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의 미학, 서양화가 몽우 조셉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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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몽우 조셉 킴 작가의 작품세계를 어느 잣대로 규정하기에는 방대하고 다양하다. 작가의 작업이 다양하다는 말은 감정의 영향을 받아 그린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미술사가로서 그의 작업에 대한 분류는 어렵다. 오로지 감정에 따라 작업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소장한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따스하고 다정다감하고 행복한 감정을 끌어낸다."라고 설명한다.  

 

고흐가 귀를 잘라냈듯, 몽우 조셉 킴의 이유 있는 괴로움
몽우 조셉 킴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기에는 정물이나 독수리, 특히 인물화를 집중적으로 그렸는데, 부친이 사진관을 하며 초상화를 그린 것에 기인한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거나, 인물을 앉혀놓고 보이는 대로 그리다가 점차 내면적인 사람, 영혼까지 담아 사람의 외면과 내면 전체를 그리고 싶어 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표현의 한계를 느끼고, 감정적 혼돈을 느끼자 그동안 그려왔던 작업에 대한 회한으로 왼손잡이 화가인 몽우는 망치로 손을 내려치고, 은둔의 시간을 보낸 것이 고작 20대 초중반. 아직 발전해야 할 시기에 자칫 붓을 꺾을 상황이었다.

몽우 조셉 킴을 알게 된 것은 10대 시절부터지만 본격적으로 미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이다. 그때 이미 왼손을 붕대로 감고 오른손으로 삐뚤삐뚤 어색하게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리고픈 그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빗물이 바위를 뚫듯이 많은 시도 끝에 2002년부터 갑자기 작품 속에 내면적 동기가 발현되고 손이 마음과 일치하게 되자 오른손으로 새로운 그림을 창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동안 무명의 시간이 길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신의 고됨 속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화가의 신념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겠다는 결단은 그의 예술을 부강하게 했지만, 어려움을 겪게 했다. 화가가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겠다는 것은 마치 가수에게 노래를 부르지 않고 노래하는 것과 같다. 사실 화가로서 그 경지에 이르려면 비구상과 추상을 논할 중견작가나 원로작가가 되어야만 가능하지만, 아직 젊었던 몽우는 사진을 보고 그리던 자신을 부끄러워했고, 창조가 아닌 복사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손을 망치로 내려치게 된다. 이 일화는 고흐가 귀를 자르거나, 최북이 눈을 찌른 일화처럼 회자되지만, 굳이 망치로 손을 내려칠 필요는 없었다. 화풍을 바꾸거나 깨달음을 느끼고 변화하면 되는 것이지만,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진실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몽우는 양심에 민감했고,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의 내면에는 정신세계를 그리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이 생긴 것이었다.

 

꿈을 그리는 화가 몽우(夢友), 한국의 정서를 담다
초기의 작업은 서양적이었지만, 점차 내면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구도나 기획, 색채에서 동양적이면서 한국적 정서가 들어가게 된다. 그의 고민은 서구의 화구로 그리지만, 한국적인 감정을 어떻게 담아서 길어내느냐다. 몽우 조셉 킴은 어느 날 시인 백석의 시를 만나고, 고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작업의 방향이 한국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의 작품세계가 다분히 문학적이고, 음율적이며 사색적인 감정을 띠게 되는데, 그때부터 몽우의 그림은 달라졌다.

과거작에서 근작을 보면, 한국성을 그윽히 느낄 수 있다, 왜 그가 동양적 정서, 보이지 않는 내면을 그리려고 그토록 고민하고 희열했는지 지나온 25여 년의 작업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작품은 점차 내면의 세계, 화가의 자아를 다루게 되고, 민족의 자아로 확대되어, 한 인간의 행복에서부터 민족적 발전과 부흥에 대한 생각을 작업에 넣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행복, 자연과의 조화, 금강산과 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한 민족의 기상과 번영, 아침을 불러오는 닭, 강렬한 독수리 그림, 피아노 치는 여인과 따사로운 다정다감한 그만의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그림들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스페인의 미술 컬렉터 호세 디아즈는 “그의 회화에는 조선의 향기가 머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사람과 같이  수백 년의 감성이 한 사람 안에 고스란히 들어간 사람은 드물 것이며 고대의 향긋한 지성과 지고지순한 정서를 지녔다.”라고 몽우 조셉 킴에 대해 말한다.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예술가
그의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들은 문학인과 음악인, 예술가, 의사, 학자들, 고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팬층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의 그림을 소장한 최연소의 컬렉터가 초등학생일 정도다.

이해인 수녀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라는 문구가 몽우 조셉 킴의 내면과 가장 유사하다. 화가는 자신을 내세우는 것보다 작품으로 말을 거는데, 오로지 작업을 통하여 기쁨을 표현하며 은둔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오로지 작업으로써 말을 거는 존재다. 작가의 언어는 작품이므로 굳이 작가의 변이 필요 없고, 자신의 전시회조차 잠시 얼굴을 비친 후 초심으로 돌아가 화실에서 작업을 한다.

보이는 것을 그리는데, 그것 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려는 화가의 시도는 중년이 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그림 안에 감정을 담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행복하지 않을 시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 그림 안에 감정 에너지도 물감의 한 요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려 수신하고, 작가는 작업에 임한다. 

평소 그는 일체유심조라는 말과 창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는 것을 그림에 적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마음에 떠오른 행복한 에너지가 잡힐 때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내면에 구축하여 보이는 세계로 재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몽우의 작업은 인간의 행복과 고유한 한국적 정서가 다분하다. 표현 방법이나 구도, 색감, 대비 등을 보면 해학적이며, 시인처럼 사색이기도 하다.

꿈 친구 (夢友)라는 아호처럼, 꿈을 그리는 화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처럼, 실상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몽우 조셉 킴 작가의 화업을 이루기를 바라며, 그가 그리는 내면적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작업에 깊은 마음을 보태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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