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디지털 개국과 디지털 쇄국

  • 입력 2020.06.06 21:38
  • 수정 2020.06.06 21:39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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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세대일수록 변화는 더 두렵고 그래서 나이가 들면 자연히 보수화되기 쉽다. 개개인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한 사회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며 거부하다 보면 그 사회는 인류사회 전체의 변화 속도에 뒤처지며 성장이 지체되고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요즘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서 그런 위험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전세계가 디지털화 되어 가는 추세 속에서 전통 고수를 명분으로 아날로그 사회를 유지하려는 ‘디지털 쇄국’ 정책과 보수적 분위기가 일본 사회의 정체를 가져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한국과 일본은 같은 날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됐지만, 너무 다른 결과에 해외 외신에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은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정부가 거주지 등 기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광대역 및 무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것도 큰 몫을 했다. 이 덕분에 5월 19일 기준, 한국 전체 가구 중 재난지원금 수령 비율이 80%을 넘었다. 이와 달리 일본은 같은 날 기준 전체 대상의 19%만 실제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류 중심적 행정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인구 1억 2700만명 가운데 16%만이 온라인 신청에 필요한 핀코드를 갖고 있어 신속한 지원금 지급이 어려운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지자체는 우편 청구를 통한 서류 신청 작업에 의존하고 있고, 행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 정책과 행정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실감하고 있다.

 

산업혁명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은 적극적인 인터넷 정책과 디지털 융합 정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얼마 전 인천공항에서 AI 기반 로봇을 이용한 발열 체크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전파되면서 일명 K방역의 하나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사실 로봇 분야의 일본은 한국이 미처 진입도 하기 전에 이미 산업 현장의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 로봇을 활용할 만큼 앞서 있던 나라였다.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의료현장, 방역현장에서 평소라면 대중들이 잘 몰랐을 다양한 역할의 로봇들이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 소개되며 AI 기반 로봇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실감하게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빠르게 '디지털 개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경험한 디지털화, AI기반 로봇의 활약을 보면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개념 자체부터 숙고 해봐야 할 듯하다. 현재 있는 직업의 40%가 사라진다면 또 그 자리를 채울 무언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게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였다. 문제는 그 새로운 직업이 무엇이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이제 우리 교육도 아날로그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 세대는 흔히 자신들의 세대가 겪은 경험 위에서 안전한 직업, 전망 좋은 직업을 기대할만한 교육에 자식들의 미래를 건다. 그러나 이미 부모 세대의 경험은 자식들의 시대에는 구시대의 유물이 될 만큼 산업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해간다.
과거 부모세대는 늘 하나의 산을 오르듯 정상만을 바라보며 앞서 나가기를 원했다. 다양한 직업군이 없었던 그들 세대의 경험이 그런 요구를 낳은 것이다. 마음을 열어야 세상이 보인다. 

과거의 영광에 빠져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 못한 일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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