을 진심으로 걱정하여 눈물을 흘리는데 놀라지 않을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이 방법은 매우 유효했고 아버지의 눈물을 본 딸은 아버지께 자기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음 날부터는 일찍 귀가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말로써 고칠 수 없는 것은 감동을 주는 행동을 보였을 때 효과적임을 말해준다. 
감동으로 가르침은 눈물을 보이는 것과 같은 신체적 행위와 글 그리고 솔선수범을 통해 할 수 있다.

  
아침에 학교 가는 자녀의 책갈피 속에 '아들아, 힘들지? 엄마가 크게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우리 아들 오늘도 파이팅!'이라고 쓴 편지를 넣어 보냈을 때, 이 글을 읽은 아들은 엄마의 백 마디의 칭찬보다 더 큰 감동을 받을 수가 있다. 
숙제를 잘해온 학생에게 "우리 순이, 숙제를 참 잘했네. 글씨도 예쁘게 쓰고,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해보자"라며 등을 어루만져 주는 교사의 격려 섞인 몸짓은 단지 말로만 하는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 현장은 이같이 스킨십을 이용한 칭찬을 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기에 마음 아프다. 확실한 것은 대화로 해결키 어려운 일은 글로써 해결할 수 있고, 말과 글로써 풀 수 없는 문제는 감동을 주는 행동으로 푸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의 솔선수범 행위 또한 자녀나 학생 교육에 중요함을 생각하자. 교사 자신이 담배를 피우면서 학생들에게 금연하라고 하고, 부모가 자신은 책을 읽지 아니하면서 자녀에게 독서를 강요하고, 거짓 행동을 하면서 자녀에게 정직하라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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