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마음을 위로하는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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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방전시켜 버렸다. 전쟁보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면서 전쟁에 대한 국제적 의지가 약해졌던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 미래의 세계로 불리는 지금. 우리는 현대 과학의 힘으로도 세계적 전염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막지 못했다. 

코로나 시대로 불리는 지금, 스페인 독감과는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 세계 인류의 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도래했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원격수업을 하고, 결혼식이나 장례식, 박람회, 전시회가 제한되기도 하며 예전에는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친한 이들과 술 한잔 걸치러 주변 식당을 갔던 것에 반해 지금은 배달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어렵게 되면서 사이버 전시를 통해 호모 언택트 시대에 부합하는 변화를 모색하기도 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현대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치유를 얻는다

요즘 새로운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전엔 ‘집’이라 하면 그저 잠자는 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용도와 의미가 변화해가고 있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집안을 꾸미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거나 미술품을 구매하여 소장하기 시작했다. 잠만 자던 공간을 풍요롭고 다채롭고 재미와 아름다움을 갖춰야 할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집을 아늑하게 꾸미기 시작하고, 외벽을 보수하거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집안에 자연이나 힐링을 소재로 한 그림을 벽에 걸기 시작했다. 즉, 집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이것을 미술 용어로 아상블라주, 콜라주로 불릴 수 있는 방식인데, 소품들이나 기물을 이용하여 집을 꾸미는 행위 자체가 미술 행위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집을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했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대단히 큰 변화다. 미술품과 집 꾸미기가 늘어나는 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진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보인다. 과거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밖에서 시간을 보냈던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문화가 이제 과거가 되어감에 따라 사람은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기도 한다. 그 공허함을 색채로 채워주는 것이 미술이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가상으로 접하는 색감과 사람과의 관계는 실제로 만나서 접하는 색감과 사람의 느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1년 동안 미술 힐링 강연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직업에서 얻는 스트레스, 팬데믹으로 인한 외부 환경의 변화, 가족과 자신의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사람들은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야 생존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럴수록 이완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갉아먹어 방전시키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모세와 구리 뱀’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의 폭압에서 구출되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 광야에 이르렀는데 아무것도 없는 광야 즉 사막에서 수백만 명의 이스라엘에게 기적에 의해 하늘에서 꿀맛이 나는 만나(양식)가 눈처럼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양식을 마다하고 이집트의 마늘을 그리워하며 만나에 대한 불평과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러자 신은 뱀을 보내 물게 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에 회개하는 이스라엘의 반응에 모세가 기도하자 구리 뱀을 만들어 바라보게 했다. 구리 뱀을 쳐다본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구리 뱀이 어떤 효능이 있거나, 독을 사라지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심리적 반응과 믿음에 의해 구리 뱀을 바라보는 태도는 아마 몸이 몸을 치유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성경은 의외로 미술품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지만, 이것을 미술품에 대비하여 말한다면 인간은 억압받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불평하거나 감사하는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 그때 우리의 눈과 마음은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우리가 마음의 독에 중독될 수도 있고, 회복되어 몸과 마음이 일어설 수도 있다. 

 

예술은 인간의 피폐한 영혼을 되살려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행복해진다. 시를 읊으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책을 읽다가 지혜를 만나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림을 통하여 색채를 보면서 치유 받는다. 그림은 처음에 오랜 시간 바라보면서 만족감을 얻는데, 그것은 일종의 의식의 영역이다. 계속되는 반복된 감상과 집안을 오가며 스치며 지나가듯 보는 무의식 속의 기억이 합쳐져 수백, 수천, 수억 개의 감상을 하게 된다.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말은, 그림이 약처럼 치료제가 된다는 게 아니라 그림을 바라본 사람의 관찰의 힘이 작용하여 스스로 치유한다는 의미이다. 미술이 인간의 정서와 몸의 컨디션을 회복시키는 기전은 심리적 차원에서 시작된다. 색채로 인지되다가 형태와 상징과 은유가 해석되기 시작하면서 내면의 치유가 시작되고 그것이 억압의 굴레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과 같다. 그림은 인간의 소원이나 바람들을 그려나가면서 완성해 나간다. 때로는 그림을 그리면서 원하지 않은 색이 그려지면 원하는 색을 탄생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때로는 어두운색을 바탕에 깔아 밝음으로 끌어올려 깊이 있으면서 환한 바탕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삶 역시 마음에 들지 않은 일들을 만나거나, 다소 어두운 날들도 있지만, 그것을 승화시켜 우리의 삶에 빛 한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림과 인생은 그려나가는 세계가 유사하기 때문에,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코드에 따라 색채로 된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이 코로나 시대에 그림은 나와 가족에게 의식과 무의식을 평온하고 굳건하게 해 줄 심리적인 색채로 된 자아 치유의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예로부터 승려들은 선화를 통해 신심을 수양했으며, 성당의 벽화나 유리에 장식된 그림들을 통해 성경의 내용을 뇌리에 스며들게 했다.

모세와 구리 뱀처럼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미술도 그렇다. 화가의 관점에 따라 빛의 색채와 에너지와 상징이 들어갈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술은 폭넓게 보면 디자인된 모든 것이다. 좁게 보면 회화나 조각과 같은 형태인데, 더 명료한 표현은 그림이다. 

미술은 아름다울 미(美)에 재주 술(術)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울 미는 양(羊)이 아름드리로 풍성하고 크니(大) 아름답다는 의미로, 미술을 말할 때 美는 풍요와 풍성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재주 술은 길(行)을 들어가 걸어가는 형상인데, 이는 그림을 그리는 자의 기법이나 마음가짐, 道를 말한다. 화가의 마음이 아름답고 풍성하며, 마음가짐과 기법의 완성도와 사숙하는 힘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려 힘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힘을 방전시키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의 방향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술은 어떻게 변해갈까?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의 미술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과의 접촉이 최소화되는 문화가 자리 잡기 때문에,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고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미술이 인류에게 영향을 주며 인류의 미술은 어떻게 흘러갈까?

많은 미술인들은 실험적이고 디지털적이고 개념적이거나 퍼포먼스적인 것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은 이전처럼 남에게 보여주는 미술이거나, 남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주장을 해석하는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으로의 여행’, ‘개인과 사회의 치유’, ‘자아 탐구’로 가게 될 것이다. 

물론 디지털 예술도 발전하겠지만, 클래식한 작품들이 더 강세를 이을 것이다. 평론가들이나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모호한 미술은 컬렉터들이나 지적인 사람들도 감상하거나 접근하기가 어렵다. 예전의 인류는 대단위의 많은 사람이 실제로 대면하여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였다면, 지금부터는 방역에 철저한 몇 명의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살롱 문화가 될 것이며, 미술도 그렇게 될 것이다. 즉 많은 설득과 어려움으로 접근해서 설명하는 문화가 아니라 개개인이 치유받기 위해 미술을 접하는 소규모 마니아 문화로 변화될 것이며, 대단위 세력이 아닌 개개인의 컬렉터 문화, 소장자들의 힘이 가장 강해질 것이다.

현대 미술가들이 개념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을 했는데 그것은 이전의 사람들이 현장에서 이런저런 시대적 에너지와 행위예술로 주관적으로 작가 개인의 관점을 보여주고 납득시키는 문화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려운 미술학에 대한 책자를 보며 이해하려고 억지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현대미술은 회화미의 복귀, 인간성의 회복, 요란함이 없는 내면적 평화를 가져오는 미술로 변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은 작가도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현대미술이라는 미명하에 현대미술인데도 현대인이 결코 모르는 정신적 공황상태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 내용을 작가 본인만 이해하고 난해한 그만의 개념을 큐레이터가 아닌 이상 타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미술서적을 뒤적이다 미술비평가의 장대한 글을 읽고 나서야 이해한척 하는, 이전까지의 그런 미술은 포스트 코로나 이전의 미술이지 이후의 미술이 아닐 것이다. 즉 현대인의 관점이 아니므로 현대미술이 아닌 것이다. 

사실 모호한 예술은 1·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로 발달된 산업화의 모순된 상황들에 대한 반발로써 이기적인 사람들의 짐승같은 모습과 그 피해자들을 다뤘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것을 재현한다는 것은 그 전통을 따르겠다는 것이며, 난해함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똑똑하고 심오한지를 알리는 교만이다. 이전의 인류는 이런 교만하고 이해불가한 작업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술은 타인의 말을 들어주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문화가 아니라 <관람자 자신을 위로해주는 문화>로 변화될 것이다. 그러려면 매우 심도 있는 회화미와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물 한 점을 감상하다가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웬만한 정물 그림 가지고는 인간에게 감동하고 감격하는 그런 감정을 끌어올 수 없다. 그냥 잘 그렸다거나 장식적으로 잘 그린 것만으로는 감동을 느끼게 하기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이상하게 그려놓고 이것이 미술이라고 우격다짐식으로 자신만의 모호한 개념을 말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현대미술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작가는, 동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표현해야 하며, 작가가 겸손과 소통 속에서 이해력이 있고 배려심 있는 정서적으로 평온을 유지하는 아티스트가 성공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술이 가야 할 방향은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디지털화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이 감지하는 영적 만족감은 줄어든다. 인간은 오리지널함에서 오는 유일성의 기쁨을 좋아한다. 자연과 자유함과 억압이 없는 치유와 감격과 감사와 감명의 예술을 접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오리지널한 회화로의 회귀가 앞으로의 인류에게 필요한 미술이라고 생각된다.
디지털화된 매끈하고 깨끗한 음색으로 번역된 노래와 연주도 좋지만, 인간의 오감과 공감각(共感覺, synesthesia)은 오히려 예전의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가 정겹고 교감하기도 쉽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여 인공지능 작곡가와 가수가 노래하는 세계가 온다고 하지만 인간의 몸과 정신과 느낌의 파장을 많이 흉내 내더라도 인간고유의 파장을 기계가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림 역시 화가의 평생에 걸친 눈물과 기쁨과 희열과 행복의 감정 속에서 사숙된 인간성의 보석 같은 고유한 영육의 결정체가 그림으로 맺혀질 때 색채와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이 세계는 영원한 세계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술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어루만지고 감싸 안을 것이며, 삶 속에 아름다움을 넣어 인간의 마음을 흡족하게 충전시켜 방전된 마음을 치유할 것이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여태껏 살아왔던 라이프 스타일과 다른 경험을 해야 한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긴장감,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우울감을 겪는다. 미술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을 보듬는 시간을 가진다면 오히려 자신을 성숙하게 하며, 내면이 치유된 상태로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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