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열정, 때로는 힘들다

  • 입력 2020.11.26 15:58
  • 수정 2020.11.26 16:48
  • 기자명 손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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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업팀 팀장을 하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신입사원이 팀에 새로 들어왔는데 행동이 이해가 안 되고 힘들다고 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두 달 전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있는데 굉장히 활동적이고 의욕이 넘쳐서 처음에 보기에는 참 좋았다고 한다. 다른 팀원들도 다들 요즘 저렇게 의욕적인 청년 드문 것 같은데 아주 좋은 직원이 왔어요. 라고 만족해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평가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얘기를 들으면서 의욕이 넘치는 신입 직원에 대한 불만을 다른 회사에서도 종종 접하는 터라 어떤 문제인지 대충 짐작은 갔지만 일단은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로 했다. 

문제는 자기가 신입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는 것이다. 아니 신입이 자기가 신입인지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일까 라고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신입은 아직 일을 잘 모른다. 그래서 우선은 일을 배우는 게 중요하고 배우기 전까지는 일을 시키지 않는데 이는 그 직원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일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일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자기가 일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고 그냥 일을 해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부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면 담당자에게 내용을 전달해 주면 되는데 종종 자기가 판단해서 대응을 해버리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업무가 내부적인 것이라면 그나마 수습하기가 어렵지 않겠지만 외부 거래처와의 업무는 수습이 만만치가 않아 팀장인 후배가 수습하느라 지난 두 달간 몇 번을 거래처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선배님 왜 이러는 걸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후배의 물음에 답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그 직원이 어떤 성향인지부터 확인 했다. 그 직원은 행동 중심적인 성향을 가진 직원이었다. 이런 직원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일을 배울 때 교재나 자료, 설명 등을 통해서 배우기보다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일단 부딪혀 봐야 아는 유형이다. 또한 머릿속에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해 봐야 한다. 먼저 깊게 생각하기보다 해보고 나서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자신감이 있다. 일단 부딪혀 보고 아니면 다시 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될 때까지 부딪혀 보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떤 어려운 일도 될 때까지 하면 된다는 자심감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런 성향을 이해하면 그 직원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직원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맞다 다만 책상에 앉아서 자료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실수에 대해서도 배우면서 실수는 하는 것이고 또 수습하면 되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이런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통제하는 방법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들에게는 울타리를 쳐 주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하나하나 행동을 통제하기보다 적당한 영역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마음대로 해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업무에 있어서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정확하게 구분해 줘야 한다. 영업 제안서는 마음대로 만들어 보게 하고 거래처 전화는 응대하지 않도록 하는 등 분명하게 선을 그어주면 된다. 가르쳐야 하는 것에 대해 하나씩 업무를 부여해 경험 시키면 그 경험을 통해 일을 배우게 되고 본래 가지고 있는 열정과 자신감이 긍정적인 성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후배에게 하나 더 이야기를 해 줬다.

"그 직원이 왜 이해가 안 되는 줄 알아? 그건 그 직원이 크게 문제가 있다기보다 너랑 많이 달라서 그래."

그렇다. 만약 후배가 그 직원과 같은 성향이었다면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고 오히려 더 맘에 들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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