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신으로 중소기업정책을 제시하다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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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무언가를 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효율성, 기회비용처럼 가시적인 부분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 약자에 대한 배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말이다.

경제학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개인의 기본적인 의사선택, 회사 경영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운영 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은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숭실대학교에서 올해로 만 29년째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윤재 교수를 찾았다. 그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었다. 그와 함께 지금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평생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직업
이 교수는 숭실대를 졸업하고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대학 졸업 후에 그보다 더 높은 보수, 더 좋은 근무환경을 갖춘 회사에서 근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 일반적인 직장보다는 연구원 생활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자기 삶에 대하여 고민하고, 발버둥 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교수는 항상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보람 또한 느끼고 있다고 한다."대학 시절 한 은사님께서, “교수는 평생을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교수가 되어 신세대들과 늘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 끊임없이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DI에서 3년간 일을 하면서 유학을 준비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까지 마친 뒤 1991년부터 모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죠."

"졸업 후 삼성전자를 다니다 창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90학번 제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임직원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과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캐럿글로벌’을 운영하고 있는 노상충 대표인데, 학생 시절 유독 질문이 많아서 인상 깊은 친구였죠.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외국어 학원 사업을 하겠다고 하길래 레드오션이라 생각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대기업에 있으면서 외국 기업과 계약을 할 때 필요한 전문지식, 협상에 대한 노하우가 당시 국내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창업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단순한 영어회화 학원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 결과 지금은 직원 수가 3~400명인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사업에 성공한 것도 멋지지만, 더 멋진 부분은 숭실대 후배들을 위해 기금을 출연하여 세계의 석학을 모셔서 강연하는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자신의 학창시절 때 학교에서 저명한 사람의 강의를 듣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서 장학금 대신 꿈을 갖게 해준 것이죠. 그렇게 처음 초빙한 석학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었습니다. 이후 개교기념일 즈음에 ‘프레지덴셜 렉쳐’를 운영,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문제는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해결해야
이윤재 교수는 중소기업 중심의 거시경제학을 연구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정부 지원 정책의 효율성 등을 분석하여, 전문적 수준의 이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30여 년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단과대 학장 등 학교 내에서의 보직은 물론 한국 중소기업학회장, 신용보증기금 사외이사,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이사장 등의 자리도 맡은 바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경제학은 이론과 현장의 괴리가 상당히 큽니다. 예를 들어 고용에 관한 경우, 강의실에서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 지불 가능 임금을 마련하면 일자리는 그냥 만들어진다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죠. 노동시장 규제, 노사갈등, 자동화 설비 도입 등 임금 이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런 것들은 중소기업 현장에 찾아가서 직접 보기도 하고, 대표나 인사담당자를 만나 여러 애로사항을 들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일자리를 포함한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많이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뉴노멀’ 속 한국 경제의 방향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였다. 비정상이라고만 생각했던 현상들이 일상이 되자, 그것이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우리나라도 이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동차, 조선 같은 주력산업이 휘청거리고 인구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저성장의 그림자는 더욱 깊게 드리워졌다. 주저앉은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이 교수는 크게 두 가지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이 투자를 왕성하게 해야만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라는 게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돈이 있어도 각종 규제로 인해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 경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 점은 심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포용적 성장’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경제·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해요. 오랫동안 거시경제를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실업문제를 복지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약자에게 돈을 지급한다고 해서 양극화가 해소되지는 않아요. 독일식, 북유럽식, 영·미식 등 이미 다양한 포용적 성장 모델이 존재합니다. 여러 가지 본보기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전략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고민해야 합니다."

 

비대면 강의의 확산, 많은 대학이 위기에 빠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교육 환경은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별도의 준비 기간 없이 강의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은 사실상 붕괴되었다.

"교육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온라인으로도 물론 충분하지만, 그것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학생과 교수가 모여서 토론을 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곳이죠.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면서 대학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 29년째 교직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요. 우리 학생들은 저보다 더 힘이 들겠죠.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코로나19 여파뿐만 아니라 인구 절벽으로 인한 정원 감소, 제4차 산업혁명으로의 진입 등 우리 교육계가 여러모로 대변혁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많은 대학이 경영난에 호소하고 있다는 기사도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학교 안팎에서의 여러 경험을 토대로 제가 몸담은 숭실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에 주어진 숙제를 푸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
그는 숭실대학교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거시경제학을 주로 연구함과 동시에, 성경 속 경제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숭실대학교는 역사적으로도 오래되었지만,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세워진 학교이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경제라는 학문이 빈곤이나 가난처럼 우리 사회의 아픈 지점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실용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성경과 경제학을 접목한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성경에는 약자를 도와주라는 메시지가 아주 일관되게 담겨있습니다. 이것을 널리 알리고자 『성경 속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냈고, 학교에서 관련 과목도 가르치고 있어요. 비기독교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역시 집필 중에 있고요. 
 
단순히 약자에게 돈만 쥐여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회적 경제·사회적 기업의 중요성 그리고 기부 문화의 확산 등 다양한 주제 역시 성경 속 경제 원리에 입각해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실력 있는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제자들 눈높이에서 ‘함께 공감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이윤재 교수. 긴 시간 진행된 인터뷰 과정에서 학생과 교육을 생각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순수, 열정,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우리 청년 세대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항상 그들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Profile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이사장


숭실대학교 경제통상대학장
숭실대학교 교무처장
숭실대학교 기획처장
숭실대학교 학생처장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중소기업중앙회 하도급분쟁조정위원
서울특별시 사업조정심의위원회위원
신용보증기금 사외이사


미국 Northern Illinois University 경제학 석·박사
숭실대학교 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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