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의 미술여행] 스웨덴 헬싱보리(Helsingborg), '스코네 지방의 고성을 찾아'

김석기 작가l승인2020.04.26l수정2020.04.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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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의 전원

스웨덴과 덴마크는 거리상 아주 가까운 나라로 양국 간에 국경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왕래가 자유롭다. 스웨덴 헬싱보리의 선착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덴마크의 헬싱괴르로 떠나고 있다. 헬싱보리는 본래 덴마크의 지배 아래에서 경제와 군사가 발달한 도시였으나, 1675년부터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에 벌어진‘스코네 전쟁’으로 인하여 도시는 모두 불에 타버렸고, 산업혁명 이후에 현재의 헬싱보리와 같은 도시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외형적으로는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쟁과 갈등 속에서 서로 지배하고 지배당하던 그들의 역사를 그렇게 쉽게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스웨덴의 스코네 지역은 덴마크의 지배 속에 있었다. 그러나 스코네 땅을 지키려는 '프리스코네'들의 집요하고 열정적인 독립 투쟁은 스코네 땅을 현재와 같은 평화로운 땅으로 만들었고, 현재도 '프리스코네'들의 열정에 의하여 스웨덴의 평화를 지키는 아름다운 땅으로 가꾸어가고 있다.  

스코네 지역은 북유럽의 유일한 곡창지대로 밀밭과 감자밭이 풍성하여 옛날부터 탐내던 나라와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스코네 지역은 지방의 귀족과 영주의 몫이 되었고, 왕족들은 이곳에 크고 작은 저택과 성들을 쌓고 살았으며 그 성들이 무려 200개가 넘는다. 
  

▲ 헬싱보리 풍경

 

스코네지역의 고성은 헬싱보리, 룬드, 말뫼 등 도시 전역에 걸쳐 산재해 있다. 헬싱보리의 중심가에 있는 시청사에서 '스토르토리예트 광장'을 지나면 바로 스코네 지역의 첫 번째 고성이라고 할 수 있는‘체르난’이 있다. '체르난'은 스코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14~15세기에 지어진 성이다. 군사적 목적으로 지어졌던 이 성은 1680년에 파괴되었으나 아직도 35m 높이의 높은 탑은 남아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발트 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옛 왕족들을 이곳에 머물게 하였던 이유인 것 같다.  

'체르난' 고성 가까운 곳에 있는 또 하나의 성 '소피에르'는 현재 국왕의 할아버지인 구스타프 아돌프 왕이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결혼 선물로 받은 별장이라고 한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성벽 위에 있는 첨탑과 종탑들이 아름다운 수목과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스웨덴 동화의 주인공 장난꾸러기 말괄량이 삐삐가 그림 속, 성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 1949년에 쓴 동화 삐삐(Pippi Longstocking)는 1969년에 TV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그 후 영화로 만들어져 70년대 말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모험과 희망과 웃음을 선사했다. 말괄량이 삐삐의 고향이 이곳이다. 그 당시 말괄량이 삐삐로 출현했던 '잉거닐슨'은 50대의 아주머니로 변해 버렸지만 우리들에게는 아직도 영원한 어린이 말괄량이 삐삐로 남아있다. 
선장인 아버지와 커레커레 섬을 항해 중이던 삐삐가 폭풍을 만나 그만 아버지와 헤어져 록스비 마을의 빌라 빌레큘라로 돌아와 토미와 아니카를 만나면서 모험과 말썽과 지혜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나날이 계속된다. 동네 어른들은 말괄량이 삐삐를 이해하지 못하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빌라 빌레큘라에 눈독을 들이던 악당 블랙하트 일당과 아동 복지원장인 미스 배니스터도 삐삐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나 항상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었던 말괄량이 삐삐는 아직도 우리들의 영원한 아름다운 동화 속의 추억이다.  

 

▲ 스웨덴 헬싱보리_김석기 작가

헬싱보리를 떠난 버스가 룬드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또 하나의 성 앞에 멎는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역사가 하룻밤을 사이로 바뀌었던 곳, '스벤스토르프 고성'이다. 1676년 룬드 전쟁 당시 덴마크의 왕 크리스티안 5세가 이 성에서 전쟁 종료 전날 밤 승전을 위하여 건배를 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덴마크는 패하고, 스웨덴의 카를 11세가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바로 이 성에서 승전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인물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성은 그대로 남아 과거를 잊었는지 아무 말이 없다.  

또 이 지역에는 1181년 베네딕투스 파의 수도원으로 건축되어 하얀 벽면과 붉은 지붕이 아름다운 보스외클로스테르가 있고, 1537년까지 수도원이었던 베카스코그 로열 캐슬도 있다. 이 캐슬은 1680년 카를 11세가 소유하면서 로열이라는 칭호를 붙여 개인의 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룬드에서 말뫼로 이동을 한다. 말뫼에는 왕부터 죄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았던 말뫼후스 성이 있다.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3세가 건축한 것을 스웨덴이 전쟁에 승리하여 소유하면서 18세기에는 감옥으로도 사용하였으며 현재는 말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 스웨덴 항구_김석기 작가

1723년 성의 절반을 덴마크인이 상속을 받으면서 성은 물론 가구까지도 절반으로 잘랐다는 유명한 일화를 간직한‘백조의 성’이라 불리는 스바네홀름 성도 이곳에 있다. 구스타프 4세가 나폴레옹에게 선전포고를 했으며, 99개의 연못이 있어 물고기의 성이라 불리는 마스빈스홀름도 있다. 

아름다운 곳 좋은 땅에서 영원히 살고 싶었던 왕족들이 만들어낸 고성의 도시 스코네는 그만큼 많은 북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높고 아무리 넓은 성이라 하더라도 그 곳에서 영화를 누렸던 귀족들도 결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사실 앞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옛 고성이 카페로 변신하여 한 잔의 차로 스코네의 낭만을 만들어준 토르프 성을 나선다.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김석기 작가  ksk0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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