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문화, 해학과 예술의 조우 '판소리'

정의진 명창

  • 입력 2020.06.09 13:18
  • 수정 2020.06.09 17:35
  • 기자명 박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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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낯선 예술, ‘판소리’. 판소리는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가 장단에 맞추어 창(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몸짓) 등을 선보이는 우리 고유의 민속악 중 하나다. 판소리의 창자는 아주 다양하고 독특한 음색을 터득하고 복잡한 내용을 모두 암기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혹독한 수련을 거친다. 창자 특유의 해석 방식을 개발하여 특정 이야기를 연행하게 되면서 특수한 연행으로 이름난 판소리 대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정응민 선생님께 춘향가 사사를 받고, 박록주 선생님께 홍보가 사사, 정광수 선생님께 수궁가, 홍보가를 사사받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2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정의진 명창은 꾸준한 정기공연과 더불어 미국 카네기홀에서도 공연을 펼치는 등 ‘판소리 부흥’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의진 명창, 명창의 뿌리를 이어받다

정의진 명창은 집안 대대로 명창을 배출해낸 그야말로 ‘판소리의 명문가’라 할 수 있다. 그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19세기 후기 팔명창 중 한 명인 정창업 명창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창업 명창은 천부적으로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음악적 재능이 있어 어려서부터 소리를 잘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정학진 명창, 정광수 명창을 보며 자라온 정의진 명창 또한 16세 무렵 판소리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 후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제자들을 지도하시는 소리를 어깨너머로 듣고 한 소절을 따라 불렀지요.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알렸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정응민 선생님에게 저를 보내 수학하도록 했습니다. 정응민 선생님은 저의 재능을 알아보시고는 열과 성을 다해 저를 가르치셨죠. 이후 박록주 선생님과 아버지인 정광수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웠습니다."
 
타고난 소질에 배움도 빨랐던 정 명창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원 전국 판소리 명창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판소리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광수 명창은 판소리를 위해선 다양한 예술 분야도 습득해야 한다며 살풀이 등 우리 가락에 어울리는 무용 또한 배우도록 가르쳤다.

정 명창의 아버지인 양암 정광수 국창은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 및 ‘수궁가’ 보유자로 지정된 바 있다. 삼남국악원을 설립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정 명창은 아버지를 기리며 그의 고향인 나주에 아름다운 공적비를 세웠다.

 

박사 학위 취득, 후학에게 귀감이 되다
정 명창은 사단법인 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를 이끌며 판소리 제자를 키워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의진 명창은 지난 2019년 동방문화대학원대학원에서 『‘수궁가’의 「자타카(jātaka)」 수용과 전승 변모 양상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자타카(jātaka)란 붓다가 현생에서 깨닫게 된 원인은 전생에 쌓은 선행과 공덕 때문이라고 사유하여, 당시 인도의 민간에 널리 유포되고 있던 전설과 우화 속의 인물 하나를 붓다의 전생으로 꾸며서 불교 설화로 변경시킨 것으로 팔리 어 경전에는 산문과 운문으로 된 547가지의 전생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그녀는 안주하지 않고, 소리 내는 법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발전 중이다. 학구적으로도 노력하는 정 명창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제자들도 대부분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이해의 깊이를 더해가는 중이다. 정 명창은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판소리를 넘어 인생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세계로 굽이치는 한류, 판소리도 통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음악인들의 꿈에 무대라 불리는 미국의 카네기홀에서 한국의 판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고유의 소리가 머나먼 미국 땅에 알려지리라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정의진 명창이 공연을 마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판소리는 우리나라 시대적 정서를 나타내는 전통예술로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음악과 어울려서 표현하며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또,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피지배층의 삶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새로운 사회와 시대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판소리는 모든 계층이 두루 즐기는 예술로서 판소리를 통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조절과 통합의 기능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족 특유의 해학과 기지가 예술과 조우하여, 다채로운 극적 요소로 재탄생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판소리가 온 세계에 퍼져나가는 그날의 중심에 정의진 명창이 있길 피플투데이가 응원한다. 

 

Profile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


서울 무형문화재 제32호 판소리 예능 보유자
(사)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 이사장

정응민 선생님께 춘향가 사사
박록주 선생님께 홍보가 사사
정광수 선생님께 수궁가, 홍보가 사사

활동내역
1961 전남 보성 정응민 선생님께 춘향가 사사
1962 정광수 선생님께 수궁가 사사
1963 남원 전국 판소리 명창대회 명창부 차상 수상
1972 서울 국립극장 유파별 판소리 발표회 출연
1974 MBC 및 TBC 방송국 다수 출연
1975 KBS 방송국 장수만세 심사위원 5년 6개월간 출연
1976 정광수 선생님 이수자 제1호 지정 - 문화재 청장
1978 KBS, MBC 등 방송 활동 다수 출연
2002 국립극장 창극출현 ‘선화공주·서동왕자’ 서동왕자역
2003 종로구 구민회관 뺑파전 ‘심봉사’ 역
2003 KBS 국악한마당 창극 ‘선화공주·서동왕자’ 서동왕자역
2003 대를 잇는 명창 후손프로에 출연 ‘수궁가’
2004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수궁가’ 공연
2004 국악방송국 ‘수궁가’ 공연
2004 고 양암 정광수 국창 1주기 추모공연
2007 양암제 수궁가 3시간 완창 발표회
2007 국악방송, 교통방송, KBS 라디오 국악프로그램 출연
2008 양암 정광수 국창탄신 100년 기념공연 - 국립극장달오름극장
2008 양암 정광수 국창탄신 100년 기념공연 - 나주문화예술회관
2008 국악한마당 출연 - KBS 방송국
2008 양암제 흥보가 3시간 완창 발표회 - 국립극장달오름극장
2009 제1회 판소리 흥보가, 제자 발표회 - 예인공감(창덕궁소극장)
2010 (사)양암 정광수 국장추모사업회 대표
2010 (사)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
2010 (사)판소리유파 대제전 공연 - (사)한국판소리보존회
2010 제2회 판소리 수궁가, 제자 발표회 - 국립민속박물관대강당
2010 국악방송 출연- 서울특별시
2011 광주MBC 우리가락 우리문화 출연
2012 제3회 수궁가 제자 발표회 - 무형문화재전수회관
2013 서울시 무형문화제 제32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지정
2013 (사)정광수제판소리보존회 이사장 취임
2013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출강(초빙교수)
2015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2016 故정광수 명창 공적비 제막식 축하공연
2018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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