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터키 에페스(Efes), “성모마리아가 64세로 살다간 에페스”

김석기 작가l승인2020.12.28l수정2020.12.2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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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스로 가기 위해서 에게해 해변을 달린다. 터키의 제3도시이며 최대 공업도시인 이즈미르를 지나간다. 무역도시로 인구가 250만 명 정도가 되는 이곳은 고층건물과 함께 현대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언뜻 주변들이 비좁은 서울의 산동네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야산의 덩어리가 온통 작은 집들로 뒤엉켜 넓은 땅을 가진 터키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보여준다. 

 

▲ 에페스의 운해_김석기 작가

녹음과 잘 어우러진 이즈미르를 통과하면서 남쪽으로 한 시간쯤 달려 조그마한 마을, 설축에 도착한다. 동로마 시대의 성터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예루살렘에서 추방당한 사도 요한이 노년기를 보낸 곳으로 그를 기념하기 위하여 성당이 세워졌으나 6세기에 동로마의 황제 유스티아누스가 교회로 변모시켜 지금은 성 요한의 교회로 남아 있다. 교회의 한 쪽 곁에는 흰 대리석으로 세워진 요한의 묘소가 있고, 곁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 여신을 위한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기원전 7세기에 건립하기 시작하여 알렉산더 대왕 이후 재건될 당시까지 수많은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그 화려함이 극에 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파손된 조각들만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역사의 허무함을 느낀다. 셀축에서 3㎞쯤 들어간 곳에 에게해 최대의 유적지 에페수스가 있다. 잠자는 고대 도시 에페수스를 현재는 에페스라 부른다.
  
터키는 오랜 역사 속에 종교를 통한 민족의 변화가 심했던 나라다. 때문에 많은 고대 유적이 파괴되거나 약탈당하였다. 그러나 에페스만은 예외적으로 많은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여전히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에페스로 들어서는 길가에 동굴유적지로 알려진 '잠자는 7인의 교회'가 있다. 

 

▲ 에게해에서_김석기 작가

250년 로마 황제 테시우스가 군림하고 있던 당시 에페스에서 산 제물을 신에게 바치던 의식에 항의하던 7인의 젊은 그리스도 신도가 도시에서 추방당하여 동굴에서 지내다가 지진으로 동굴이 소멸되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 그 후 309년이 지나 그들이 동굴에서 잠자던 모습 그대로 발견됨으로써 그 당시 로마제국의 구석구석까지 기독교가 전파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7인의 신도들은 성인으로 받들어져 동굴에 안치되었고 후에 ‘잠자는 7인의 교회’가 이곳에 세워졌다. 
  
에페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피온산을 따라서 돌로 만들어진 야외극장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부채꼴 모양으로 넓게 만들어져 25,000명을 수용할 수가 있다. 원형극장은 헬레니즘시대에 짖기 시작하여 로마시대까지 시설을 확장해 나갔다. 객석은 154m의 직경과 34m의 높이로 반원형으로 만들어졌으며, 연극 상연이나 시민의회를 여는데 사용하였다. 또한 사도 바울은 이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이곳에는 가장 오래된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공중 화장실을 만들면서 배수로의 경사도를 이용하여 흐르는 물로 수세가 가능하도록 한 흥미로운 설계에서 그 당시의 뛰어난 삶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대형 석조 도시를 계획하고 건축하기 위해서 집정자들은 얼마나 많은 인력과 노력을 강요하고 필요로 했을까? 대형 석조물의 기둥과 석조 작품들의 문양 속에서 온갖 정성을 다한 석공들의 땀과 피의 냄새를 맡는다. 

▲ 에페스 가는 길_김석기 작가

 

에페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세루시우스 도서관이다. 로마 제국시대에 아시아 지역을 관할하고 집행하던 케루소스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기리며 117일 동안 세워 올린 것으로 이후에 목조 부분은 화재로 소실되거나 지진에 의하여 크게 파손되었다. 정면에는 지혜, 운명, 학문, 미덕을 각각 상징하는 여신상이 있다. 오리지널은 윈 박물관에 있고, 이곳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라고 하지만 그 웅장함이 대단하다. 전체 벽을 지탱하고 있는 웅장한 기둥양식은 코린트 양식과 이오니아 양식의 혼합형식인 컨퍼지트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곳에는 대략 12,000여권의 책이 소장되었었다고 한다.

도서관 길 건너편에는 '여자의 집'이라고 불리는 창녀촌이 있다. 그 입구에는 이 세상 최초의 광고판이 있다. 대리석 바닥 위에 새겨져 있는 광고문에는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첫째 마음의 상처가 있는 자, 둘째 약간의 돈이 있는 자, 그리고 셋째로 발이 큰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옆에는 발바닥의 모양이 새겨져 있다. 발이 작은 미성년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광고다.  
  
도서관 건너 다른 한편에는 2세기의 로마 하드리아누스를 받들어 모신 시리아 풍의 신전이 있다. 내부에는 양손을 벌린 메두사가 조각되어 있고 그 주위에 신들과 아마존 동물 등이 새겨져 있다. 하드리아누스 신전 바로 옆에는 아프로디테의 조각상 등 다수의 아름다운 조각상이 발견된 트라야누스의 샘이 있고, 또 그 곁에는 시장으로 사용했던 아고라 터가 있다. 그리고 에페스의 대표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였던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오데온도 있다. 

 

▲ 에페스의 석조기둥_김석기 작가

  
남쪽 입구로 나와 항구로 이어지는 아루카디안 도로의 북쪽에 성모 마리아의 집이 있다. 에페스는 성모마리아가 그리스도가 죽은 후 여생을 보낸 곳이라 알려져 있다. 성모가 살고 있었다는 성모마리아의 집은 성모마리아 교회에서 7㎞쯤 떨어진 부르부르 산속에 있다. 성모는 64세에 죽었다고 전해지며, 1967년 교황 바울 6세가 이곳에서 미사를 하여 그 존재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에페스는 로마시대에 형성된 계획도시의 면모를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예술적이고 화려한 조각 작품들의 정교함과 아름다움과 거대함을 보면서 영원한 예술 속에 영원할 수 없는 권세가 살다간 안타까운 역사의 비극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에페스에서의 김석기 작가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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