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高) 우아한(麗) 학문공동체" 고려대, 고등교육의 내일을 이끌다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입력 2020.12.11 13:51
  • 수정 2020.12.14 20:22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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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초·중·고·대학교 개학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자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수업 또한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면서 교육에 큰 변화가 일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순구 교수는 "온라인 교육의 확대는 예견된 일이었으며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급격하게 확대된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이야 말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고 온 국민이 미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명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교육계와 미래의 대학이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교수의 주 활동 영역인 교육과 연구, 더 나아가 학교의 행정과 봉사 등 네 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포스트 코로나, 교육에도 '사회적 항체'를 마련하자
고려대학교는 1905년 설립 이래 걸출한 인재들을 양성하며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명순구 교수는 국민들의 큰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한 만큼 고려대가 지닌 가치를 확대 재생산하여 온 국민이 깊숙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명문 대학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민법학자인 그는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민법학입문> 강의를 MOOC(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개수업) 방식으로 공개해왔으며, 이번학기에는 약 1200명 규모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개론 강의를 공개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고, 결국은 미래 대학이 지녀야 할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반대로 대면 수업은 더욱 심화해야 한다. 100~200명 단위의 전통적 수업보다는 기초개념은 개방된 온라인 콘텐츠로 스스로 습득하고 강의실에서는 20~30명 단위로 교수와 학생이 토론 중심으로 진행하는 수업 형태(가령 ‘거꾸로교실’)로 수렴해야 한다. 

"온라인 강의는 전통적인 강의 방식이 지닌 한계를 가뿐히 극복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강의에 따른 교육당사자의 자율성 증대 및 자원의 효율적 분배, 수준별 강의를 통한 전반적 학력 향상, 강의계획과 일치하는 강의, 정교한 강의 준비에 따른 교육 수준 향상 등 온라인 강의는 대학사회의 수많은 난제에 해답을 제공하지요. 그러나 온라인 강의 확대 정책에서 가장 유의할 점은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 기회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은 교수 또는 학우들과 대면 교류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에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공감’이듯, 교육 현장에서도 교수와 학생 사이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이 이뤄져야 미래의 교육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강의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졌던 교수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오래전부터 동영상 강의 시청에 익숙한 학생들이 함께 교육의 ‘사회적 항체’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지식 생산 주체의 다원화, 지식 순환 속도의 가속화는 교육 내용·방식·체계에 있어서 혁신이 요구됩니다."

 

산학의 융합 속 균형 있는 연구방향 모색
이어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대학과 기업이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연계되어 인류사회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대학의 존재가치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대학은 ‘기초학문’의 원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은 단기간에 결과물을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려는 경향이 커서 기초학문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대학에서도 학생의 사회진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여, 보기에 따라서는 기초학문이 벼랑 끝에 몰려있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고 큰 것이라도 그것에 ‘0’을 곱하면 ‘0’이 된다. 대학인들이 기초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대학의 품격은 학문적 역량에서 비롯된다는 말과 함께 명순구 교수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융합 속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균형이 없는 수레로는 먼 길을 갈 수 없습니다. 균형의 시각은 매우 넓은 범위를 포괄합니다. 형식과 실질 사이, 순수와 응용 사이, 전통과 미래 사이, 이성과 감성 사이 등 모든 분야에서 균형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산업계와 학계 모두의 미래 동력이 될 것입니다. 등록금 등 전통적 수입에 의존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학교 지식자산의 산업화 등 새로운 수입원을 개척하는 일에 대해서도 융합이 가치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비옥한 '델타'를 형성할 안정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학교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행정을 빼놓을 수 없다. 집행부가 일정한 주기로 바뀔 때 마다 정책 또한 급변하면서 발생하는 역기능이 상당하다. 지난 2011년 이래 교무처장, 법학전문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수행한 경험을 가진 명순구 교수는 변화무쌍한 사회현실과 아우러져 대학이 개혁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개혁의 역기능이다. 구성원이 공감하는 혁신으로 역기능을 최소화하여 구성원의 사기 저하와 역량 감소를 방지해야 한다면서 '델타'(delta)의 비유를 말한다.

"산 위에서 강물을 타고 쏟아져 온 토사들이 하류에 흐르면 잔잔한 물결과 함께 비옥한 삼각주(delta)를 형성하고, 그곳에서 문명이 일어납니다. 이제는 혁신을 위한 델타를 형성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외화내빈의 분위기에 휩쓸려 고려대학교에 내재한 우월한 유전자를 구현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이제는 눈을 새롭게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을 향한 ‘자율’이 요구됩니다. 교육·연구·행정 분야에서 현행 중앙집권·규제중심 체제는 더 이상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조직·기관·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자율규제 체제가 필요합니다. 학교 제도의 자율 수준이 높아져 유연성을 발휘하게 되면 개인의 만족감과 역량도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21세기형 ‘교육구국’, 우리의 역사를 어루만지는 ‘민족고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영역에서도 미래 대학의 봉사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강제로 이주될 수밖에 없었던 재외동포 후손에게 국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민족의 자본으로 성장한 학교이기 때문에 과거의 우리 역사를 어루만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려대가 시작한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법대학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재외동포 후손 중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생활지원 등의 장학제도를 만들어 진행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로 무산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실 우리의 역사를 되찾는 일은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할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학들이 선도적으로 이런 일을 실행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알찬 보람이 있을 것이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의 품격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명순구 교수는 고려대학교가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신뢰할 수 있는 학문공동체가 되기 위해선 학교 이름 그대로 스스로 ‘높고(高) 우아한(麗)’ 존재가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교육구국으로 출발한 고려대가 깨어있는 사회적 책임감으로 미래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굳건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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