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철 칼럼] 교과 공부보다 중요한 독서와 일기 쓰기 교육

  • 입력 2020.11.25 00:30
  • 수정 2020.11.25 00:31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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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전 회장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나의 성공 비결은 어릴 때부터 길러온 독서 습관이다"라고 했다. 21세기는 지식 정보화 사회이다. 지식과 정보력이 개인의 능력, 사회 경쟁력,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이라 볼 때, 자녀에게 독서를 통하여 삶의 원동력을 얻게 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됨을 잘 알면서도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 자신은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책을 읽어라", "독서는 중요하다"를 외친다고 해서 자녀의 책 읽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단세포적 쾌감을 쉽게 빨리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녀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부모가 글을 읽어주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하고, 자녀의 독서에 대한 동기와 의욕을 키워주기 위해서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느 날 새벽 시간에 화장실에 가다 불켜진 아버지 방의 문틈으로 아버지가 책을 읽고 계신 것을 보고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녀의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양서를 택하는 일이 먼저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 선생님들과 상의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 맞는, 각급 학년에 맞는 양서가 학교에는 준비되어 있다. 그 책 중에서 내 자녀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를 선생님과 상의하여 선택하는 것이다. 책이 준비되면 먼저 부모가 읽은 후에 자녀에게 읽어보게 하고 가끔씩 책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책만 주고 “읽어라”가 아니고 책을 읽는 과정 중에 부모와의 대화 기회를 갖고 또 다 읽은 후에는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독서는 저자처럼 파랑 안경을 쓰고 읽을 수도 있지만 나만의 붉은 안경, 노랑 안경 등 다양한 안경을 쓰고 읽도록 하자. 독서는 대학 입시 때 치르는 논술 대비에도 중요하다.
  
대학 입시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후학기에 가서 논술 지도를 중점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논술은 많은 지식과 정보의 바탕 위에 상상을 통해 창의적인 것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읽을거리, 볼거리에 자주 접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기르고 독후감을 쓰거나 일기를 쓰는 일 또한 중요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 쓰는 습관을 기른다면 대학 입시 논술 시험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일기 쓰기를 지도한다고 부모가 자녀의 일기를 읽고 비평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기는 하루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마음껏 기록한 것인데 그 내용을 부모가 읽고 비판하게 되면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비록 글이 서툴고 논리적이지 못하고 철자가 틀렸다 해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쓰게 하면, 학년이 올라가고 지적 수준이 높아갈수록 일기 다운 일기를 쓸 수 있게 되고 이것은 대학 입시의 논술 준비로 이어질 것이다.
  
몇 년 전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의 어느 출연자의 이야기다. 그는 아버지의 잦은 직장 이동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여러 번 학교를 옮겨 다니는 것이 어린 그에게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다. 일기 쓰기 숙제를 한번도 해본 적 없었던 출연자가 어느 날 몇 줄의 일기를 써 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기장 검열을 마치고 선생님이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면서 일기장을 돌려줄 때 두세 줄밖에 쓰지 못한 출연자는 크게 질책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며 가슴 조이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야, 약속을 지켜 고맙다"라고 하시더라는 것이다. 일기장을 펴보니 두세 줄의 일기 밑에 붉은색 펜으로 선생님의 격려의 글이 한 페이지 가득히 쓰여 있었고, 살짝 본 짝꿍의 일기장은 자기 것과 반대였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선생님의 고마운 마음에 보답키 위해 일기 쓰기를 계속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시작하여 오늘의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자녀의 일기 쓰기 습관은 반성의 시간을 자주 가져봄으로써 바른 생활 태도를 길러주고, 바람직한 학교생활, 나아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자녀가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어떤 교육보다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은 독서와 일기 쓰기 교육이다. 양서를 많이 읽고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쓰는 자녀는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게 되고 논술력도 길러져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다.

 

Profile
現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미래로학교교육도우미 대표
    호남교육신문 논설위원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
 
前  광주광역시 학생교육원 원장
    광주 KBS 남도투데이 교육패널
 
저서 <가정교육의 함정-오래>(2013):아동청소년분야 최우수상 수상(문화체육관광부)
      <생각을 바꾸면 학교가 보인다-영운출판> (2011),
      <학습력 증진을 위한 수업의 실제-형설출판사> (2010년)
      <아는 만큼 교육이 보인다.>-V.S.G Book (2009) 등 3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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