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새 '봉황'을 품은 예술가, 세계를 향해 날다

신경미 화백

  • 입력 2020.11.10 14:11
  • 수정 2020.11.11 15:48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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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봉황은 전설속의 상서로운 동물로 전해진다. 새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 하는 봉황은 수컷인 ‘봉’과 암컷인 ‘황’이 합쳐진 단어로, 금슬이 매우 좋다고 전해진다. 봉황을 곁에 두면 부부 금슬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자손 번창과 복이 따른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봉황을 그리는 예술가, 신경미 화백이 국내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 화백은 특유의 두꺼운 질감과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붓터치 등 기교나 기술은 서양의 화법을 쓰면서 동양의 소재와 서정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담은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 속에 봉황과 물고기여인, 물고기 등을 통해 가정의 평화와 어머니의 사랑, 자식에 대한 애정, 여자의 일생 등 신 화백의 한평생과 같은 이야기를 그려 넣는다. 

전시회를 앞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대구에서 서울까지 방문해준 신 화백. 그는 브릴리언트에서 디자인한 봉황이 그려진 옷을 입고 인터뷰 내내 열정을 나누어주었다.

 

모래 위 그림이 대작으로 탄생하기까지

신경미 화백은 100호 크기의 캔버스 10개를 연결해 1000호로 작업해 대작을 남기는 화가다. 신 화백이 그린 10개의 캔버스가 모여 하나의 주제를 품은 일련의 작품을 구성하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각각의 캔버스로 보아도, 전체로 보아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종이가 귀하던 그 시절, 마당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고 덮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그림을 그렸고, 옆 동네에 살던 천경자 화백을 동경하면서 꿈을 키웠지요. 한때는 캔버스가 있으면 물감이 없고, 물감이 있으면 캔버스가 없는 등 재료가 부족해 오직 세 가지 물감으로만 그림을 그린 적도 있었습니다. 쌀을 사는 것보다도 재료를 사는 것을 더 중시했고, 재료가 가득한 것을 보면 배가 부를 만큼 작품을 탄생시킬 재료가 간절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대작을 그려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겠지요."

국내뿐만 아니라 독일 드레스덴, 파리 루브르 박물관, 중국 상해 등 외국에서도 개인전을 가지며 호평과 인정받는 화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신경미 화백. 한때는 팔공산 자락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에 몰두했다. 자연 속에 머물며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하는 가운데 머리를 삭발하기도 했다. 신경미 화백은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붓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대구로 시집을 와서 대학원 진학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 등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늘 옆에서 끊임없이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겠지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결국은 나 자신을 뛰어넘을 때 비로소 날개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탄생하기 위해선 더 고된 일도 할 자세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또, 저를 응원해주고 믿고 지지해준 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멋진 작품을 남기고, 후대에 멋진 화가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힘든 일이 닥쳐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희생을 품고 나는 봉황

신경미 화백의 그림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녀를 향한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어머니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자 지향점이다.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어머니는 신 화백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다. 

"이 모든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라고 단언합니다.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나의 어머니. 언제나 저의 뒷바라지를 하며 희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멋진 한복을 입혀 첫 개인전에 초대해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전에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간혹 물감을 던지기도 하고, 뿌리기도 하며 거칠게 작업을 하다보면 제가 의도치 않은 무언가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은 한 부분에 여인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그림이 나오기도 해요. 마치 나를 위해 평생을 기도하던 어머니의 형상이 아닐까 싶어요.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을 늘 머리로만 이해했고, 반대로 표현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습니다. 쑥스럽고 부끄러워 참았던 표현들을 이제는 제 자녀들에게 풍부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전하고 싶어요."

 

겸손함을 배우며 받은 희생을 베풀줄 아는 예술가
신경미 화백은 그림 작업 시간 외에는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화가의 길을 걷게 된 이후 자신을 위해 응원하고 희생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고마운 마음을 봉사를 통해 갚아나가고 있다. 신 화백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함으로써 나중에 힘든 일이 닥쳐왔을 때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봉사자들과 함께 200명이 넘은 인원의 밥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또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봉사 등을 하다보면 너무나도 체력 소모가 큽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마음을 채우는 만족감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작품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힘을 다해 매진한 후에 완성작을 보면 만족감과 뿌듯함이 차오를 수밖에 없지요. 또, 겸손한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어느 대학에 총장님이 '봉사는 되돌려 받을 수 없는 곳에서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 말을 항상 가슴 깊이 새기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신경미 화백은 오는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구엑스코에서 진행되는 2020 대구아트페어 명갤러리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봉황이 지닌 신비로운 매력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힘찬 작품 활동을 피플투데이가 응원한다.

 

Profile
호남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졸업
대구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조형 창작학과 석사졸업

개인전 19회
대구정부지방합동청사 초대전
조선일보미술관
G갤러리
중국 상해 개인전
독일 드레스덴 특별초대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ART르살롱전
일본 등 국내외 전시
서울국립미술관, 예술의전당, 인사아트프라자 단체전 다수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미술협회 회원

수상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 선정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2회(국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
봉황문화대상

2014 독일드레스덴 아리랑을 울려라
영화제 봉황 퍼포먼스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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