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활용한 '미술교육'의 힘, 순수함을 되찾을 시간

오용환 화백 / Dr.오 갤러리 관장 박예솔 기자l승인2020.07.30l수정2020.07.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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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 만들기 등 오감을 활용한 미술교육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창의력 증진과 정서발달, 인격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은 매우 보편화된 분야이지만, 70년대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동미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가 있었으니, 40여 년의 세월을 아동미술교육에 헌신하며 아동미술계의 전설로 남은 오용환 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년퇴임 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서 아내와 함께 작은 어린이집을 운영해오던 오 관장은 새롭게 Dr.오 갤러리의 문을 열고, 실버시니어센터를 마련했다. 대한민국 아동미술의 역사를 함께한 그가 이번엔 시니어미술교육에 나선 것. 

오 관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피플투데이는 Dr.오 갤러리를 찾아 아동미술부터 시니어미술까지, 그가 걸어온 미술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동미술교육, 해외교류 통해 주류미술로 견인

그 때 그 시절이라면 으레 그러했듯, 부유하지 못한 가정의 장남이었던 오용환 관장은 꿈과 재능을 성장시키기 위한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한 길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던 중 선배가 운영하던 화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가 생겼고,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면서 아동미술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오용환 관장은 본격적으로 ‘푸른미술연구소’의 문을 열고 어린이와 입시생을 전문으로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순수미술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아동미술교육 교재는커녕 미술에 대한 연구조차 희박했던 터라 오 관장은 분야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학회활동 등을 통해 해외의 자료를 면밀히 연구하고, 전문적으로 공부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법을 담은 교안 및 소재 개발과 아동미술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사활을 걸었다.

일례로, 오 관장은 5명의 아동미술교육 작가들과 함께 해외 교류전에 참가하며 국내 아동미술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도를 했다. 한국청소년미술협회 주관으로 일본에서 진행된 한일합작 청소년미술제에 참여하면서 교류의 물꼬를 텄다. 당시 오 관장이 지도한 어린이가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으며, 일본 언론에서도 집중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교류를 시작으로 어린이 미술지도에 관한 연구도 좀 더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서적을 기반으로 독학으로 시작했던 어린이 미술 연구를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모여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개발 및 어린이들의 작품 분석이 행해졌다.

 

어린이들을 바르게 이끌 참 스승을 양성하다
오용환 관장의 노력이 통하기라도 한 듯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술학원이 부흥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연구소를 학원으로 변경한 데 이어 1985년, 정부의 주도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을 중심으로 미술학원을 유치원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이뤄졌다.

이에 발맞춰 오 관장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 본격적으로 유치원 원생들을 지도하며 파란유치원의 원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을 가르칠 참된 교사를 육성해보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이미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늘 미술공부에 뜻을 품고 살았기에 미술에 대한 지식을 다진 후 경기대학교 회화과에 편입해 만학도임에도 불구,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수석졸업 및 총장상의 영예를 안으며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석사 졸업과 중고등학교 교사 자격증 취득 후 신갈고등학교에 교사로 출강하였으며 숙명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의 아동미술학과에 출강하며 전문지식 전달과 함께 그가 실무현장에서 아이들과 느끼고 나눈 삶의 지식을 나누었다.

이후 강원도 속초의 동우대학교(現경동대학교 설악 제2캠퍼스) 유아교육학과 교수 공개채용에 합격하며 그가 지닌 모든 역량을 발휘하는 더 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모교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던 그는 경기대학교 사회교육원 아동미술학과를 개설하고 ‘현대미술의 이해’ 과목을 2년 여간 학부에서 강의했으며, 경기대학교 인문예술학부의 전담교수로 지내기도 했다.

 

작품 전시회·심사위원 등 끊임없는 예술 활동 병행

아동미술교육에 헌신함과 동시에 개인의 발전에도 열심이었던 오용환 관장은 90년대에 예술의전당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오 관장은 전시회에 대한 입소문이 나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국내·국제전에 참여하며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그의 세심한 눈썰미와 예리한 감각을 바탕으로 소년한국일보 어린이 미술대회 심사위원장으로 10여년 넘게 활동해왔으며 우정사업본부, 세계예능미술교류협회 등 국내의 다양한 미술대회의 심사위원 혹은 위원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9살 무렵, 꿈을 포기해야했지만 결국은 이 길을 걸을 운명이었나 봅니다. 제 작품 속에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실 저의 삶은 ‘소’와 같습니다. 소는 느림보지만 제 할 일은 다 하면서 살고, 말은 빠르게 뛰어나지요. 소처럼 움직이지만 말처럼 뛰고 싶은 마음을 담게 되네요. 30대부터 70대까지 제 몸 돌볼 틈도 없이 바쁜 시간이었지만 순수미술과 아동미술교육에 인생을 다 바쳐 꿈의 날개를 펼쳤더니 더 이상 원이 없습니다.”

 

시니어, 그림 통해 인생의 벗을 삼기를
정년퇴임을 한 후에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덕성여대에서 <현대미술의 이해>, <동양미술사>, <서양미술사>와 더불어 실기과목 등을 가르쳤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만학도인지라 그림에 대한 열정과 갈증이 누구보다 선명한 제자들이었다. 그 중 3명을 아제자로 삼을 만큼 애정도 남다르다.

뿐만 아니라 50~60대의 유치원 원장을 대상으로도 미술교육을 시작했다. 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오 관장은 문득 시니어를 위한 미술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그간 어린이집으로 사용됐던 퇴촌면의 공간을 Dr.오 갤러리로 재탄생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선 그림 전시와 함께 실버세대를 위한 미술교육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흔히들 노인이 되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고 말하지요. 아이들은 그리기나 만들기를 통해 자신을 오롯이 표현해내고 오감을 발달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정서안정과 인격의 형성까지 이루게 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 오감 발달에 다시금 집중을 해야 합니다. 노인이라고 하여 무의미하게 세월을 지내기보다 취미생활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기에 뇌를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매우 좋습니다. 점점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시니어를 위한 문화들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제가 먼저 나서는 것이지요. 저 또한 고령자가 되었기에 누구보다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고 싶습니다. 사실 실버세대가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이를 통해서 어릴 적 순수했던 마음을 되찾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은 화가가 되기 위해서 그리는 것이 아닌 인생의 친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오용환 관장. 오용환 관장은 그간 밝게 자랄 어린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었다면 이제는 황혼의 짙은 색을 지닌 시니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자 한다. 많은 시니어들이 Dr.오 갤러리에서 마음속에 피어있는 젊음의 꽃 한 송이를 캔버스 위에 펼쳐놓는 시간을 즐기길 바란다.


박예솔 기자  yesall4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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