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호텔 신라의 '포스트 코로나'

이부진 호텔신라 총괄사장

  • 입력 2020.06.18 12:07
  • 수정 2020.06.18 14:20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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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항공·호텔·면세 등 여행과 관련된 모든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나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에 충격적인 실적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에 매출 9437억원, 영업손실 6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1조3432억원 대비 30% 급감한 금액이다. 면세 부문에서만 4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시내점 매출이 22%, 공항점 매출이 42% 감소했다. 매출도 1조2252억원에서 8492억원으로 31% 줄었다. 서울 신라호텔의 투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44%에 그쳤고 투숙률이 90%를 웃돌던 제주 신라호텔도 60%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이 같은 상황 속,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두고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이부진 사장의 포스트 코로나는 과연 기회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부진의 오랜 숙원, '한옥호텔' 현실이 되다

2020년에는 이부진 사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옥호텔’ 사업이 현실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사업안 통과에 난항을 겪었지만, 지난 1월 중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데 이어 3월 서울시의 구조·굴토 심의를 모두 통과했다. 지난 4월 말부터 이미 일대 계단 철거와 도로 공사 등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1년부터 서울 장충동에 정통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두지휘했다. 서울 도심에 번듯한 전통 한옥호텔을 만들어 다른 고급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한옥호텔은 서울시의 심의를 통과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서울시는 자연경관 훼손, 문화경관 보호 등을 이유로 2011년 사업안이 처음 제출된 뒤 두 차례 반려, 두 차례 보류 끝에 2016년에야 사업안을 승인했다.

한옥호텔은 2018년 1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조건부 가결’ 처리를 받으며 문턱을 넘고 서울시의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한옥호텔이 완성되면 서울시내 최초의 한옥호텔이 된다.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최초의 한옥호텔이기도 하다.

 

차별화를 위한 전격 리모델링, 그리고 브랜드 세분화
뿐만 아니라 이부진 사장은 신라호텔의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고 해외 직접진출을 시도하는 등 호텔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신라호텔(더신라)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서울 신라호텔은 2013년 8월 개관 34년 만에 첫 전면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한 바 있다. 

당시 리모델링에만 7개월이 걸렸고 이 기간에 면세점을 제외한 모든 영업장이 문을 닫았다.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리미디오스의 객실 재단장, 사계절용 야외 수영장 설치, 도어투도어 서비스 도입 등 모두 835억원을 들인 대대적 작업이었다.

이 사장은 2013년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선보였다. 2013년 11월 신라스테이 동탄점을 열고 2014년에 신라스테이를 100% 자회사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신라스테이는 출범 3년 만인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호텔신라 호텔부문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1개 신라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텔신라는 오는 6월 26일, 베트남 다낭에 ‘신라모노그램’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내걸고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며, 2021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산호세 지역에 200여 객실을 갖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연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 해외 10여 곳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루이비통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부진의 면세사업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지만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세계 3위 사업자로 올라설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면세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0년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루이비통 아르노 회장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공항 면세점엔 입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 사장은 꾸준한 설득으로 결국 루이비통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현대HDC와 함께 용산 신라아이파크점에 출점하며 특유의 수완을 돋보였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매출5조7000억원, 영업이익 2959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승승장구하던 이 사장은 이번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렸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면세점사업에서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텔신라는 2019년 11월7일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확보해 앞으로 5년 동안 단독으로 운영하게 됐다. 당초 2014년부터 홍콩 소재 면세업체인 스카이커넥션(호텔신라 지분 40%)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마카오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사업권을 확보한 것이다.

호텔신라가 사업권을 확보한 마카오 국제공항 ‘북측’권역은 모든 면세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자유영업구역이다. 한편, 아시아를 넘어 북미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호텔신라는 2019년 10월 25일 미국 면세품 도매판매회사인 ‘트레블리테일그룹홀딩스’ 지분 44%를 1417억 원에 인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과감한 결단력과 리더십
이렇듯, ‘리틀 이건희’라 불릴 정도로 냉철하고 카리스마를 지닌 이부진 사장은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호텔신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의 주목해야 할 여성기업인 15명’에 선정됐다. 2016년 4월 이부진은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과 나란히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시아판>이 발표한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됐다.

포브스는 ‘대나무 천장(여성을 차별하는 유리천장을 동양적으로 비유한 표현)’을 부수는 50인 여성 기업인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 밖에 루시 펑 알리바바그룹 공동창업자, 장신 소호차이나 공동창업자 등이 선정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019년 12월 발표한 ‘2019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87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전반적 영향력, 관할하는 자금의 규모, 언론 노출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순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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