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21세기의 새로운 기준, 코로나19

  • 입력 2020.04.18 14:57
  • 수정 2020.04.18 14:58
  • 기자명 원동인 SPR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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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시작은 코로나19가 세계를 장악했다. 책에서나 보았던 페스트, 천연두 대유행이 현실 세계에 등장했다. 코로나19는 국경도 여권도 비자도 필요 없다. 인종, 종교, 직업, 명성, 성별, 경제력, 군사력 등과 관계없이 코로나19 앞에 모두가 평등해졌다.
항공기는 하늘이 아닌 공항에 발이 묶여 있고 바다를 누비던 선박들도 항구에 매여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코로나19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확진자 수가 70만 명을, 사망자는 3만 6천명을 넘어섰다.(4월 18일 현재) 뉴욕주는 넘쳐나는 사신을 감당하지 못해 인근 하트섬에 시신을 집단 매장하고 있다. 마스크가 전략 물자로 평가돼 공항과 항구에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던 여러 나라들은 한국에 긴급 협조를 요청하고 개도국은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아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이 국제표준, 기준이 되었다.

 

인류의 대격변기에 사람들의 삶과 산업을 변화시킨 것은 인간의 의지 이전에 전염병의 대유행이었다. 14세기 흑사병(페스트)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희생되어, 기존 사회질서인 봉건 체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질서의 출발이 요구돼 르네상스의 시작점이 됐다.
대변혁의 시기에 우리는 미래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방역과 위생으로 악수를 하지 않는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조만간 비접촉 문화가 대세가 될 것이다. 이에 기초한 우리 생활과 산업구조 등 경제, 문화의 대격변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비대면' '비접촉' '온라인'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해당 부분은 비약적인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태풍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오면 적십자가 재난 현장에서 물품을 트럭에서 나눠 주는 뉴스를 자주 봤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재난 물품을 온라인과 택배를 통해 나눠 주고 적십자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산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거지 선호도 달라질 것이다. 1주일 한 번 정도 출근해 대면 회의를 한다고 하면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해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는 교통난의 완화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도 제동을 걸 것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은 워라밸로 일컫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생필품의 온라인쇼핑이 일상화가 되었다. 온라인쇼핑은 증가 추세에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신선식품 비즈니스가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형마트와 같은 국내 식품유통업체들도 온라인 배송과 매장 내 픽업 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것이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유통과 시너지를 내거나 온라인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가 부가되지 않는다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교육계에도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이 도입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교육계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교육의 장에 학생과 선생을 강제로 밀어 넣었고, 이로 인한 교육환경 변화는 거슬릴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그동안 수험준비생 위주로 형성된 인터넷 강의가 제도권 교육에서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에서는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포함한 보다 다양화된 수업방식을 도입하게 될 것이며, 대학 강좌의 상당수도 온라인으로 열릴 것이다. 대학의 온라인 강좌는 외부에게 공개되어 국내 대학 간의 교육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유수 대학의 온라인 강좌와 비교가 됨에 따라 국내 대학의 강의 품질은 향상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며,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모든 면에서 개인의 자유를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파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세 유럽이 흑사병(페스트) 이후에 시민의 권리가 증대되고, 삶이 개선되었으며, 르네상스와 같은 문화의 부흥이 발현되었던 것처럼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일반 시민들에게 더 많은 선택과 개인적 자유가 늘어난 세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유럽은 이번 코로나 대응에서 리더로서의 역할과 방향성 제시에 실패했다. 대응에 있어서 방심했고, 상호 협력하지 못했고, 위기 속에서도 심지어 오만하기까지 했다. 향후 방역을 이유로 한 개인이나 국가 간 자유를 제한하는 세계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계획하고 먼저 움직이는 자가 위기를 극복하고 더 자유로운 높은 곳에 서 있을 것이다.

서기 원년(元年)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BC(Before Christ)는 그리스도 탄생 이전이고, AD(Anno Domini)는 라틴어로 그리스도의 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 BC와 AD는 각각 ‘코로나 이전’, 즉 ‘Before Corona’와 질병 이후란 뜻의 ‘After Disease’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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